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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기온이 영하 10도로 뚝 떨어진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기체를 이륙시켰습니다. 이륙 후 4분이 조금 넘었을 때 드론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등이 번쩍입니다. 평소에는 20분 이상을 비행하던 기체였는데요. 천천히 이착륙장에 착륙시킨 후 기체를 살펴보았습니다.

세상에... 프로펠러에 얼음이 얼어서 붙어있습니다. 착빙현상이지요. 멀리 기체를 날렸더라면 돌아오던 중 추락을 할 뻔 했습니다. 큰일 날 뻔했지요.

취미로, 혹은 관련 업무로 드론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겨울철에 드론을 날릴 때 주의하셔야 할 사항들을 몇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배터리

온도가 낮아지면 분자나 이온은 이동하는 속도가 매우 낮아집니다. 드론에 사용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충전 및 방전은 리튬 이온이 활발히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활발히 움직여야 할 리튬이온은 온도가 낮아지면 화학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방전률이 떨어집니다. 실험을 해보면 영하 10도에서는 배터리의 효율이 평소보다 30%정도 떨어집니다. 20분정도 사용 가능했던 배터리를 14분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겨울철에는 배터리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제 경우 불가피하게 야외에서 비행을 하거나 교육훈련을 할 경우에는 사용할 배터리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야외에서 오랫동안 있어야 할 경우에는 직접 제작·개조한 배터리 보온가방에 배터리를 보관합니다.
 
겨울철 비행을 위해 직접 제작한 배터리 보온가방.
 겨울철 비행을 위해 직접 제작한 배터리 보온가방.
ⓒ 노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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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내부에는 보조배터리로 작동되는 매트를 사용하여 영하에 날씨에도 영상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디지털 온도계를 장착해서 가방 내부의 온도는 수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열이 되면 안되니까요.

2. 착빙

아래 사진은 안개가 자욱한, 추운 겨울 아침에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기체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인가요 ?
  
겨울 안개 속 비행을 마치고 급히 착륙한 드론
 겨울 안개 속 비행을 마치고 급히 착륙한 드론
ⓒ 노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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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로펠러 부분을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착빙이 발생한 프로펠러.
 착빙이 발생한 프로펠러.
ⓒ 노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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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에 떠 있는 안개 입자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에 부딪히면서 곧바로 얼음이 되어 프로펠러에 단단히 맺혀있습니다. 과냉각상태의 수증기가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얼음으로 변하는 착빙현상입니다. 과냉각 상태의 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는 착빙을 막기위하여 다양한 착빙방지(de-icing)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드론에 사용되는 프로펠러에는 아직까지 착빙 방지 기술이 적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드론의 경우, 안개 낀 추운 겨울 아침에는 여지없이 착빙이 발생합니다. 회전하는 프로펠러 앞면에 부딪힌 안개의 물방울이 얼어서 착빙이 되면 프로펠러의 항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반대로 양력은 급격히 감소합니다. 양력이 감소하니 평소보다 모터의 회전수는 더욱 빨라지게 됩니다. 실제로 평소보다 더 큰 모터 회전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됩니다.

평소에는 20분이상을 거뜬히 비행하던 기체가 프로펠러의 착빙이 발생하면 4분만에 배터리가 얼마 없다는 경고등을 번쩍입니다. 이 상태에서 배터리를 교체해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프로펠러의 얼음을 제거해줘야 하는데 얼음을 제거한 후 비행을 하다보면 다시 프로펠러에 착빙이 됩니다.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하나, 기온이 올라가거나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눈이 내리는 날 비행할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프로펠러에 묻은 눈이 얼면 역시 위와 같은 경우가 발생합니다.

3. 예열

추운 날 비행을 할 때에는 기체를 이륙시킨 후 일정시간 정지비행(호버링)을 해주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 호버링을 하면서 배터리도 열을 받게 되고 기체 내부의 부품도 열을 받아서 배터리나 부품이 일정 이상의 온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비행을 하기 위함입니다.

드론의 사양을 잘 살펴보면 작동 온도가 영하 10도에서 영상 40도 범위로 되어 있습니다. 너무 더워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추울 경우 전자 부품이 제대로 작동하지않을 수 있습니다.

설원 속에서 스키 혹은 보드를 타는 친구의 멋진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해줄 때에는 특별히 보온에 신경 쓰세요. 대부분의 스키장은 꽤 춥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기체나 배터리를 외부에 오래 방치해 두는 것은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태그:#드론, #착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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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좋아하고 대학 내에서 드론교육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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