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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박물관에서 수표교 기획전시회를 하고 있다.
▲ 수표교 전시회 청계천박물관에서 수표교 기획전시회를 하고 있다.
ⓒ 배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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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교는 세종때 청계천 2가에 설치했던 다리인데, 홍수를 측정하던 수표가 설치되어 수표교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 한양에 설치된 다리중에 그 원형이 유일하게 남아 있어 역사적 유물로서 가치가 높다.
 
1958년 청계천 복개공사를 하면서 북악산쪽으로 옮겼다가 다시 장충단공원으로 옮겼다.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원래의 자리로 옮기려 했지만, 길이가 맞지 않아 못하게 되었다.
 
기획전시회 영상관에서 수표교 영상물이 나오고 있다.
▲ 수표교 기획전시회 영상관에서 수표교 영상물이 나오고 있다.
ⓒ 배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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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수표교를 살릴 구상을 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유서깊은 명물을 빠뜨려 매우 아쉽게 되었다. 청계천에 수표교가 있어야 역사성이 살아나는데, 그렇지 못하고 현대의 하천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연암 박지원과 실학파 벗들이 풍류를 즐기던 수표교
 
또 수표교는 연암 박지원과 벗들이 풍류를 즐긴 곳으로도 유명하다. 연암은 조선시대 최고의 문장가로 손꼽히면서 빼어난 글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 수표교에서 놀던 이야기도 일부 나오는데 아주 명문이다.
 
연암과 벗들이 수표교에 앉아 풍류를 즐기다.
▲ 전시회 영상물 연암과 벗들이 수표교에 앉아 풍류를 즐기다.
ⓒ 배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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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박성언 이희경 등 벗들과 야밤에 놀았던 일을 기술한 '술에 취해 운종교를 밟았던 일을 적은 글(醉踏雲從橋記)'의 말미에 그 정경이 잘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번엔 수표교로 가서 다리 위에 쭉 벌여 앉았다. 달은 바야흐로 서쪽으로 기우는데 참으로 발그레하고, 별빛은 둥글고 크게 보이는 게 마치 얼굴에 쏟아 질 듯하였다.

이슬은 무거워 옷과 갓이 다 젖었으며, 흰 구름이 동쪽에서 일어나 비껴 흐르다 천천히 북쪽으로 가는데 도성 동쪽의 푸른 산기운은 더욱 짙었다.

개구리 소리는 완악한 백성들이 아둔한 고을 원한테 몰려가 와글와글 소를 제기하는 것 같고, 매미 소리는 엄격하게 공부시키는 글방에서 정한 날짜에 글을 외는 시험을 보이는 것 같고, 닭 우는 소리는 임금에게 간언하는 것을 자신의 소임으로 여기는 한 강개한 선비의 목소리 같았다."

 
글의 앞부분에는 연암이 벗들과 어울려 운정교 등지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놀면서 기행하는 모습이 해학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새벽이 되어 수표교로 와서 모두가 앉아서, 나라를 생각하는 선비로 되돌아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관에서 상영중인 조선시대 수표교 모습
▲ 수표교 전시회 영상관에서 상영중인 조선시대 수표교 모습
ⓒ 배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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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연암과 실학파들은 실력은 있었으나, 낙백한 문사로서 세월을 보내던 처지였다. 서로가 불우하니 동병상련으로 자주 만났고, 이날도 연암을 비롯하여 9명의 문사들이 어울렸던 것으로 나온다. 수표교는 당대의 지식인이지만 불우하게 지내던 문사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찍은 수표교 사진
▲ 수표교 전시회 일제강점기에 찍은 수표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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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박물관에서 '수표교, 한양에 비가 내리면' 기획전시회
 
마침 청계천박물관에서 3월 15일까지 수표교에 대한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어 구경할 만하다. 수표교의 역사뿐만 아니라 조선후기의 사회상도 함께 접해볼 수 있는 좋은 전시회이다. 주최 측에서는 전시회를 홍보하는 취지를 간명하게 밝히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의 개천에 놓여있던 다리 중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다리는 수표교水標橋뿐이다. 수표교 옆에는 개천의 수위를 측정하는 수표水標가 있었다. 수표교와 수표는 일제강점기 개천이 청계천으로 불리기 시작한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복개공사를 계기로 자리를 옮겼다. 수표교는 수표를 측정하는 관리인 수표직水標直은 물론, 영희전永禧殿으로 행차하는 어가御駕 행렬이 지나던 곳이었다.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 천주교인들, 구리개의 약방을 찾는 이들 그리고 조선에 정착한 청상淸商들까지 각양의 역사가 베어 있다.

청계천박물관은 '수표교'를 주제로 몰입형 영상체험실과 역사적 기록·유물 전시 공간을 구성하였다."

   
이서구의 시 수표교가 왼쪽 벽에 적혀 있다.
▲ 수표교 전시회 영상관 이서구의 시 수표교가 왼쪽 벽에 적혀 있다.
ⓒ 배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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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박물관 1층의 기획전시실을 들어서면 중앙에 설치된 영상체험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왼쪽 벽에 세로로 쓰여진 이서구(李書九, 1754~1825)의 시 '수표교'를 읽으면, 조선시대의 청계천과 수표교를 만난 듯한 분위기에 빠져든다.

"急雨時行瀁綠蕪  소나기 때때로 지나면 푸른 물결 넘실대고
群流合漲只斯須  여러 물줄기 합쳐지는 것 순식간이구나
濚波石標秤三尺  돌아 흐르는 물은 돌 표지에 석자나 차고
蕩殺靑銅子母鳧  새파란 청둥오리 마음대로 휘저으며 노는구나"

 
전시회 영상관에서 상영중인 수표교 영상물
▲ 수표교 영상물 전시회 영상관에서 상영중인 수표교 영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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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체험실 안으로 들어가면 수표교와 주변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특히 중간에 모형 돌수표를 세워놓고 사방의 벽면과 바닥을 입체적인 영상으로 비쳐주고 있어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
 
영상관에서 조선시대 모습을 상영하고 있다
▲ 수표교 전시회 영상관에서 조선시대 모습을 상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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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을 보면 현재의 수표교와 조선시대 왕의 행차, 답교놀이, 서민의 일상 등이 재미있게 나온다. 특히 박지원의 글 '취답운종교기(醉踏雲從橋記)''를 재현하듯 선비들이 수표교 위에 앉아 있는 모습도 나온다. 달 아래서 정담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당대의 정경을 비슷하게 연상할 수 있다.
 
수표교 역사를 벽에 그려 설명하고 있다.
▲ 수표교전시회 수표교 역사를 벽에 그려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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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교를 기억하는 옛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 수표교 전시회 수표교를 기억하는 옛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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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체험실 오른쪽의 전시실에는 좌우로 길게 수표교에 관한 자료와 설명이 이어지면서 전시되고 있다. 수표교와 연관된 역사물도 함께 전시되어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다.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역사자료라서, 견문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수표 앞면을 설명하는 그림
▲ 수표교 전시회 수표 앞면을 설명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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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를 지낸 기우제등록 등 자료집
▲ 수표교 전시회 기우제를 지낸 기우제등록 등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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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는 처음에는 척, 촌, 푼의 눈금을 세긴 나무기둥에서 돌기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기우제를 지낸 기록서책인 기우제등록(祈雨祭謄錄)도 전시되고 있는데, 여기에 수표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수표의 물높이를 측정하여 기우제를 지낸 것으로 보여진다.
 
수표교를 지나는 어가행렬이 영상물에 나온다.
▲ 수표교 전시회 영상물 수표교를 지나는 어가행렬이 영상물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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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내린 교지가 전시되고 있다.
▲ 수표교 전시회 교지 왕이 내린 교지가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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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교는 한양의 중심지여서 그 시대의 사회상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전시된 영희전영건의궤를 보면 영희전으로 가는 어가가 수표교를 지나갔다. 영희전은 조선왕들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당대에 내린 교지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조선시대 수표교가 나오는 시문집
▲ 수표교 전시회 문집 조선시대 수표교가 나오는 시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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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집, 강산초집 등 전시된 시문집 목록
▲ 수표교 전시회 문집  연암집, 강산초집 등 전시된 시문집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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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암 박지원, 유득공, 이덕무, 이서구 같은 실학파 지식인들이 수표교 가까이 어울려 살았다. 이들이 수표교에서 풍류를 즐겼음을 보여주는 연암집, 강산초집, 한객건연집 같은 문집들도 전시하고 있다.
 
수표교에서 다리밟기 놀이하는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수표교 전시회 수표교에서 다리밟기 놀이하는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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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교 가까이 청나라 상인들이 살았다는 기록
▲ 수표교 전시회 수표교 가까이 청나라 상인들이 살았다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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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도 수표교에서 함께 어울려 놀았다. 수표교가 즐겁게 모여 다리밟기 놀이를 하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임오군란 후에는 청국 상인들이 많이 들어와 청국인의 거리가 생겨났다.
 
조선시대  천주교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 수표교 전시회 이벽 관련 전시물 조선시대 천주교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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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교 전시회에 이벽몽회록, 축성기념일 십자가, 텬쥬성교공과 제3,4권이 전시되어 있다.
▲ 이벽선생 몽회록 등 수표교 전시회에 이벽몽회록, 축성기념일 십자가, 텬쥬성교공과 제3,4권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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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표교 근처에는 한국천주교회의 창립 산실인 이벽의 집이 있었다고 소개한다. 북경에서 최초로 영세받은 이승훈 베드로가 1784년 여기서 신도들에게 첫 세례식을 거행했다. 20세기 초엽에 나온 축성기념일 십자가도 전시되고 있어 인상적이다.
 
약방 관련 유물
▲ 수표교 전시회 약방 관련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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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중인 약봉투
▲ 수표교 전시회 전시중인 약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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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표교 남쪽에는 혜민서골 약국 거리가 있어 사람들이 다리를 오가며 약방을 많이 잦았다고 한다. 약방에 관한 사진과 유물자료도 전시하여 당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특히 경성 동화약방 약저울과 약봉투들이 재미있게 눈길을 끈다.
 
수표교전시회 홍보물과 청계천박물관에서 준 기념품 연필
▲ 수표교 전시회 홍보물품 수표교전시회 홍보물과 청계천박물관에서 준 기념품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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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교 전시회는 비가 오는 날 관람하면 더욱 운치가 있을 것이다. 수표교에 담겨 있는 역사와 사회상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가 좋다. 무료 관람으로 포스터도 나누어주고, 설문지에 답하면 통연필도 기념품으로 준다. 흔치 않은 전시회라서 관람을 꼭 권하고 싶다.

태그:#수표교, #연암 박지원, #청계천박물관 전시회,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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