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훈.

배우 성훈. ⓒ 스텔리온엔터테인먼트

 
훤칠한 외모에 사업 능력까지 갖춘 카페 사장이 한 직원을 짝사랑한다. 직원 역시 사장에게 호감 있어 보이지만 좀체 마음을 드러내진 않는다. 서로 밀고 당기면서 마음을 이해해 나가는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봄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배우 성훈이 카페 사장 승재 역을 맡았다. 그간 예능 <정글의 법칙> <나혼자 산다> 등으로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갔던 그가 모처럼 상업 영화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채찍질의 연속

설정만 놓고 보면 다소 전형적일 수 있다. 관심 있는 듯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소정(김소은)을 더욱 윽박지르는가 하면 눈조차 잘 마주치지 못한다. "내가 직원인데 실제 그런 사장이 있다면 노동청에 신고할 수도 있다"며 그가 재치 있게 운을 뗐다. 애초 시나리오보다 각 캐릭터의 개성이 강조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어떤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은 아니라 이런 설정이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역시 로맨스 장르에 특화되지 않았나(<동감>으로 데뷔한 김정권 감독-기자 말) 시나리오엔 원래 캐릭터 이름이 성훈이었다. 우연이었는데 그 이름보다는 바꿔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의견을 냈던 것 같다. 

선하고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승재가 매력 없을 수 있는데 너그럽게 보면 그의 서툴고 순수한 면이 보일 것이다. 능수능란한 선수도 아니고 투박한 게 매력이지 않을지. 사실 우리 영화 촬영 일정이 그리 넉넉하진 않았다. 회식 한 번 할 수 없었는데 다들 한번 잘 해보자는 느낌으로 힘든 일정을 소화해냈다. 개봉일을 정하고 코로나가 터져서 대놓고 와달라 말은 못 하는데 보러 오실 때 꼭 마스크 등은 하고 오셨으면 좋겠다."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성훈은 반복해서 본인의 연기를 엄격하게 평가했다. "지금 다시 찍으라고 하면 다르게 해볼 수 있을 텐데 매번 내 분량을 볼 때마다 아쉽다"며 "드라마는 촬영 중간에도 제 연기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데 영화는 개봉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스스로에겐 좋은 점수를 주진 않지만 영화만 놓고 보면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기할 때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다들 선수니까 하면서 잘하는지 아닌지를 알잖나. 좋은 느낌이 들땐 천국이고 뭘 해도 잘 안되면 지옥인 거지. 그래서 연기가 재밌는 것 같다.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라 영화 하나를 보더라도 피로감이 확 온다. 불면증이 오래 가고 있는데 창작하고 뭔가 만들어가는 데엔 생각 많은 게 나름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왜 이렇게 자신에게 박하냐고? 스스로 버릇 나빠질까 그런 것도 있다. 객관화시켜서 제 단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물론 힘들 때가 있지. 그래도 연기 자체엔 정답이 없잖나. 아무리 혼자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도 대중이 알아주지 않으면 오답이다. 그래서 계속 가다듬어야 한다."

 
 배우 성훈.

배우 성훈. ⓒ 스텔리온엔터테인먼트

 
"연기 갈망 더욱 커졌다"

이제 데뷔 10년 차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연기의 길을 택한 뒤 줄곧 달리기만 했다. 성훈은 "시나리오가 좋고 감독님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함께 스태프들과 재밌게 작업할 수만 있다면 분량이나 역할은 전혀 중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10년이 될 동안 정말 열심히 달리긴 했다. 다행히 혼자 먹고살 만한 경제력은 생겼고, 팬분들도 계신다. 제가 의외로 팬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있는 편이다(웃음). 저도 사람인지라 잘하고 못하는 게 분명 있을 텐데 자꾸 부족함만 보긴 했다. 다른 길로 안가고 버티면서 따라온 거는 스스로 칭찬할 수 잇을 것 같다. 근데 배우로서 미친놈 소리는 한번 듣고 싶다.

갈증이 있지.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이제야 뭔가 제대로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걸 제대로 터뜨리고 싶다. 장르물을 해보면 좋겠지만 상관없다. 제게 적합한 작품이라면뭐든 하고 싶다. 개인적으론 영화 < 6인실 >과 드라마 <아이가 다섯>이 제 필모그래피에서 기억에 가장 남는다. < 6인실 >은 신인으로 기가 죽어있을 때 처음 동등하게 감독님과 상의하며 촬영했던 작품이다.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했는데 배우로서도 전환점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변 상황이나 그의 계획도 잠시 정지돼 있지만 마음으로 열심히 그는 칼을 갈고 있다고 고백했다. 연기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꽤 오래 칼을 갈고 있다. 작품이 좋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걸 떠나 제가 보일 수 있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10년 차지 않나. 이젠 뒤에 숨을 수 없다. 비판이든 칭찬이든 제가 직접 받는 거지. 연기적으로 인정받고 딱 여행 한번 다녀오고 싶다. 별 보는 걸 좋아하거든.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편안하게 잘 지내면서 살고 싶다."
성훈 김소은 사랑하고 있습니까 조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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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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