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음원 플랫폼 '바이브(VIBE)'가 지난 9일 음원 정산 방식을 이용자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운영되던 비례 배분제 대신 이용자가 실제로 듣는 음악의 저작권자에게 직접 음원 수입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변경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음원 서비스 이용자들은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음악에 대한 이용료가 정상적으로 지불되지 않았던 것이냐?"라는 질문을 내놓기도 했다. 도대체 지금까진 어떻게 비용 정산이 이뤄졌기에 바이브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변화를 선택한 것일까?

국내외 음원서비스가 도입 중인 비례배분제란?
 
 네이버 VIBE가 지난 9일 아티스트와 사용자 중심으로 음원 사용료 배분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 VIBE가 지난 9일 아티스트와 사용자 중심으로 음원 사용료 배분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 네이버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 서비스뿐만 아니라 해외의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은 이른바 '비례 배분제'를 통해 사용자들이 지불한 금액을 각 음악의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이 지출한 총 금액을 전체 이용자의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저작권료를 산정한 뒤 특정 음원의 재생 수를 곱해 각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음원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선 비교적 관리가 용이하고 합리적인 방식이지만, 여기엔 맹점도 존재한다. 전체 이용자들의 재생 횟수에서 특정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용된 음원과는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특정 회원이 월 이용료 1만 원을 지불하고 가수 B의 노래를 한 달 내내 듣더라도 1만 원이 모두 B가수와 관련된 저작권자에게 지불되지 않는다. 

만약 A회원이 듣지 않는 가수 B, C 등이 음원 순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가 지불한 요금 중 일부는 B, C에게도 배분되어 지급되는 것이 현재 방식이다. 

상위권 음원에 유리 vs. 비주류 음악에는 불리한 현재 방식
 
 지난 1월 음원사재기 논란을 다뤘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현행 음원수입 비례배분제도가 사재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음원사재기 논란을 다뤘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현행 음원수입 비례배분제도가 사재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SBS

 
음원 순위 상위권에 오른 음원들의 경우 실제 이용 빈도 이상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적은 이용자수를 보유한 비주류 음악 계열은 그만큼 정산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음악계 안팎에서 꾸준히 지적되어 온 문제다.

​뿐만 아니라 비례배분제가 음원 사재기 유혹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상위권 순위에 오래 머물 수 있다면 실제 재생횟수 이상으로 음원 수입을 배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법,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높은 순위에 음원을 올려놓으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수입 배분법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어왔다.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등 유명 가수들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한때 일부 음원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본인들의 음원 공급을 중단하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네이버 상반기 중 VPS 도입... 음원 시장 왜곡 현상 해소 기대
 
 네이버 VIBE가 지난 9일 아티스트와 사용자 중심으로 음원 사용료 배분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 VIBE가 지난 9일 아티스트와 사용자 중심으로 음원 사용료 배분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 네이버

 
네이버 측은 바이브 이용자가 낸 요금이 실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구조로 변경하겠다고 지난 9일 공식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바이브 결제 시스템(VIBE Payment System, VPS)'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되면 이용료 정산 배분 과정의 투명성 확보뿐만 아니라 비주류 음악인들에 대한 합당한 처우 마련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물론 음원 및 유통업체, 저작권단체 등 유관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산 방식 도입을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여럿 존재한다. 

네이버의 의도대로 새로운 배분 방식이 정착된다면, 음원 순위 상위권에 가중된 수입이 조금이나마 고르게 분배될 예정이다. 음원 서비스에서 차별 받아왔던 인디 등 비주류 음악인들의 상황은 다소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내가 듣지 않는 가수의 음원에는 비용이 지급되지 않게 되면서 소위 '사재기 가수'에 대한 금액 지불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긍정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아티스트 친화적인 방식으로 정산방법을 변경한 것은 아직 바이브뿐이란 점은 아쉽다. 음원 서비스 업계 1, 2위 멜론, 지니 등 타 업체들이 여전히 기존 정산 방식을 고수한다면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의 음원 시장 왜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바이브의 변화는 불신이 팽배해진 음원 시장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해봄직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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