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바람의 언덕>이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는 다소 생소한 상영방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바람의 언덕> 팀은 2020년 4월말까지, 전국 각 지역의 영화 커뮤니티와 독립예술영화 극장 등에서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을 포함해 20회 정도의 상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매회 상영을 마치면, 상영을 주최한 커뮤니티 혹은 개인의 소개와 극장의 소개를 포함하는 이 '아주 특별한 여정'을 연재글로 전합니다. 그 세 번째는 파주 헤이리 시네마와 영화 <재꽃>, <바람의 언덕>의 배우 장해금이 보내온 편지입니다.[기자말]
 
 <바람의 언덕>의 파주 상영회 포스터.

<바람의 언덕>의 파주 상영회 포스터. ⓒ 영화사삼순

 
"엄마한테 미안했고, 엄마의 마음 때문에 울음이 났어요"

<재꽃>에서 해별 역을 맡았던 배우 장해금입니다. 우선 <바람의 언덕>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예요. 가족이 나온 영화여서 왠지 포근하고 '힐링'이 됐고요. 하지만 가벼워 보이는 분위기보단 어딘가 무거운 무게를 지니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라서 더 좋았던 것도 같고. 영화를 보면서는 왜 한희는 영분을 미워하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원래 이날 '엄마와 딸' GV는 저와 우리 엄마가 모더레이터가 아니었는데요, 하지만 원래 분들이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감독님의 제안으로 엄마와 제가 하게 됐습니다.
 
 2017년 개봉한 <재꽃>에서 해별을 연기한 장해금 배우. <바람의 언덕>이 관객들과 만나게 된 2020년, 11살 초등학생에서 14살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2017년 개봉한 <재꽃>에서 해별을 연기한 장해금 배우. <바람의 언덕>이 관객들과 만나게 된 2020년, 11살 초등학생에서 14살 중학생으로 성장했다. ⓒ 영화사삼순

 
엄마와 전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항상 질문만 받았기에 질문을 해야 한다니까 굉장히 떨리더라고요. 내가 이끌어가야 하는데 실수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많았고요. 그래서 종이에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적어 놓고 몇 개를 추려놓기도 했어요.

만약 영분이 한희였다면 영분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한희는 고기 먹을 때 누구와 통화하는 시늉을 했을까. 또 영분 역의 정은경 배우께는 삭제된 장면을 녹음할 때 어땠는지를 물어 보기도 했고요. 마지막 질문, 엄마에게 제가 촬영하고 있을 때 어떤 기분으로 기다리는지를 물어봤어요.

엄마는 그 질문에서 울컥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도 엄마의 답변을 듣고 울어버렸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엄마한테 미안했고, 엄마의 마음을 알게 돼서 운 것 같았요. 마지막에 저 때문에 조금은 틀어진 GV였지만, 엄마와 제겐 뜻 깊고, 재밌고, 새로운 관객과의 대화였다.

글쓴이_장해금 배우
 
 <바람의 언덕>의 파주 상영회 현장.

<바람의 언덕>의 파주 상영회 현장. ⓒ 헤이리시네마

 
헤이리 시네마의 꿈은, 변했습니다

'꿈'이라는 건 조금씩 바뀌긴 합니다만, 가장 처음 꿈, '초심'을 떠올려보자면 '우리 가까이에, 작지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관, 작기 때문에 사운드와 화질이 마치 작업실만큼 좋을 수 있는 영화관, 운영도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어서 경제적 부담이 덜한 영화관'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저와 제 동생도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영화관 운영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했고,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10년 넘게 운영한 카페로써, 마을에 문화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헤이리 시네마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예술영화관입니다. 좌석은 30석, 2016년 8월에 개관해 지금까지 운영 중입니다. 헤이리 '커피공장103'의 3층 공간 절반을 개조해서 만들었습니다. KU시네마와 초기 멤버분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헤이리 시네마가 완성됐습니다.

<사돈의 팔촌>이라는 제 독립영화의 개봉시기가 겹쳐, 제 영화도 헤이리 시네마 개관 개봉작 중 하나입니다. 민망하기도 했지만 기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영화관을 운영하는 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헤이리 시네마가 잘 운영된다면 다른 사람들도 예술영화관 운영에 도전하겠지요. 독립영화인들은 영화 상영할 수 있는 곳이 늘 거고, 관객들은 다양한 예술 영화를 볼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이 가까이에 생기니 좋겠고요.
 
 파주 헤이리 시네마 건물 전경

파주 헤이리 시네마 건물 전경 ⓒ 헤이리시네마

 
하지만, 현실은 지원금과 카페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한들 로망은 가슴 속에 지켜가는 것이지요. 영화관이 잘 운영되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습니다. 저도 매년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는데 거기서 영화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과 맛집도 가고, 이야기도 나누지요.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걸 헤이리 시네마가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입니다. 참고로 맛있는 빵과 커피도 있습니다.

독립영화인들은 관객과의 만남이 다시금 창작욕을 충전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2019년은 GV를 한 달에 1~2번 했습니다. 단편영화 감독님들까지 합쳐 25번의 GV를 했네요. 관객 분들도 그들의 창작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창작이란 과정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인데, 그런 면이 관객 분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그리고 영화와 연계한 프로그램들도 진행합니다. 공연을 연계해서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회를 하기도 하고, 옆의 공방들과 연계해서 도자기 만들기, 조명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주민 분 중에 교수, 강사 분과 연계해서 강의를 구성하기도 하는데요, 철학 강의, 차(茶) 강의, 통일에 대한 강의 등을 진행했었습니다. 예술마을이라 주민 대부분이 예술가인 덕택이기도 하지요. 주민 분들도, 관객 분들도 흡족해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가 폭넓은 경험으로 확장되어 색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몇 가지 교육 활동도 했습니다. 재작년(2018)에는 월 정기적으로 어린이 영화 교실도 했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관련된 활동-토론,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작년(2019)에는 여름 방학을 맞아 2주의 청소년 영화 교실을 했었고요. 영화의 역사를 배우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영화를 따라 찍어보는 커리큘럼이었습니다.
 
 헤이리 시네마가 진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포스터.

헤이리 시네마가 진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포스터. ⓒ 헤이리시네마

 
자체적으로 영화제도 합니다. 작년엔 두 번, 단편영화제를 했는데요. 정말 좋은 단편 영화들이 많은데 일반 관객을 만날 기회가 없는 게 안타까워서 했습니다. 많은 관객이 오시진 않았지만 오신 분들은 대부분 좋아하시며 더 이런 기회가 많아지길 바라셨습니다.

또, 가교영화제도 했습니다. 에무시네마에서 시작한 기획전인데 헤이리 시네마도 같은 이름, 같은 의도로 했습니다. 에무시네마가 큰 도움을 주었지요. 파주가 접경 지역이다 보니 주민 분들이 통일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원했고, 안 그래도 통일에 관련된 좋은 영화들이 있었기에 추진해 보았습니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토론회, 감독님과 영상통화, 북한 음식 소개 프로그램,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풍성한 영화제를 했습니다.

 
 <한반도, 100년 전쟁> 올리비에 피에르 프랑수와 감독과의 영상 통화

<한반도, 100년 전쟁> 올리비에 피에르 프랑수와 감독과의 영상 통화 ⓒ 헤이리시네마

 
또 하나, 헤이리 시네마가 자랑스럽게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요. 이건 트뤼포의 명언에 기반합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단계는 한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두 번째는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독립영화인,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이른바 '극장전' 시리즈입니다. 현재 5편이 있고, 유튜브에 올라가 있습니다.

헤이리 시네마의 꿈은 변했습니다. 영화를 잘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예술영화관. 그것이 처음 꿈이었다면 지금은 더 다양하게 영화를 느끼고, 나눌 기회들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기쁨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쓴이_장현상 영화감독, 헤이리 시네마 대표
 
 <바람의 언덕>의 파주 상영회 현장.

<바람의 언덕>의 파주 상영회 현장. ⓒ 헤이리시네마

  
 <바람의 언덕> 파주 상영회를 찾은 관객들과 <바람의 언덕>팀

<바람의 언덕> 파주 상영회를 찾은 관객들과 <바람의 언덕>팀 ⓒ 헤이리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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