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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도교육청이 4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
 한 시도교육청이 4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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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000여 개 초중고 소속 학부모 수백만 명이 오는 21일쯤까지 학부모 총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식과 입학식도 줄줄이 취소했는데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은 뽑겠다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왜 지금 전국 학부모 총투표를?


4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에 따르면 대부분의 교육청은 초중고에 공문 등을 보내 오는 21일까지 학부모위원을 학교별 학부모 전체 투표로 뽑도록 지시했다. 방식은 전자투표다. 대상학교는 전국 1만3000여 개 초중고 가운데 4월 1일자로 새로운 학부모위원 임기가 시작되는 5000여 곳으로 추산된다.

이날 한 시도교육청은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교육부에서는 학부모위원 선출 시 온라인투표시스템을 안내하고 있으니 적극 협조해주시라"면서도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직접투표로 진행하는 학교에서는 투표기일을 2일 이상 확보해 학부모들이 분산하여 투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공문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각급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 선출 및 학부모 총회에 많은 혼선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별도 공문이 없을 경우 기존 안내사항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대부분의 시도는 조례를 통해 학교운영위의 임기를 4월 1일로 규정하고, 임기 시작 10일 전까지 위원 선출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위원 임기는 1년이다. 하지만 위원 연임 규정 때문에 올해 투표에 나서는 학교는 전체 학교의 절반가량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전국 학부모들은 학부모위원 선거를 오는 21일까지 마쳐야 한다. 단, 후보자 숫자가 적을 때는 학교별로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올해는 감염병 위험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한 곳에 모여 직접 투표하는 방식 대신 전자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신입생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학교가 전체 학부모 대상 투표를 강행하려는 모습에 대해 '황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전자투표를 하더라도 학교가 학부모 핸드폰번호를 알아야 하는데 신입생 학부모의 경우 이 또한 제대로 수집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지역 한 고교 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국가비상상황에서 입학식과 개학식도 못하고 감염병 예방을 위해 총력 경주하고 있는데 학부모 총투표를 강행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냐"면서 "지금 학교엔 신입생 학부모 전화번호도 거의 없다. 가정통신문으로 후보자 약력도 알릴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선거를 하겠다는 것인지 기가 막힌 일"이라고 비판했다.

학교 교직원들도 교육청에 항의전화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학부모위원 선출 시기는 시도 조례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일괄로 연기토록 지시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 "지금으로선 교육감이 연기 여부를 자체 판단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교육부가 최근 시도교육청에 보낸 학교운영위원회 온라인 선거 안내 자료.
 교육부가 최근 시도교육청에 보낸 학교운영위원회 온라인 선거 안내 자료.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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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진 교육부 "연기 지시하면 월권"?

이날 현재 교육부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을 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모두 오는 21일까지 학부모 총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어제(3일) '학부모위원 선거에서 온라인 투표시스템을 활용하라'는 공문을 보낸 걸 보고 우리 교육청은 '투표를 21일까지 진행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면서 "학교운영위가 초중등교육법에 근거 규정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이렇게 남의 일처럼 교육청에게 연기 여부 결정을 떠 넘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위원 선거 기한을 기존 3월 21일에서 30일로 9일 연장하는 1단계 조치를 최근 학교에 전달했다. 이 교육청은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면 2단계 조치로 '학부모위원 선출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태그:#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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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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