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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대전농협의 한 하나로마트 앞에 붙은 마스크 관련 공지.
 3일 오전 대전농협의 한 하나로마트 앞에 붙은 마스크 관련 공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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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7시 대전광역시 농협 하나로마트 A점, 아직 굳게 닫힌 문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약 2시간 30분 뒤, 매장이 열리자 '마스크 번호표' 배부가 시작됐다.

하나로마트 쪽은 오후 2시부터 물량이 풀리는데 세 개에 한 묶음짜리가 모두 80개 준비되며 번호표를 미리 구매한 사람만 물건을 수령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하나로마트 두 곳도 물량만 100개로 차이 날 뿐 판매방식은 똑같았다.

곧바로 큰소리가 났다. "왜 물량이 이것뿐이냐", "미리 당일 판매수량을 공지해주지 않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번호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미리 공지만 해줘도 2시간 반씩 기다리다 헛수고하진 않을 것 아니냐'고 했다. 하나로마트 직원들은 "저희도 아침에 출근해 봐야 물량을 확인할 수 있다"며 난감해 했다.

하나로마트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에 따라 정해진 공적판매처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26일부터 일일 마스크 생산량의 50% 이상을 하나로마트 등 공적판매처에 신속하게 출고하게 했다.

그런데 농협은 현재 하나로유통 홈페이지(https://www.nhhanaro.co.kr)에 마스크 판매일정만 공개하고 있다. 3일에도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하며 오랜 시간 대기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번호표를 배부한다'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몇 번까지 표를 받아야 마스크를 살 수 있는지는 당일 마트에 가서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또 대기하고 대기해야 한다.

농협 찾은 고객들 불만 폭발... 우체국은 어떨까
 
2월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문산읍 문산우체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시민들이 대기인원이 마감되자 돌아가고 있다.
 2월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 문산읍 문산우체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시민들이 대기인원이 마감되자 돌아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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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또 다른 공적판매처, 우정사업본부는 매일 오후 6시 이후 홈페이지(www.koreapost.go.kr)에 다음날 마스크 판매상황을 공지하고 있다. 단순 일정만이 아니라 읍면지역 1317개국 우체국과 대구·청도지역 89개 우체국별 판매시간, 수량까지 공개하는 방식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우체국별로 들어오는 물량이 다를 수 있어서 고객들이 혼선을 빚지 않도록 확보한 물량 그대로 판매 계획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체국마다 판매 수량이 다르고, 같은 규모여도 대구·청도는 코로나 특별관리지역이라 더 많은 마스크가 필요한데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적게 주고 있다"며 "수요자가 많다 보니 이런 부분들을 미리 알리는데, 워낙 구매하고 싶은 분들이 많아서 그래도 민원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매일 마스크 공급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나 물량은 약간씩 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식약처가 정한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어 최대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데 수량이 미리 나오지 않는다"며 "(가격도) 지난주 같은 경우 한 매당 800원 정도로 팔았는데 이번주는 단가가 올라서 10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언제 또 바뀔지 몰라서 가격까지 다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가격·수량 공개는 어렵지만... "우리도 고민 중"

농협도 최대한 빨리 고객들에게 마스크 물량 상황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농협 관계자는 "우리는 우체국과 달리 농림축산식품부과 매장별 마스크 판매량을 조정하다 보니 이 작업이 빨라야 오후 9시, 10시쯤 나온다"며 "그러다 보니 고객들한테 알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정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 시간을 자꾸 앞당기려 해 왔다"며 "오늘부터는 내부 시스템에 매장별 마스크 배분상황을 공지하고, 각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문자 등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과 수량을 고객에게 직접 공개하는 데에는 난색을 표했다.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읍·면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우체국과 달리 도심지역에서도 판매하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사재기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저희도 온갖 매장에서 대응하느라 난리"라며 "우체국과 판매시간을 맞추는 것 역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번호표를 받은 1천명이 길게 줄을 서 구매했으나, 수백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 농협 하나로마트 마스크 판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2일 오전 8시부터 서울 노원구 창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성인용 5천장, 유아용 5천장을 1인 5매 한정 선착순 판매했다. 번호표를 받은 1천명이 길게 줄을 서 구매했으나, 수백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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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로나19, #마스크, #공적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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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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