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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자 정의당·민중당 등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정당 동참 여부가 화두입니다. 이에 대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선언>의 저자 임승수 작가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진보정당의 선거연합정당 동참 찬반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보수양당제 극복'과 '진보세력의 의회진출 확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그러한 정치 지형의 변화가 바람직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힘입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입법화됐다. 

그런데 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창당이라는 미래통합당의 꼼수로 인해의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오히려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상대로 전 당원 투표를 거쳐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자칫 미래통합당에게 제1당의 위치를 내어줄 수도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다.

정의당은? 민중당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와 류호정, 장혜영, 배진교, 강은미, 배복주 등 비례대표후보들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선거 정의당 비례대표후보 선출보고회'에서 '노회찬의 진심' 책과 장미꽃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와 류호정, 장혜영, 배진교, 강은미, 배복주 등 비례대표후보들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선거 정의당 비례대표후보 선출보고회"에서 "노회찬의 진심" 책과 장미꽃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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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정의당, 민중당 등의 진보정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녹색당마저 참여를 결정한 마당에 선거연합정당을 꼼수로 치부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부적만 이마에 붙이고 염불만 외우면 될까.

진보세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수양당제를 극복하고 진보 세력의 의회 진출을 확대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믿었기 때문 아닌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도(수단)일 뿐이며 보수양당제 극복 및 진보 세력의 의회 진출이 진정한 목적이라는 사실이다.

미래통합당의 꼼수 탓에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오히려 보수양당제를 강화하고 진보 세력의 의회 진출을 억누르는 장치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고수한다면서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는 행위다. 민주당과 녹색당 및 다수의 정당이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한 마당에 정의당과 민중당이 끝내 참여를 거부하면,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함으로 인해 정의당과 민중당 등의 진보정당 의석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단에 매몰돼 목적을 상실하진 않나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 사진은 지난해 5월 30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가 열릴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 사진은 지난해 5월 30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가 열릴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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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면 진보정당으로서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무슨 원칙을 훼손하는가? 선거연합정당에서 서로 정책을 협상하고 타협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평등, 평화, 통일, 생태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의석을 얻는 게 아니다. 그러한 타협과 훼손은 없이 진보적 가치를 힘있게 알릴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의회에 진출할 좋은 기회 아닌가.

정의당과 민중당의 원칙이란 게, 미래통합당의 꼼수 하나로 흔들거리는 부실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작정 고수하는 것이라면 더이상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보수양당제를 약화시키고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원칙이라면, 지금 이 순간 선거연합정당에 참여를 망설이거나 거부할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수단과 형식에 매몰돼 진정한 목적과 내용을 잃는 것이 과연 진보정당으로서 원칙적이고 현명한 행동인지 되묻고 싶다.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후순위에 배치하고 진보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앞순위를 배치한다면, 부실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오히려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 확대에 더욱 기여할 수 있다. 민주당 또한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고 있다. 정치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도 망설임 없이 선거연합정당에 투표할 수 있다. 자신의 투표가 소수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란 형식이자 수단일 뿐이다

지난 조국 사태의 여파 때문에 민중당과 정의당이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망설이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의당의 경우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지지했다가 여론의 큰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이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시 정의당이 조국 임명을 지지한 것에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뼈아픈 경험 때문에 정의당은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더욱 매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국은 조국이고, 비례정당은 비례정당이다. 두 별개의 사안을 혼동하지 않기 바란다.

모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원칙적인 사람이 가장 유연할 수 있다. 원칙이라는 것을 위해서 나머지 모든 사안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의당과 민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그 자체를 원칙이라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보자. 미래에 진보개혁 지지율이 70%이고 수구 세력 지지율이 30%라면, 과연 그때에도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할까?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수구 세력에게 의석을 30%나 배정하고 싶느냔 말이다. 그때는 오히려 비례성을 줄이는 것이 사회의 진보에 더 유리할 것이다. 선거제도란 형식이자 수단일 뿐이다. 진정한 목적은 사회 진보라는 것을, 정의당과 민중당은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태그:#임승수, #선거연합정당, #비례정당, #정의당, #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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