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방송된 SBS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편

지난 29일 방송된 SBS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편 ⓒ SBS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지역마다 '빌런(악당)'이라 불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노력하기보다 편하게 결과만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 음식과 손님을 대하는 책임감보다 본인의 자존심이나 수익성을 우선으로 여긴다는 것, 방송의 혜택은 누리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문제점을 인정하거나 변화하는 데는 소극적인 불통 마인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방송중인 '홍제동 문화촌'편에 등장한 팥칼국숫집은 <골목식당>의 빌런이 되기위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주방을 책임진 팥칼국숫집 여사장은 방송 내내 백종원의 조언을 제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불통의 면모를 보였다.

깊은 맛을 내기 위하여 조리법을 바꿔보라는 백종원의 지적에도 기존에 배운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가 하면, 숙제를 제시하는 백종원에게 당장 '국산 팥을 구해달라', '조리비법(레시피)부터 가르쳐달라'는 등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정작 본인이 내키지 않는 지적이나 제안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꾸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팥칼국숫집의 가장 큰 문제는 방송의 콘셉트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넘어서 음식 장사에 임하는 종사자로서 기본적인 태도와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골목식당>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결코 백종원이라는 구세주가 알아서 모든 것을 다 해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29일 방송된 SBS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편

지난 29일 방송된 SBS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편 ⓒ SBS

  백종원은 경험 많은 전문가 입장에서 음식 장사에 필요한 조언을 해주고 대중적으로 좀 더 인기를 끌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뿐이다. 그 조언을 수용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장님들 개개인의 몫이다. 불행하게도 그동안 <골목식당>의 빌런으로 낙인 찍혔던 수많은 인물들은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팥칼국숫집도 예외는 아니다.

음식장사에서 그 가게만의 비법 레시피는 필수요소지만 그 자체가 충분요소는 결코 아니다. 백종원이 수많은 사장님들에게 늘 강조했던 것도 비법 자체보다 자신만의 비법을 숙달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과 경험의 과정이었다. 한때 빌런의 대명사였던 홍탁집이 백종원의 방식을 온전히 수용하고 개과천선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반면 솔루션 당시에는 백종원의 방식을 받아들여 수혜를 입고도, 방송이 끝난 후에는 초심을 잃은 모습으로 실망감을 준 가게들도 많았다.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모색하는 과정의 필요성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 팥옹심이에서 쓴 맛이 왜 나는지, 국산팥을 어디에서 구매하는지, 국산팥과 외국산팥을 재료로 썼을 때 원가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팥재료 1kg에 팥죽은 몇 그릇이나 나오는지 등은 백종원이 일일이 가르쳐주기 전에 사장님이 먼저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모색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팥칼국숫집 사장은 백종원이 '가르쳐주려는 것'보다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을 생각했기에 대화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백종원은 정답을 직접 알려주는게 아니라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고 '그것이 진짜 비법'이라고 여사장에게 직접 일깨워준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편

지난 29일 방송된 SBS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편 ⓒ SBS


문제는 방송이 나가고 있는 지금보다 솔루션이 끝난 이후다. 29일 방송분에서 백종원이 "사장님은 매사에 핑계가 많다"고 지적한 것, 그리고 예고편에서 "(방송이 끝나고) 원래대로 돌아갈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두 문장은 어쩌면 팥칼국숫집 사장님의 캐릭터와 문제점을 단적으로 함축한 표현이기도 하다.

몰라서 못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알고도 안 하는 것, 올바르지만 어려운 길보다 나쁘지만 쉽고 편안한 길만 골라서 가려는 것이야말로 더 위험하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는 백종원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결국 손님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방송은 몇 주면 끝이 나지만 영업은 그 이후로도 계속된다. 음식과 손님을 대하는 정성보다 자신의 고집과 편리함을 중시하는 사장님이, 방송이 끝난다고 해서 쉽게 바뀔  리 만무하다. 슬프게도 대한민국의 많은 요식업 사장님들이 비판을 받는 대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팥칼국숫집의 미래도 지금까지 나온 방송분보다 솔루션 이후에 얼마나 개선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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