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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 전 일이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기 전, 중국에서 나와 있는 딸네 가족이 곧 돌아갈 듯하여 마스크가 필요했다. 딸과 함께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마다 돌아다녔지만 살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페이스북에 '마스크 사기가 전쟁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마스크 사는 걸 포기하고 있을 즈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다니던 뜨개방 선생님이었다.

"여보세요, 뜨개방인데요, 마스크 못 사셨습니까?"
"예,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페이스북 글 보고 알았습니다."
"우와! 참 세상 소식이 빠르다."


"잠깐 뜨개방에 오시렵니까?
"지금요?"

 
내가 다니는 뜨개방 골목에는 사람이 없다.
▲ 집 근처 동네 뜨개방 내가 다니는 뜨개방 골목에는 사람이 없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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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들려오는 말에 서둘러 뜨개방에 갔다. 팔목을 다친 후 한동안 뜨개방에 가지 못했다. 오랫만에 가게 된 뜨개방은 텅 비어 있고 장애인 딸과 선생님만이 있었다.

"선생님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말도 마세요,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습니다."
"그럼 학교 강의도 못 나가시겠네요."
"그러면요, 모든 것이 올 스톱입니다."
"선생님, 힘들어 어떻게 해요."


평소라면 가게 안에 많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치질 않았을텐데... 뜨개질을 하며 생활에 필요한 많은 정보도 나누고 생필품도 공동구매해서 나누는 재미있는 공간이 여기 뜨개방인데.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활력소 같은 곳에 아무도 없다. 내가 뜨개방을 다니던 세월이 십 년이 넘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위로의 말조차 나오질 않는다. 뜨개방 선생님은 손뜨개를 한 마스크 3장과 황사 마스크 10장을 내놓는다.

"급한 대로 이것 쓰세요."
 
뜨개 마스크와 일반 마스크를  선물 받았다
▲ 뜨개 마스크 뜨개 마스크와 일반 마스크를 선물 받았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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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한 마음에 콧등이 시큰 해온다. 뜨개방 선생님은 어렵고 힘든 삶을 한없이 풀어 놓는다. 나는 그저 소리 없이 들어 주고 손을 잡고 같이 눈물을 훔칠 뿐이다.

복지관조차 휴관이라서 장애인 딸도 돌봐야 하고,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장사를 하고 있는데 영업이 안 돼서 계속 가게 임대료만 내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뜨개방도 영업이 안 되고 있다면서 모두 겪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하는데... 안타깝다.

선생님은 ​정말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분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도 주고 봉사도 열심히 하며 최선을 다해 사는 분인데... 선생님의 고달픔이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일로 더 많이 힘들게 되었다. 

나는 요즈음 '개인 마스크 사기 5부제'가 되었어도 마스크를 사지 않는다. 나보다 더 급한 사람이 사기를 원한다. 운동 갈 때는 빨아서 쓰는 천 마스크를 쓰고 마트나 시장 다녀올 때 잠깐 쓰는 마스크는 며칠을 써도 상관없다. 특별한 외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이 필요하지가 않다. 중국에 들어가려던 딸도 같이 살게 되면서 마스크가 대량 필요하지 않다. 모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미세먼지로 쓰려고 두었던 마스크가 조금 있을 뿐 필요하면 그때 사면 된다. 지금은 더 필요한 사람이 사기를 바란다. 지난 번에는 딸도, 사위도, 손자도 중국에 들어가기 위해 마스크 전쟁 속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제는 다른 급한 사람을 위해 배려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웃 아파트에 동생이 살고 있다. 20여 년 동안 화장품 방문 판매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열심히 해 단골도 꽤 많아 장사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그런 동생도 요즈음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한다. 화장품을 주문하는 사람도 적고 어쩌다 찾아가면 방문을 불편해하며 거절을 당하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정말 장사가 안 되어 힘들다는 말을 한다. 다 함께 겪는 일이니 견뎌야겠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오후 2시인데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 동네 골목상가  오후 2시인데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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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2시 정도 시간인데 동네 상가에는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다. 어쩌다 동네 마트나 시장을 가도, 동네 골목길도 가게 문이 닫혀 있는 집들이 많다. 길거리에 사람도 많지 않고 쓸쓸하고 적막하다. 세상이 되돌려져 예전 우리 힘들었던 그 옛날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든 사람의 고민이 많다.

코로나19는 개인의 일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도 코로나 확진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코로나19는 나혼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내 이웃과 사회가 함께 겪는 일이나, 같이 해결해야 한다.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되고 평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날마다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 코로나19로 내 이웃과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짐을 말하고 싶다.


태그:#내 이이웃과 , #사회적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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