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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광천 터미널에 홍주여객 버스들이 정차해 했다.
 충남 홍성군 광천 터미널에 홍주여객 버스들이 정차해 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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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 마을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자가 줄면서 그나마 운행 중인 버스의 배차 횟수가 덩달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초 갑자기 버스가 끊긴 홍성 내현 마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는 주민 수가 123명인 작은 시골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70대 이상의 고령이 대부분이다. 19세 이하의 어린 학생은 단 4명 뿐이다.

이 작은 마을에 최근 문제가 생겼다. 지난 1월 1일자로 마을 앞을 오가던 홍주여객 버스의 운행시간이 하루 6번에서 2번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는 내현 마을 회관을 찾아 마을 주민들을 만나봤다. 주민 A(70대)씨는 "하루 여섯 번 다니던 차가 하루 두 번으로 줄었다. 이루 말 할 수 없이 불편하다"며 "첫차는 7시, 마을로 들어오는 막차는 6시 25분이다. 겨울에는 해도 일찍 떨어지고, 농사일도 없어서 그 시간이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라고 호소했다.

"물리치료 받으러 가야 하는데..."

고령의 노인들에겐 버스비가 무료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버스비라도 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주민 B(80대)씨는 "홍성병원으로 물리 치료를 받으러가야 하는데 발이 묶여서 갈수가 없다"며 "병원이라도 갈 수 있게 오전 9시 30분쯤 읍내로 나가는 버스와 오후 2시쯤에 마을로 돌아오는 버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회사가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한다니 차비라도 내고 싶다. 홍성에서 우리 마을까지 오려면 택시비가 1만 2천원이다. 2천원이든 3천원이든 차라리 차비를 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홍주여객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주여객 관계자는 "기존의 노선에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할 경우 차량의 증차와 동시에 기사도 40명 더 채용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연간 25억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 52시간제도 지키면서 노선을 운영하려다 보니 이용자가 거의 없어 빈차로 다니는 노선을 중점적으로 줄일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현리처럼 배차 횟수가 대폭 줄은 지역의 경우 '마중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크게 불편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중버스는 홍주여객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내현리 마을회관에 모인 마을 주민들. 줄어든 버스의 배차 시간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내현리 마을회관에 모인 마을 주민들. 줄어든 버스의 배차 시간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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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중버스는 주민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주민들은 마중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도 상당히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공공버스 형태로 운영되는 마중버스의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운행이 되지 않고, 이용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공버스인 '마중 버스' 투입하긴 했지만....

마을 주민 박재순(69)씨는 "마중 버스는 이용시간도 제한되어 있고 주말에는 이용할 수가 없어서 불편하다. 게다가 마중버스를 이용해 홍성을 오가려면 하루에 버스를 4번이나 갈아 타야 한다"며 "얼마전 홍성 읍내에서 휴대전화로 마중 버스를 불러 봤는데, 마을로 오기 위해선 구항에서 1시간 30분이나 마중버스를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추위에 덜덜 떨며 마중버스를 기다릴 바에는 차라리 마을까지 걸어 오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나는 젊어서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하지만 노인 분들은 걷는 것조차 어렵다"며 "마을 주민들이 홍성 읍내에 나가지 않으니까 읍에 있는 병원들도 이전보다 환자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지역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군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홍성군청 관계자는 "내현리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홍성군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우선 읍면의 의견과 주민 의견을 정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마중 버스 , #홍성군 마을 버스 , #버스 운행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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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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