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 KBS


"민주노총 산하인 서울대병원 노조가 우한 코로나 사태 와중에 노조 교육이라며 단체 휴가를 내고 딸기 따기 체험을 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코로나 난리통에… 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 기사의 첫 문장이다. '코로나 난리통'과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란 조합이 꽤나 자극적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이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부터 진행 중인 '2020년 1분기 조합원 하루 교육'을 강행했다.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급' 휴가로 조합원 교육을 진행한 것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사실이었을까.

완전한 오보였다. 같은 날 서울대병원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원래 1분기 진행될 조합원 교육은 딸기농장체험으로 예정되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진작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되었으며, 이로 인해 딸기농장 예약도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 측은 "어쩌면 조선일보는 전화 한통이면 되었을,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치지 않고 그대로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검토해야 할 데스크조차 이를 유포한 것"이라며 "언론중재위원회 정정요청 및 손해배상 신청 등을 할 예정이며, 조선일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강력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접한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이거 그냥 둘 수 없다", "딸기농장 가지도 않았는데, 조선일보 정말 최악", "사실 확인도 안 하나?"라며 강한 분노를 쏟아 냈다고 한다.

그러자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오보를 낸 <조선일보>를 대신해, KBS1 <저널리즘토크쇼J>가 해당 '딸기농장체험'에 전화로 팩트를 체크했다. 15일 방송된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편을 통해서다. 확인 결과, 역시나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는 사실이 아니었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조선일보>의 '오보' 경위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 KBS


"안녕하세요? 딸기 농장이죠? ("네"란 농장 측 대답에 이어) 서울대병원 측에서 딸기 농장 체험하려고 원래 신청을 하셨었잖아요." (KBS 기자)

"네. 맞아요. 전화를 주셔서 코로나 때문에 못 오시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저희가 다른 곳도 다 취소되는 상황이어서 다음에 진행하는 걸로 했었어요. '내년에 그러면 좀 진행을 하겠습니다' 하고 그쪽에서 말씀하셨던 부분이에요." (딸기 농장)

"조선일보 측에서 확인은 전혀 없었나요?" (KBS 기자)

"저희한테는 연락 온 것도 없었고요. 저도 얘기 듣고 좀 화가 났거든요. 다녀가신 적이 없거든요. 입금한 내역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어떤 근거로 그렇게 기사를 낼 수가 있는지 황당하더라고요." (딸기 농장)


실소를 자아내는 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사실 확인은 고사하고 가히 '창작' 수준에 가까워 보인다. 이와 관련 김태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장 또한 "'딸기를 따러 가면 나머지 일은 누가 하란 말이냐'란 어떤 내부 직원의 멘트 같은 게 기사에 났는데?"라는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기사로 인한 조합원들의 상처를 언급하면서. 

"'이 시국에 단체활동을 해야 되는 거냐'(는) 완벽한 허위사실이고. <조선일보>가 말한 '다른 직원들은 뼈 빠지게 일하는데 왜 너는 돈을 받고 그렇게 공가를 가'라고 하는 게 성립이 안 되는 거죠. 노동자 활동으로 인해서 감염 원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하고 있는데, 사실관계 하나 없이 바로 이렇게 (기사를) 내버렸기 때문에 댓글이나 이런 쪽으로 (인해) 많은 조합원들이 되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대형 언론사들이 자기들은 '대형 언론사이기 때문에 무조건 국민들이 이걸 믿어줄 거야'라는 것이 너무 횡행하는 것 같아요."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 KBS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주제는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는 코로나 초기 보도'와 '위기 상황을 특정 집단과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언론의 행태'에 이어 '코로나 19 보도와 2015년 메르스 보도의 평행 이론'이었다. 그 중 해당 <조선일보> 기사는 "의료진의 힘을 빼는" 대표적인 보도로 소개됐다.

쏟아지는 비판에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지면을 통해 짤막한 사과문을 게재하고 온라인 판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조선일보>가 100주년을 맞아 대표적인 오보를 사과한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김 분회장의 설명대로 이미 서울대병원 구성원들은 상처를 받은 뒤였다. 이에 대해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패널들은 이렇게 평했다.

"명확한 오보면 사과해야 하는데 그 언론은 사과를 잘 안 하죠. 익숙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정은경 본부장도 그 명칭과 관련해서 동선 공개하는데 마트 이름 잘못 써서 바로 사과했잖아요. 언론 같은 경우는 또 사과는 잘하지 않아요. 그런 관행 자체가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좀 듭니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또 하나 저는 이 기사의 말미에 보면요.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이 직접 인용되어 있죠? '모두가 혹사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교육이 급한 건 아니지 않냐? 누군가 자리를 메워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실제로 이거는 없는 사건에 대해서 직접인용이 나온 거니까 저는 거짓말한 거라고 보거든요. 아무도 이런 말 하지 않은 겁니다. 조선일보 기자가 그냥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을 직접 인용한 거예요.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을 우리 독자들도 분명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자운 변호사)


"정식으로 묻는다, 스스로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 KBS


"국민일보 기자입니다. 정말 본인은 영생불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난 2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나온 첫 번째 질문은 이랬다. 코로나 19와 관련된 질문 대신 "영생불사"란 단어가 튀어나온 이날 기자회견을 필두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른바 '신천지 보도'의 문제점도 짚었다. 대표적인 것이 직후 쏟아진 '박근혜 시계' 기사였다.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이 기자회견 자체를 "퍼포먼스"라 규정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의 수준" 자체를 혹평했다.

"언론의 수준이 보이는 현장이었어요. 왜냐하면 사실 이만희 총회장이 연출한 건 기자회견이 아니라 퍼포먼스입니다. 기자회견 아니에요, 이 자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어떤 걸 읽고 나서 절 두 번 하고 이런 모든 것이 퍼포먼스인데, 그렇다면 기자들은 이성적 집단이니 이런 퍼포먼스를 깨고 진실과 사실을 얻었어야죠. 대개의 평범한 시민들이 가서 그냥 자신의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선일보>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같은 날 <로만손도 조달청도 "신천지 이만희가 찬 것, 박근혜 시계 아니다">라는 기사에서 신천지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대신(?) 부인하기에 바빴다. 이어진 총선 기사 비평에서도 <조선일보>는 빠질 수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3월 10일자 <'정치인 박근혜' 녹슬지 않았다>는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칼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은 4.15 총선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문 정권의 입지를 압박할 위치까지 득세하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고 그것은 야당 내의 또 하나의 분파 요인으로 잠재할 것이다."​​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15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감염병을 대하는 언론의 기억상실 화법' 편 ⓒ KBS

 
이를 두고 임 변호사는 "편지를 다루는 언론 내용을 보면 박근혜씨가 무슨 인권운동하다가 탄압받는 줄 알 것 같다"며 "아니면 무슨 정치적 탄압으로 가택연금 당하고 있는 줄 알 것 같다"고 꼬집었고, 강 교수 역시 "일종의 선거개입"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재국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사와의 배치를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게 박근혜 서신과 그 다음에 코로나 대구가 이렇게 같이 같은 면에 나란히 배치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죠. 박근혜는, 박근혜 편지는 태극기 세력이라는 어떤 굳건한 정치적 기반이 있죠. 그리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면 대구, 경북이라는 어떤 지역적 기반도 있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대구, 경북을 지금 확진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과 그 지역적인 성격과 박근혜 서신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죠."

서울대병원 노조는 앞서 지난 9일 낸 성명에서 전형적인 '노조 때리기' 기사를 내려다 오보를 자처한 <조선일보>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그건 코로나 19 보도 자체는 물론이요, 총선 보도를 코로나 19와 연결시키려는 <조선일보>를 향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질문도 어찌보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노동조합은 조선일보에 정식으로 묻는다. 조선일보는 스스로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국민들에게 언론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조선일보 폐간을 외치고 있고, 기레기의 대표라고 일컫는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코로나19 저널리즘토크쇼J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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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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