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도청 옆에 농성장이 꾸려졌다.
 충남도청 옆에 농성장이 꾸려졌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서산 지곡면 산업폐기물 처리장을 둘러싼 갈등이 '사업자 대 주민'에서 '주민 대 충남도'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달 31일 서산시 지곡면 산업단지 내 폐기물 처리장의 영업 범위 제한 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영업 범위 제한이 풀릴 경우, 전국의 유독성 쓰레기가 서산으로 몰려 올수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전국 폐기물 몰려올 수도... 충남도가 안전장치 해제)

급기야 지난 2월 7일 한석화 주민대책위원장은 충남도청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단식 농성 6일째인 지난 12일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겨울비가 내려서인지 천막 농성장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아 보였다.

단식 중인 한석화 주민대책위원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농성장 내에 설치된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백윤 서산환경파괴시설백지화연대 집행위원장이 대신 기자를 맞아 주었다.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한석화 위원장은 지병도 있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며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기자가 농성장을 찾기 직전인 12일 오전 양승조 충남지사도 농성장을 찾았다고 했다. 농성 6일이 지나서야 도지사가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충남도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양승조 지사가 주민들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백윤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한석화 위원장이 단식에 들어간 직후부터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아래는 이백윤 집행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양 지사가 재량권 사용해 삭제 조항 원상 복귀해야"
 
이백윤 집행위원장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백윤 집행위원장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 양승조 충남지사가 농성장을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얘기가 있었나.
"양승조 충남지사가 오늘(12일) 오전에 다녀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가져 오진 않았다.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까봐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일단 양 지사에게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말했다. 두 가지 인데 하나는 산단 계획의 부가조건을 삭제한 것을 원상회복하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업자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폐기물처리는 기본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할 공공의 영역이다. 양승조 지사에게도 충남도가 공적인 역할을 맡아 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양 지사는 한번 처리한 행정행위를 원상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충남도가 '부가 조건'을 삭제한 것이 불법이 아니듯이 그것을 되살리는 것도 불법이 아니다. 재량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양 지사가 재량권을 발동해 삭제 조항을 원상 복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사업자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사업자의 행태를 믿을 수가 없다. 사업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해당지역 산단 폐기물만 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누가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사업자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매립지역을 교묘하게 넓혔다. 대용량 유독성 폐기물이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믿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다양한 단체에서 지지방문을 오는 것 같다.
"서산 지곡면 주민들과 한석화 위원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위문 방문했다. 당진과 홍성 지역에서도 폐기물 처리장 건립 문제로 주민들이 투쟁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방문해 힘을 실어 주었다. 지역에 있는 노동조합과 정치인들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사업자 측은 폐기물 관리법상 영업범위를 제한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법조항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업자와 해당 지자체의 '합의 효력', 즉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신의 성실의 원칙이 법조항에 우선한다고 보는 것이 우리 주민대책위의 입장이다. 그것이 재판의 중요한 쟁점 사항이다.

실제로 신의성실의 원칙이 우선시된 판례도 있다. 다퉈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1심이 거의 끝나고 판결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충남도에서 부가 조건을 삭제하는 바람에 재판 자체의 의미가 많이 축소된 상태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도가 급하게 조항을 삭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점이 유감스럽다. 감사원이 조항 삭제를 권고한 것은 맞다. 하지만 충남도는 재량으로 조항을 삭제 하지 않거나 삭제 시점을 판결 이후로 늦출 수도 있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는 송달 된 지 2개월 이내에 회신하도록 되어 있다. 12월 20일 감사 보고서가 송부됐다. 2월 19일까지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1월 29일에 서둘러 처리한 것은 이해 할 수가 없다."

- 한석화 위원장이 단식중인데,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사실 그게 걱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석화 위원장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다. 우회로가 있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우회로가 없다.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 위원장이 단식을 멈추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석화 주민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석화 주민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태그:#한석화 , #서산 산업폐기물처리장 , #이백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