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황의조, 기성용, 이강인, 황희찬 등 여러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는 가운데 포르투갈에서도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측면 수비수 양성환(26). 178cm, 73kg의 신체 조건을 가진 그는 왼쪽과 오른쪽 수비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양성환은 과거 석현준이 뛰었던 비토리아를 거쳐 현재 포르투갈 2부리그 아카데미코 드 비제우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이메일을 통해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포르투갈 2부리그 아카데미코 드 비제우에서 뛰고 있는 양성환 양성환은 비토리아를 거쳐 현재 포르투갈 2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 포르투갈 2부리그 아카데미코 드 비제우에서 뛰고 있는 양성환 양성환은 비토리아를 거쳐 현재 포르투갈 2부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 양성환


축구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한 양성환은 2002년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에 대한 더 큰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축구부에 들어가면서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 선수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진학 문제가 가장 고민이었다.

"아버지께서는 프로구단 산하 중학교 입학을 원하셨지만 실력이 부족했고 진학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러던 중 아버지와 함께 조기 축구회에 참가하셨던 전 수원 FC 이준호 선수의 아버지께서 서귀포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좋은 감독님이 계시고 대학 진학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셔서 서귀포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서귀포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이후 서귀포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중앙 수비수로 경기에 나서며 2012년 제주일보 백호기에서는 팀의 우승을 도우며 수비상에도 수상했다.

"2010년 서귀포고등학교에 입학했던 해에 서귀포고등학교가 제주 유나이티드의 산하 유스팀이 되었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우수한 친구들이 합류했고 전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못하면 어디를 가더라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각오를 했고 김동해 코치님께서 좋게 봐주시면서 중앙 수비수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양성환은 수도권 대학을 목표로 했다. 당시 아주대학교 감독이었던 하석주 감독으로부터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주대학교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석주 감독은 전남 드래곤즈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아주대학교 진학은 어려워졌다. 그러던 중 울산대학교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지원한 결과 울산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처음에 아주대학교 진학이 어려워졌을 때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울산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당시 울산대는 수도권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지원도 좋은 학교였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울산대학교 진학 후 3학년이 된 양성환은 포지션을 중앙 수비수에서 측면 수비수로 변경하게 된다.

"서귀포고등학교 시절 김동해 코치님의 권유로 중앙 수비수로 경기에 나섰고 개인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신 있었던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프로에 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상철 당시 울산대학교 감독님과 면담을 했고 이후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되었다."

울산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준비하던 중 양성환에겐 다시 한번 어려움이 찾아왔다. 입단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팀과 계약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4학년 졸업을 앞두고 K리그1 한 팀에서 제의가 왔고 당연히 그 팀과 계약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당시 그 팀의 감독님이 사임하셨고 결국 계약을 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프로 입단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정말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 개인 운동을 하며 몸 상태를 유지하다가 유상철 감독의 권유로 강원 FC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은 양성환은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며 마침내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짧았던 한국에서의 프로 생활 그리고 유럽 진출
 
하지만 강원과의 인연은 길지 않았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 마감했고 2017시즌 후 강원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양성환은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해외 구단을 소개해 줄 수 있는 한국인 에이전트를 소개받았고 유럽 무대에 도전하게 되었다.

포르투갈로 향한 그는 포르투갈 3부리그 격인 데젬브루에서 3개월 동안 포르투갈 프로팀과의 계약을 목표로 훈련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현지에서 활동하며 데젬브루에 합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에이전트는 시즌을 마무리한 후 한국에 돌아가 있으면 팀을 알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잘되지 않았다. 휴가를 받아 한국에 들어와 있었는데 한국인 에이전트는 당장 포르투갈로 돌아가 팀을 알아보자고 말했고 포르투갈에 있는 다른 에이전트를 통해 한 달 정도 지난 후 비토리아와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기대감이 정말로 컸고 하루빨리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비토리아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프로 계약을 했지만 구단과 계약을 도와주었던 에이전트 사이에 문제가 있었고 나를 포함한 해당 에이전트의 선수들은 계약은 했지만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18/19 시즌에는 비토리아 U-23 팀에서 경기를 뛰었다. 프로 데뷔를 목표로 했고 1군 팀에서 경기를 뛰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1년 동안 그러지 못해 너무나도 아쉬웠다."

결국 양성환은 비토리아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지난해 8월 포르투갈 2부리그에 속한 아카데미코 드 비제우행을 선택했다.

"강원 FC, 비토리아에서 뛰었지만 결과적으로 프로 경기에 데뷔하지 못해 조급함도 있었다. 그래서 눈을 낮춰 프로 데뷔를 목표로 하게 되었고 이적을 선택하게 됐다."

그리고 프로 데뷔에 성공하면서 마침내 목표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프로 데뷔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포르투갈에서 프로에 데뷔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정말 좋았다. 이전부터 계속 몸 관리를 하면서 데뷔를 준비했기 때문에 긴장도 하지 않았고 큰 실수 없이 경기도 마무리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로부터 축하도 받고 주위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아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프로 데뷔에 성공한 그는 현재 리그 5경기, 포르투갈 컵 1경기에 출전했다.
 
포르투갈에서 생긴 목표들
 
아카데미코 드 비제우에서 뛰고 있는 양성환 양성환은 포르투갈에서 뛰면서 개인적인 목표도 생겼다고 말했다.

▲ 아카데미코 드 비제우에서 뛰고 있는 양성환 양성환은 포르투갈에서 뛰면서 개인적인 목표도 생겼다고 말했다. ⓒ 양성환

 
다행히도 양성환은 해외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다. 

"육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음식 부분은 크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한식이 그립기도 했지만 현재 함께 지내고 있는 아내가 잘 챙겨주고 있어 한식도 잘 먹고 있다. 언어 문제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처음 듣는 언어였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현재 일주일에 두 번씩 포르투갈어 수업을 받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언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수업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셔서 정말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경험한 포르투갈 리그는 어땠을까?

"포르투갈 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에 대한 제한이 없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때문에 팀 내에서 끈끈한 부분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을 더 중요한 것 같다. 경기 스타일도 세밀한 패스 플레이보다는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것 같다. 2부리그의 경우 각 팀들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지만 1부리그의 경우에는 일부 강팀들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포르투갈에서 생활하면서 목표도 생겼다.

"포르투갈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미래에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게 된다면 어떻게 그 선수들을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때문에 포르투갈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이나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한다. 축구 선수로서 활동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 이와 함께 미래에 유능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끝으로 그는 "축구 선수로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고 팀에 꼭 필요한 헌신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라며 "무엇보다 최근 코로나 19로 많은 분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모두 건강에 유의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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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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