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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공장공장은 '괜찮아마을'을 운영 중이다. 대부분 도시에서 내려온 청년들은 그냥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며 즐겁게 일한다.
▲ 목포에 내려간 도시청년들 목포 공장공장은 "괜찮아마을"을 운영 중이다. 대부분 도시에서 내려온 청년들은 그냥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며 즐겁게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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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은 삼포세대(취업, 결혼, 출산 포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지역에 내려와 창업하고 결혼도 했네요. 도시생활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다른 삶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청년들이 알면 좋겠어요".

서울 출신 이상혁 대표(35, 속초 소호 259 게스트하우스 운영)는 5년 전 강원도 속초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금융권에 종사하며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했으나 마음 한 편에서는 여행과 숙박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차올랐다. '서울살이를 접고 지역에 내려갈까?'를 묻자, 주변에서는 다들 말렸다.

나이 서른 즈음에 '탈 서울'을 결정했다. 연고 없던 지역에 내려와 원하던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5년. 사업은 2호점으로 확장됐고, 조만간 카페도 오픈할 예정이다. 새로 오픈하는 카페는 아내가 총괄 매니저다. '서울살이' 중이던 여자는 '속초 사람'이 된 남자를 소개팅으로 만나 '지역살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지역에서 제 2의 인생을 맞이한 이들은 그간의 지역살이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서울청년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들이 도시청년을 채용하는 계기는 <청정지역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청정지역 프로젝트는 '서울청년, 지역으로 가다' '서울청년, 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다'라는 취지를 가진 청년 일자리+지역 상생 모델. 서울시와 전국 지자체가 협약을 맺고,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300여명을 '괜찮은' 지역회사에 매칭하는 사업이다.

청년들은 3월 말부터 10개월 간 지역 회사에서 근무한다. 근무 날짜는 주 4일(주 32시간). 주 1일(8시간)은 따로 시간을 빼서 아동복지기관이나 노인돌봄센터 등 지역 커뮤니티에서 주민들과 교류하며 사회공헌활동을 한다. 도시청년의 지역 밀착을 돕고, 지역공헌을 통해 '워라밸'을 경험하게 하자는 취지다. 청년들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월 220만원(세전)으로, 월급은 서울시와 지자체, 지역회사들이 나눠 분담한다.

'괜찮은' 지역회사들, 서울청년 기다린다
  
부산 지역 청년들이 골목을 바꾸고자 했다. 부산 초량동 동네가 '이바구캠프'를 통해 알록달록해졌다. 청년들이 활기차게 일한다고, 지역 어르신들이 예뻐하신다.
▲ 청년 덕에 골목이 달라졌다 부산 지역 청년들이 골목을 바꾸고자 했다. 부산 초량동 동네가 "이바구캠프"를 통해 알록달록해졌다. 청년들이 활기차게 일한다고, 지역 어르신들이 예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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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0여 개 이상의 지역 기업들이 <청정지역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참여 기업들은 가(경북 대구)/나(경남 울산 전라 충청)/다(강원 제주 부산) 3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참여 기업들이 청년들에게 제안하는 일자리는 다양하다.

로컬 및 여행 기획자, 브루어(양조장)와 바리스타, 스포츠 체육 활동가, 지역 재생을 개척할 청년 프로듀서, 농수산물 마케터, 품질관리와 연구개발 직군까지. 지역에 '괜찮은' 회사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목포의 '공장공장'은 '괜찮아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냥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컨셉을 가진 이 회사는 3년 전 목포 구도심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직원들 대부분은 서울 출신. 이 공장에서 진행한 '괜찮아마을' 혹은 '괜찮아청년' 지원 사업을 거쳐 간 도시청년들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남았다.

올해는 도시청년들을 끌어들여 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경양식집으로 화려한 한 때를 보내다 세월을 못 이겨 폐업한 음식점은 복합문화공간과 코워킹스페이스로, 역시나 문을 닫은 낡은 여관은 신형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하기 위해 한창 리모델링 중이다. 여기 청년들은 요리사, 디자이너, 기획자, 아티스트 등 개성과 업무에 따라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나이 삼십대 초반 박명호-홍동우 두 대표의 직함은 '공장장'이다.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노마드라고 생각해요. 서울에 있다가 목포에 돌아오고, 카페를 하다가 요리도 하고요. 하나의 고정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다단계적인 삶을 살기를 원하죠. 그렇다면 서울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회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머무는 곳의 캔버스를 넓게 갖는다면 어디에서건 자신만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어요. 내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청년들에겐 더 이상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거죠. 내가 더 행복한 곳에 머무는 게 중요해요."

부산 지역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지역문화재생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 '공유를위한창조'도 이번 사업에 지원했다. 스스로 '지역을 재발견하고 기획하는 회사'라고 소개하는 이들은 '로컬 프로듀서'가 될 서울청년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청년들이 지역에 와서 뭘 얻을 수 있을까"라는 우문에는 "지역에는 알려지지 않은 자원들이 많다. 그 숨겨진 자원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현답을 내놨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우리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그 어떤 환경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해요. 도시에서는 다들 시스템화 된 업무에 지쳐있지 않나요? 여기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다양한 일을 추진하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어요. 부산 초량동에서 지역주민들과 마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바구 캠프'가 있어요. 이 프로젝트에서 3년 여 매니저 역할을 한 직원은 사업이 커지면서 따로 별도 법인을 내고 대표가 됐어요. 물론, 지역 어르신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고요".

'지역살이'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

그렇다면 지역은 '탈 서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모두 기회의 장일까. 먼저 지역에 내려온 '지역살이' 선배들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서울살이를 피해 무작정 내려온다거나 시골에서의 힐링만을 생각하면, 적응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동브루잉컴퍼니 이인식 공동 대표(42)는 자영업 경력이 상당하다. 서울 삼청동에서 한옥 카페를 운영했고, 술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아 이십대 후반부터 전통주 제조를 배웠다. 또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딸만큼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안동소주와 막걸리 등 술 관련 교류가 활발한 안동에 양조장 터를 잡은 게 우연이 아니다.

"지역이 기회라는 말은 맞지만, 아무 준비 없는 사람에게 다 기회를 주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나의 관심사를 알고 차근차근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고 한다면 지역만큼 흥미로운 곳이 없어요. 제가 안동에 내려온 이유는 술 만드는 분위기와 술을 아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었죠. 지역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서울 보다 더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제주에서 '해녀의부엌'(공연+다이닝)을 시작한 이는 제주 해녀의 딸이다. '육지사람'들이 해녀의 삶에 대해, 또 해녀 엄마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인생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고민을 안고 사업을 시작했다. 어쩌면 엄마 입장에서 섬을 벗어나 도시생활자로 살기를 바랐던 딸은 그렇게 엄마의 고향으로 U턴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딸은 해녀의 스토리를 담은 공연을 하고, 해녀들이 채취한 식재료를 갖고 식당을 운영한다. 이 곳 직원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도시생활자에서 자발적 섬 생활자가 된 이들의 조언은 따끔하고 현실적이다.

"제주의 바다를 매일 보니 얼마나 좋냐고요? 아뇨, 일을 하다보면 제주의 풍경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아요. 그저 힐링하고 싶다거나, 풍경을 보기 위해 지역에 내려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요. 섬이라는 공간은 잠시 여행자로 있을 때는 좋지만, 생활자에겐 불편을 주거든요. 도시에 자주 나가지 못하니 향수병이 올 수도 있어요. 그래도 지역에서 살아보겠다는 청년들에게 이런 말을 나누고 싶어요. 기성세대가 바라는 것처럼, 우리가 다 세계평화를 이루고 우주선을 만드는, 그런 거대한 성공을 거두면 좋겠지만, 누구나 그런 걸 이룰 수는 없잖아요. 대신, 서로 끈끈하게 챙겨주는 따뜻한 관계를 만들고, 작은 변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챙기려고 한다면, 그 기회는 분명 도시가 아닌 지역에 있을 겁니다".

서울 청년, 지역회사 지원하기

화려한 도시를 찾아 청년들이 빠져나간 지역들은 많이 늙었다. '로컬'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지만, '로컬 전성시대'는 아직 멀었다. 도시청년과 지역의 연결고리가 필요한 시점. <청정지역 프로젝트>(청靑정停은 청년이 머무는 곳이란 뜻)라는 이름을 갖고, 전국 150여개 이상 지역회사들이 서울청년들을 기다린다.

[부산]에서 [로컬 프로듀서]로, [속초]에서 [바리스타]로, [안동]에서 [브루어]로, [신안]에서 [섬마을 방과후 선생님]으로, [전주]에서 [디자이너]로, [제주]에서 [요리사]로. 청년들이 10개월 간 지역에 머물며 다양한 경험과 성장을 실험해볼 기회다.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서울에 주소지를 둔 청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서울시와 전국의 지역 기업, 서울청년이 함께 하는 2020 도시청년-지역상생 고용사업, <청정지역 프로젝트>의 지원 기간은 2월 10일부터 3월 8일까지. 서울시 홈페이지와 각 포털에서 #청정지역 프로젝트를 검색하거나, youthstay.org에서 지원 가능하다. 또는 '청정지역 프로젝트' 카카오톡플러스친구 문의(카카오톡 ID : youthstay20).
 
▲ 서울청년, 지역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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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시청년 지역상생 고용 사업인 청정지역 프로젝트의 공식 포스터. 서울시와 전국 11개 지자체, 170여 기업이 서울청년을 채용하고 있다.
▲ 서울청년, 지역으로 가다!  2020 도시청년 지역상생 고용 사업인 청정지역 프로젝트의 공식 포스터. 서울시와 전국 11개 지자체, 170여 기업이 서울청년을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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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강승민 시민기자는 <청정지역 프로젝트> 총괄 운영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정지역, #취업, #여행, #워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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