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10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 AP-연합뉴스

 
[2신 : 2월 10일 오후 2시 16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아래 오스카상)에서 돌풍을 일으킨 <기생충>이 결국 하나의 역사가 됐다. 감독상에 이어 해당 시상식 최고상에 해당하는 작품상까지 차지한 것. 총 4관왕이다. 이로써 <기생충>은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첫 본상 수상과 더불어 오스카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을 받는 첫 사례로 남게 됐다.

확실시됐던 국제영화상과 또 다른 부문 수상 등 다관왕을 예상하긴 했지만 작품상까진 논외였다. 백인 남성 중심인 아카데미 회원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로 전쟁 장르 영화인 < 1917 >이 각종 예측 사이트에서 1위를 달려왔기 때문. 

< 1917 >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모두가 강한 경쟁자들이었다. 동시에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시작하며 흠모해왔던 명장들이 대거 포진했기에 함께 후보로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스카는 <기생충>을 선택했다. 지난해 <기생충>을 넘는 돌풍을 일으킨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비영어권 영화로는 첫 작품상을 받을 것이 유력했지만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에 그쳤다. 일각에선 전통적인 영화사가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작품이라 그랬다는 설도 있었고, <로마>에게 작품상을 주는 건 오스카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는 원색적 의견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들어 여성, 비영어권 회원 가입 유치에 힘썼던 미국 아카데미 협회가 변화엔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강해지는 추세였다. < LA 타임스 >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원하는 것보다 오스카가 더 <기생충>을 원한다'는 제목으로 올해 최초 비영어권 작품상 주인공은 <기생충>이어야 하는 당위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작품상의 수상 소감은 프로듀서의 몫이다. 수상 발표 후 단상에 오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감격스런 표정으로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 벌어지니 기쁘다. 지금 이 순간 뭔가 상징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한 역사가 이뤄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카데미 측의 변화를 짚은 셈. 

그간 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홍보 일정을 돌며 힘을 실은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도 단상에서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의 미소, 헤어 스타일, 작업 방식 모두 좋아한다"며 그는 "특히 한국 관객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우린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개 부문을 휩쓴 <기생충> 팀은 현지를 찾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 일정을 소화한 후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수상의 기쁨을 누리진 못했지만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도전 또한 의미가 크다. 이날 연출자인 이승준 감독은 유가족 2명과 함께 시상식에 참여했다.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은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이 스케이팅을 배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러닝 투 스캐이트보드 인 어 워 존>이 수상했다.


[1신 : 2월 10일 오후 1시 10분]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 전시된 TV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이 각본상을 받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 전시된 TV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이 각본상을 받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으로 오스카 본상 부문에 진출에 3개 부문을 석권했다. 10일 오전(한국시각 기준)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각본상, 국제영화상에 이어 감독상까지 받았다. 

일찌감치 국제영화상은 유력하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그 외에 또 어떤 상을 받을지 촉각을 세우던 차였다. 진행 순서상 각본상을 먼저 받은 봉준호 감독은 함께 시나리오를 집필한 한진원 작가와 단상에 올라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니지만 한국의 첫 오스카 상이다.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함께 오른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며 "제 심장인 모든 충무로 필름메이커들, 스토리텔러들과 이 영광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감격은 계속 이어졌다. <레미제라블> <페인 앤 글로리> <허니 랜드> 등을 제치고 국제영화상 수상자로 호명된 것. 봉준호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첫 해에 상을 받게 돼 의미가 더욱 깊다"며 "이 영화를 만든 멋진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와 있다"는 말과 함께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박명훈 등 배우들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감독상 발표 전 시상식장의 분위기는 절정으로 달아올랐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 1917 >의 샘 멘데스,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등 쟁쟁한 명장들과 후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감격에 겨운 표정이었다. 무대로 오른 그에게 시상자인 스파이크 리 감독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순간 후보자 감독 모두가 박수 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봉준호 감독은 이 순간에도 재치를 발휘했다. "조금 전에 국제영화상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하고 있었는데..."라고 운을 뗀 그는 "어릴 때, 영화를 공부할 때 내가 항상 가슴에 새긴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다. "그 말은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카메라가 마틴 스코세이지를 비췄고 객석 모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의 영화를 보며 학교에서 공부했는데 후보에 같이 오른 것도 영광이지만 이렇게 상을 받을 줄 몰랐다"며 "제 영화를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부터 좋아했던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 정말 사랑한다. 또 같이 후보에 오른 분들 다 멋진데 오스카 주최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5등분해서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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