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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과거에 당시 검사장이 '조폐공사의 파업을 내가 유도했다'고 기자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공언할 정도로 노조 활동에 대한 공안몰이가 심했고, 과거 당시 법무부장관은 '선거에서 지역감정을 일으켜야 된다'는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결의 자리에 참석한 후 이 사건을 도청 사건으로 둔갑시켜 선거 과정에서도 공안몰이를 한 전력이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 정보기관을 동원해서 댓글 작업을 한 사건을 감금 사건으로 환골탈태시켜 공안몰이를 한 전력도 멀지 않은 과거입니다. 검찰로서는 이처럼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던 과거를 영광된 황금 시절로 믿고 있을 여지도 있다는 추측이 듭니다. 
- 29일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중 일부

김대중 정부 당시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을 '취중 고백'한 장본인은 진형구 대전고검 검사장(사건 당시 대검찰청 공안부장)이었다. YS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부산 지역 정부 고위 인사들이 모여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던 '초원복집 사건'의 주역은 퇴임한 지 고작 2개월이 지났던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었다.

국정원 직원 감금과 관련해 검찰이 감금 혐의로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 4명(이종걸, 김현, 강기정, 문병호)과 당직자 정아무개씨를 약식 기소(이후 2016년 1심부터 2018년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로 판결)했던 2014년 6월 당시 결재라인은 김진태 검찰총장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었다.

이처럼 진 부부장검사가 환기시킨 대표적인 공안사건들은 정치권과 결탁돼 있었고, 그 주역들은 승승장구해왔다. 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30일 대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세 사건은 모두 대선과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이기도 했다.

30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과거 검찰의 무리한 기소 후 무죄를 받기까지 3년 가까이 말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라고 토로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이러한 '정치검찰'의 전력을 모르지 않을 터다. 임 전 실장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2011년 7월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년 8개월만인 지난 2014년 3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은 바 있다.

이렇게 진 검사가 정치검사, 공안검사들이 선거와 정치에 개입했던 전력을 소환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진 검사는 같은 글에서 "며칠 전, 조만간 전국 공안 부장검사들이 포함된 검찰 고위 간부들이 선거 관련 회의를 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라며 "선거제도가 일부 공직자들에 의하여 활용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고 밝혔다.

경찰은 틀리고, 검찰은 맞다?

그러나 보란 듯이 윤석열 검찰(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은 29일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해 무려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관련기사: 검찰, 송철호·황운하·백원우 기소했다 http://omn.kr/1mejh). 한 한국당 의원조차 "무더기 기소"라 부를 숫자였다.

검찰의 기소 리스트엔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아무개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정아무개 울산시 정무특보, 울산시 공무원 4명이 포함됐고, 이들 대부분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여기에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추가됐다. 울산시청 공무원들도 공직선거법 위반과 함께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특히 백원우‧박형철 두 전 비서관은 같은 날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로부터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더블' 기소(불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으로 발탁됐던 백원우(54)·박형철(52) 전 비서관이 29일 두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다. 현 정권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이들이 잇달아 기소된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던 조국(55) 전 법무장관과 최강욱(52) 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포함하면 '문재인 청와대'에서만 민정수석실 고위 공직자 4명이 총 7건에 걸쳐 재판을 받게 됐다.

같은 날 <조선일보>의 <'조국 민정실' 두 실세 백원우·박형철, 하루에만 두 차례 기소>의 기사  서두다. 이 문맥만 놓고 보면, 하나의 잘 짜인 프레임이 완성된 것도 같다. 조국 민정수석으로 출발해 문재인 청와대를 아우르는 검찰의 전체 그림말이다. 이날 검찰의 기소를 두고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은 이렇게 비꼬았다.
 
정경심. 소환조사 없이 1차 기소. 최강욱. 소환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 황운하. 소환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 인디언 기우제 수사 방식에 이은 윤석열 검찰의 21세기 신종 수사기법. 이른바 '옴마니반메홈 관심법' 수사.

'니 죄는 대면 조사 안 해도 우리는 다 안다.' '니 죄는 니가 알겠지.' 유죄 입증을 검찰이 하는 게 아니라 무죄 입증을 니가 알아서 하라는 원님 검찰. 백번 양보해 피의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아 강제조사 하는 게 어렵나? 대면 조사하고 방어권 보장한 뒤 기소를 하든 불기소를 하든 판단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앞서 설 연휴 직전이던 23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법무부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 발표하기 30분 전에 전격 (불구속) 기소했던 검찰의 행태는 어떠했나.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법무부의 검찰 중간 간부 인사까지 시간적 여유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소환조사 없는 기소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패싱' 논란까지 자처하며 최 비서관에 대한 전격 기소를 명절용 '밥상머리 정치'의 제물로 삼았다는 의구심을 사지 않았는가.

절차와 더불어 기소 시점은 어떠한가. 대검 관계자는 이 무더기 기소에 대해 "(수사가) 더 지체되면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기소를) 더 미룰 수 없다"며 "(임 전 실장 등) 향후 대상자들은 국회선거 이후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소가 터져 나온다. 4.15 총선을 70여 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검찰의 이 '무더기 기소'는 괜찮고, 2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사건 수사는 틀렸다는 논리는 어디서 비롯됐는가. 윤석열 검찰이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던 과거를 영광된 황금 시절로 믿고 있을"거란 진 검사의 추측을 믿을 수밖에 없는 건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하고 추미애 장관이 실행한 윤석열 검찰 대학살은 전두환 정권의 야만보다 더 심각한 야만이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하고 추미애 장관이 실행한 윤석열 검찰 대학살은 전두환 정권의 야만보다 더 심각한 야만이다”고 비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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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의 동반자 
 
미국의 FBI 국장 임기는 10년으로 대통령이 재선하더라도 임기 중 교체할 수 없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검찰 인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방지함으로써 검찰이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직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겠음. 
- 자유한국당 '국민과 함께 하는 2020 희망공약개발단'의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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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무더기 기소를 자랑하던 29일, 공교롭게도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검찰총장 임기를 현행 2년에서 대통령의 임기 5년보다 길게 6년으로 연장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검찰개혁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지난 9일 공수처 폐지와 검찰인사 독립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에 이은 2호 공약으로, 검찰의 예산 편성 독립과 검찰인사의 독립성 강화 등이 포함됐다.

한국당은 검찰총장 임기 연장을 내세우며 주 검사장 직선제를 시행 중인 미국의 검찰이 아니라 수사기관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임기를 예로 들었다. 웃긴다. 또 검찰인사의 독립성 강화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현행 11명의 검찰인사위원회 위원을 증원하여 구성한 검찰인사위원회에서 검사의 임명과 보직을 심의하고, 검찰총장이 추천하여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를 '괴물'이라 몰아세우는 한국당이 작금의 검찰개혁을 되돌리려 검찰총장에게 인사 전권을 쥐어준 뒤 법무부장관-대통령 라인의 재가와 임명으로 친정권 조직을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과거 공안몰이에 앞장섰던 그때 그 검찰을 부활시키겠다는 심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괴물' 검찰의 칼이 언젠가 자신들을 향할 거란 사실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작금의 커넥션이 그리도 단단한 건가.
 
저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검찰총장이 독단적으로 행사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규정합니다. 그것이 국회의 입법을 막아보려는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인사에 대한 저항인지 예단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은 그 뜻을 이루기는커녕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임종석 전 실장이 29일 쓴 글 중 일부다. 사실 잃을 신뢰도 그리 크지 않았다. 국민은 알고 있지 않나. 진 검사가 소환한 세 사건 외에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그 검사가, 서울시 간첩사건의 그 검찰들이 현직에서나 퇴직해서나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 

우리는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 청와대 수사를 통해 그 사실을 재확인한 것 뿐이다. 검찰총장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하겠다는 한국당이 그 발판이 되어줄 것이고. 

태그:#윤석열, #검찰, #임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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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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