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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A초등학교 운동장. 아스팔트가 ㄴ형태로 깔렸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A초등학교 운동장. 아스팔트가 ㄴ형태로 깔렸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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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코로나19 휴업 기간을 이용해 운동장에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 포장길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스팔트는 1급 발암물질을 지니고 있어 어린이 놀이공간에 아스팔트 길을 만드는 것은 근래 들어 매우 드문 일이다.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A초등학교 정문을 지나 운동장에 들어섰다. 정문부터 운동장 주변에 검은색 아스팔트가 깔려 있다. ㄴ자 모양으로 운동장을 싸고 돌며 깔린 이 아스팔트 포장 길의 길이는 100m 정도, 넓이는 2.8m다.

아스팔트 길이 끝나는 곳은 운동장 맞은편에 있는 체육관 건물 앞이다. 교직원과 외부인 주차장이 있는 이 건물까지 아스팔트 포장이 이어진다. 주차장으로 가는 자동차 길을 만든 것이다.

이 아스팔트 길이 학생들 농구장과 놀이터를 가로막고 있다. 개학이 되어 학교에 온 학생들이 놀이를 하려면 아스팔트 길에 설치된 좁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농구를 하려면 아예 아스팔트 위에서 뛰어놀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A초등학교가 동대문구청으로부터 학교 공사비 2000만 원을 받은 것은 지난해 상반기다. 이 학교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이 같은 아스콘 공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5월에 예정된 공사를 학생들이 나오지 않는 때를 이용해 두 달 앞당긴 것이다.

문제는 '보차분리(보행자-자동차 분리) 하겠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생활하는 운동장에 아스팔트를 깔았다는 것이다. 아스팔트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나 콜타르 성분이 있어 어린이가 생활하는 시설엔 설치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학교 운동장에도 아스팔트 길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으나 근래 들어서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또한, 2016년에는 전국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발암물질인 납 성분이 검출되어 정부가 초중고 1767개의 트랙을 모두 걷어낸 바 있다.

학교운영위원장 "기가 막힐 지경"... 교장 "학생 안전하게 보호"
 
A초등학교 학생들은 갑자기 생긴 아스팔트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놀이터에 갈 수 있게 됐다. 농구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A초등학교 학생들은 갑자기 생긴 아스팔트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놀이터에 갈 수 있게 됐다. 농구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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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초등학교는 이 같은 아스팔트 공사를 벌이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교직원들도 논의만 했을 뿐, 찬반 토론은 벌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A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김아무개 학교운영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운동장에 아스팔트 길을 만드는 안건이 학교 운영위에 올라온 적도 없다"면서 "개학을 한 뒤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기 위해 갑자기 생긴 아스팔트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A초 학교운영위원 등을 포함한 학부모들은 조만간 긴급회의를 열고 교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아무개 교장은 기자와 만나 "학교에서는 이 보차분리 공사를 통해 자동차로부터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교통안전에 대한 지도에도 유익하다고 봤다"면서 "코로나 문제로 학교운영위 등과 의사소통이 부족했지만 공사비 때문에 다른 방법도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학생 안전을 우선하고 있지만, 아스팔트는 친환경 소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아스팔트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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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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