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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자원봉사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가격리자에게 보낸 ‘희망-Dream KIT’에 담긴 개인위생용품, 생필품.
 경기도 자원봉사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가격리자에게 보낸 ‘희망-Dream KIT’에 담긴 개인위생용품, 생필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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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불확실합니다. 코로나는 확산하는데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불완전합니다. 우리들의 불안과 염려는 어쩌면 당연합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관심이 클 것입니다. 최근 정부와 보건당국, 시민사회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모임을 자제하고 집과 같은 안전한 곳에 머무르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접촉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로 인해 고독이나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활동량이 줄어서 생활의 활력이 줄어들 수도 있지요. 그렇기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의 신체와 마음을 챙기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일단 무엇보다 우리의 염려와 걱정은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감정을 우리들 스스로 발전시키거나 증폭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친 불안과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적절한 대처(coping)입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관할 보건소나 1339 콜센터, 혹은 지역번호+120 콜센터에서 먼저 상담을 받은 후에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한 후 선별진료소를 방문하여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가장 흔한 증상은 열, 피로 및 마른기침입니다. 일부의 경우 통증, 코막힘, 콧물, 인후염 또는 설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감염 사례의 80%는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되지만, 6명 중 약 1명은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고 호흡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나 고혈압, 심장질환 또는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명률은 2%로 열, 기침 및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면 코로나19가 당장 염려되지 않는 경우라면 내 건강과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살피는 것이 할 일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신체건강 돌보기가 마음건강 돌보기이고, 마음건강을 살피는 것이 신체건강을 챙기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것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 구분해야

우리의 건강을 돌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16년 전인 2003년,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아형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로 인해 중국과 홍콩은 수천 명 감염과 수백 명의 사망을 먼저 경험한 바 있습니다. 홍콩의 마인드에이치케이(Mind HK)에서 발간한 자료인 '바이러스 발생 동안 우리의 정신건강 돌보기와 잘 지내기(Managing our Mental Health & Staying Well during a Virus Outbreak: Responding to 2019-nCOV)'를 주로 참고하고 제 생각을 조금 보태어 정리해보았습니다.

어느 정도의 불안은 정상적 반응일 수 있지만 코로나19 관련 소식에 너무 몰두하게 되고 마음이 눌려 예민하게 된다면 지나친 것일 수 있습니다. 마음쓰임으로 인해 일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잠들기 힘들어지거나, 불안에 동반된 가슴두근거림이나 숨가쁨은 불안으로 인한 마음증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저의 진료실에 코로나19 사태로 공황발작 증상을 느껴 찾은 분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몸과 마음의 염려에 대해 털어 놓으시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적절한 약물의 처방을 통해 차차 회복 중이십니다. 이처럼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한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진료실을 찾지 않더라도 일단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잘 살피고 인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이 불안한지, 우울한지를 살펴보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mindfulness)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상황의 불확실성입니다. 이런 가운데에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과 무언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루에 1, 2번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몸을 편안하게 이완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완이 익숙하지 않다면 몇 가지 스트레칭 동작을 통해 상체와 하체, 몸통 근육의 긴장을 풀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오랜 실내 생활에 너무 답답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적당한 활동과 운동은 기분에 활기를 더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벽에 등을 기대고 하는 스쿼트(앉았다가 일어나기), 벽 짚고 하는 팔굽혀펴기가 큰 부담이 없이 할 수 있는 근육운동입니다.

저는 일을 하다가 중간에 짬이 나면 계단을 오릅니다. 상가 건물이나 아파트 계단은 행인이 별로 없기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운동을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게다가 계단오르기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괜찮은 운동방법이기도 하지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공원 산책까지 자제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타인과의 거리를 1미터 정도 두도록 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는다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스크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공적 마스크' 라는 이름으로 5부제 구입을 해야 할 정도로 마스크 수급이 어렵습니다. 비말을 통한 호흡기 전파가 염려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돌보는 간병인이나 의료진들, 혹은 기침, 콧물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착용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손세정제나 비누로 손을 자주 씻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단서도 달았습니다.

감염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대구, 경북 지역에 마스크가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명백합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감염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 본인이 건강하고 인구 밀집지역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갈 일이 없는 경우에는 천마스크를 자주 빨아서 쓰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평소 신경 쓰지 못했던 것 챙길 좋은 기회

TV를 켜면 뉴스는 수시로 감염자가 얼마나 늘었고, 사망자가 얼마나 늘었으며, 마스크는 얼마나 모자란지를 알립니다. 그뿐 아니라 쉴새 없이 울리는 SNS 알림과 멈추지 않는 유튜브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실제 그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여댑니다. 적절하고 믿을 만한 소식을 아는 건 필요합니다만 지나치게 많이 SNS와 뉴스를 확인하는 건 불안을 높이고 스트레스 지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의 분비가 많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에 어떤 면에서는 감염의 위험성을 더하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만 믿을 만한 소식통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SNS와 뉴스 앱의 알람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대신에 가족이나 믿을 만한 친구와의 소통을 늘리시길 바랍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야 하지만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건 게을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직접 얼굴을 맞대는 시간은 비록 줄일지라도 SNS나 전화를 통해서라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가지는 건 큰 힘이 되지요. 대신에 코로나19 사태에 너무 몰두하여 이에 대한 불안과 염려만 주고받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짜 뉴스에 귀 기울이거나 실수를 할지언정 보건당국의 노력이 이미 실패했다고 규정짓고 패배의식을 공유하지도 않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 상황을 헤쳐나갈 사람들이 바로 대한민국에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을 챙길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도 어쩌면 소외된 대상들에 마음을 섬세하게 쏟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확대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환경오염으로 가속되는 지구온난화 속에 바이러스가 자라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비행기와 배편을 통해 편리하게 이동하고, 사회에 적응이 힘든 사람들을 시설 안에서만 지내게 하고,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지 못해 그들이 비밀스러운 종교에 몰두하게 만든 것이 우리들 자신일지도 모르지요. 이 사태 이후에 어디에 우리의 마음을 쏟아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가장 아픈 곳이 몸의 중심, 가장 아픈 곳이 사회의 중심

그 전에 내 마음에 대해서,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해서 돌아보시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과도한 소비 속에서 내가 사는 집의 위생과 환경을 챙기지 못한 건 아닌지 살펴보면 어떨지요. 내가 버려둔 공간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묵은 물건들을 버릴 것과 나눌 것으로 구분하여 챙기고 말이지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이 시간이 미니멀리즘을 실천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가장 어려움과 곤란을 겪는 지역과 그곳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가장 아픈 곳이 몸의 중심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장 아픈 곳이 이 사회의 중심입니다. 아픈 분들을 위한 기부와 나눔을 실천해보면 어떨지요? 지역사회 안에 장애인지원 유관단체가 있다면 연락하여 도움을 드릴 방법을 모색해도 좋겠고요. 간단한 검색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을 도울 수 있는 모금 계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감염에 주의하되 일상으로 가능한 한 빨리 돌아가길 바랍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외출이 현저히 줄고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지금의 시기를 지나 맛집의 맛있는 음식을 통해 소상공인도 돕고 우리들의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도 될 때가 어서 오길 바랍니다. 기분 좋게 교외로 나가 따뜻한 봄바람을 맞이할 날이 오길요.

최근 아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영국 공영방송 BBC 기자의 인터뷰를 들었습니다. 그 기자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으며, 그 기반은 이 사회가 추구하는 투명성과 정확성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그 가치를 우리가 잃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로 글을 마칩니다.

"신이시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를,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참고문헌>
1.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http://ncov.mohw.go.kr/
2. Mind HK. Managing our Mental Health & Staying Well during a Virus Outbreak: Responding to 2019-nCOV(2020).
3. 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2019
4. http://ko.wikipedia.org/wiki/평온을_비는_기도

덧붙이는 글 | 본 기사의 내용은 '이로운넷'에도 동시게재 됩니다.


태그:#코로나19, #몸, #마음, #돌봄,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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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좋아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입니다. 두 지역사회의 마음주치의이기도 합니다. 서울 은평구 살림의원, 경기도 구리시 느티나무의원, 원진녹색병원에서 주 1-3일 순회하며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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