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강릉 하키 센터에서 U20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뒤 그라운드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3일 강릉 하키 센터에서 U20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뒤 그라운드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한아이스하키협회

 
U20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선배 대표팀 선수들이 올림픽 때 뛰었던 곳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대표팀은 3일 오후 8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20 IIHF U20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B 대회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크로아티아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최종전에서 만난 크로아티아는 3승 1패, 한국은 4승으로, 이기는 팀이 상위 디비전 진출권을 따게 돼 있었다. 결국 한국이 3피리어드에만 석 개의 골을 밀어넣는 막판 승부로 대한민국의 우승, 디비전 2 그룹 A 진출로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막내 최원호 골에 선배들의 추가점이 상위 디비전 이끌었다

첫 번째 피리어드부터 한국의 득점이 터져나왔다. 1피리어드 시작 3분만에 터져나온 골의 주인공은 문진혁(고려대)이었다. 중원에서 강환희(대명 킬러웨이즈)의 퍽을 받은 문진혁은 골리 사이로 퍽을 밀어넣으며 첫 골을 뽑아냈다. 뒷문도 든든했다. 김형찬 골리가 여럿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2피리어드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3피리어드 시작 1분 만에 한 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한국도 달아났다. 대표팀 막내 최원호(경복고)가 7분 30초 경 센터 라인 부근에서 김재영(연세대)에게 퍽을 받아내 골로 연결시키며 달아났다. 그러자 크로아티아도 2분만에 골을 넣으며 스코어를 2-2로 원상복귀 시켰다. 

이후 한국은 제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12분 경 이민재(고려대)가 먼저 분노의 질주를 선보였다. 이민재는 한국 측 골대에서부터 상대 골대까지 드리블하며 상대를 수비를 제친 뒤 빈틈을 노려 바로 골로 연결시켰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김효석(연세대)가 상대의 패스를 가로챈 뒤 바로 추가점으로 연결시키며 크로아티아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놨다. 

경기장의 한국 관중들도 10초를 남기고 나서부터는 남은 시간을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며 한국의 대회 우승, 그리고 상위 디비전으로의 복귀가 확정되었다. 

김형찬 골리 "관중 응원, 동기 부여 되었습니다"
 
 이번 대회 주전 골리로 활약한 김형찬 선수.

이번 대회 주전 골리로 활약한 김형찬 선수. ⓒ 박장식

 
김형찬 골리는 이번 대회 내내 주전으로 활약하며 국가대표 수문장 노릇을 했다. 김형찬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고 나서 우승을 경험했던 적이 없었다"라며 "이런 값진 대회에서 인생 첫 우승을 전승으로 거뒀다는 것이 정말 큰 행운"이라 소감을 전했다.

"크로아티아가 다른 팀들보다 조직력이 더 좋아 고전했다"던 김형찬 선수는 "우리의 패널티가 유독 많았던 점도 경기가 힘들었다"라며 "그럼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실점해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끝까지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했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 부분에서도 끝까지 지킨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승리 요인을 답했다. 

김형찬 선수는 "이준호 주장이 경기면에서나, 생활면에서나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이고,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잘 뭉쳐질 수 있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열심히 노력해 진출한 디비전 2 그룹 A인 만큼 우리와 함께했던 후배들이 더욱 승승장구해 더 높은 디비전으로 올라갔으면 좋겠다"라며 후배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김형찬 선수는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더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지면서도 "추운 날씨에 찾아와주신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 응원해주시는 관중 분들 덕분에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앞으로도 한국 아이스하키 많이 사랑해달라"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훌륭했던 이번 대회... 내년에는 상위 라운드 경기
 
 지난 1일 강릉하키센터에서 U20 아이스하키 대표팀 백지선 감독과 김윤재 선수, 김재석 선수가 팬 사인회에서 아이들에게 싸인해주고 있다.

지난 1일 강릉하키센터에서 U20 아이스하키 대표팀 백지선 감독과 김윤재 선수, 김재석 선수가 팬 사인회에서 아이들에게 싸인해주고 있다. ⓒ 박장식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은 넓은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백지선 감독 역시 "선수들이 성인 대표로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던만큼, 성인 무대와 U20 무대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선수들 역시 기량을 한껏 드러냈다.

팬 서비스나 대회 운영도 좋았다. 유일한 주말 경기였던 1일 중국전에서는 선수와 백지선 감독을 대상으로 한 팬 사인회가 열려 강릉 하키 센터가 간만에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어린이 팬을 대상으로 한 아이스하키 체험 행사나 테이블 아이스하키 보드게임 시연도 이루어져 더욱 많은 팬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선수들은 내년 열리는 IIHF U20 세계선수권에서 디비전 2 A그룹으로 참가한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유럽권 국가의 더욱 나은 선수들과 상대해야만 한다. "U20 선수들도 성인 대표팀처럼 1부 리그에 진출했으면 한다"는 김형찬 골리의 바람이 이루어질지도 주목된다.

한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아이스하키 대회가 한 번 더 펼쳐진다. 2월 7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레거시 컵이 그것이다. 남녀 성인 대표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는 남자 대표팀이 KHL 쿤룬 레드스타와, 여자 대표팀이 체코, 독일, 폴란드를 상대로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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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U20 대표팀 강릉 하키 센터 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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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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