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예능'이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 77억의 사랑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맨땅에 한국말> <이웃집찰스> <대한외국인> <친한 예능> <노랫말싸미> 등 최근 각 방송사들이 앞다퉈 외국인 출연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을 만들어내고 있다.

외국인 예능의 시초는 주로 명절 때 일회성으로 방송되던 외국인 노래자랑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한국 일일 체험 코너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인들이 제3자의 관점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함을 주던 시절이었다.

본격적으로 외국인 예능의 트렌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미녀들의 수다>에서부터였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재한 외국인들이 한국인 못지않게 능숙한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한국 문화를 이야기하는 '단체 토크쇼'가 가능하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충격을 줬다. 당시 새로운 시도였던 <미녀들의 수다>는 5년 가까이 방송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에바, 크리스티나, 사유리, 따루 등 여러 외국인 여성 스타들을 배출해내기도 했다.

<미수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외국인 예능은 <비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부흥기를 맞이했다. <미수다>가 여성 외국인 스타를 만들어냈다면, <비정상회담>은 알베르토, 기욤, 다니엘, 타일러, 장위안, 럭키, 샘 오취리 등 남성 외국인 스타의 산실이 됐다. <비정상회담>의 고정 멤버들은 이제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 방송인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외국인 예능의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종전의 방송이 외국인 출연자들을 활용하는 방식이 제3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관찰자, 혹은 한국어 실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사실상 국내 출연자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 걸쳐 외국인 출연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행, 먹방, 게임, 대중가요, 한류체험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예능이 주는 매력은 이방인 혹은 제3자의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기존의 방송에서 국내 출연자들이 하던 흔한 포맷도 외국인 출연자가 대체하면 전혀 색다른 느낌을 준다. <대한외국인>은 단계별로 한국인 게스트들이 외국인 출연자들과 경쟁하여 한국어 속담과 퀴즈를 맞추는 단순한 콘셉트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 출연자들이 해외여행을 체험하는 기존의 여행 예능을, 아마추어 외국인 출연자들의 한국여행이라는 역발상 전략으로 접근한 게 통했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여 오히려 감흥이 없는 한국의 유명 플레이스와 각종 역사-문화가 외국인에게는 어떤 이색적인 시각으로 비쳐지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77억의 사랑 >은 전 세계를 대표하는 14개국의 청춘남녀를 통하여 국제 결혼과 연애라는 이슈에 집중한 토론쇼다. 각국의 다른 연애문화 풍속도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지만, 구성면에서는 <비정상회담>와 <미수다>의 아류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제는 사실상 전문 방송인이 된 외국인 출연자들도 대거 늘어나면서 더 이상 능숙한 한국어 실력만으로는 차별화 되기 어려운 시점이다. 샘 오취리, 샘 해밍턴, 알베르토 등은 이러한 방송에서 고정 패널로 활약하며 한국 예능인들 못지않은 인기스타가 됐다. 이들은 한국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누구보다 능숙할 뿐아니라 뛰어난 예능감각과 방송센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팀을 이루어 경쟁하는 <친한 예능>, 아예 한국인 출연자없이 외국인 멤버로만 해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콘셉트를 표방한 <이태리 오징어순대집> 등은, 이러한 '친한파 외국인 방송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시도였다.

이러한 외국인 예능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포맷 다양화와 함께 출연자들의 새로운 매력 발굴, 맹목적인 '한비어천가식' 한류 찬양 탈피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외국인 예능이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제목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콘셉트를 반복하여 식상하다는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류 열풍에 편승하여 한류 팬이거나 혹은 방송출연을 통한 홍보가 목적인 외국인 출연자들도 있다보니 프로그램 출연의 진정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관찰형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방송에 등장하는 외국인 출연자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전문 방송인이 아닌 아마추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연출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럽고 진정성있는 리액션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나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면 바로 일부 시청자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서와>의 프랑스 편 출연자들이 한국음식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거나, <77억의 사랑>에서 출연진들이 한국의 빡빡하고 단조로운 결혼식 문화를 혹평했던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한국에서 오래 거주하면서 이에 익숙한 전문 방송인들은 알아서 수위를 조절하고 몸을 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외국인 출연의 의미가 사라지고 맹목적인 '국뽕 찬양' '한류 홍보'를 강요하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될 위험이 높아진다.

한국도 다문화 사회가 현실로 접어들었듯이 외국인도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어엿한 일부분이 됐다. 방송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외국인 출연자들은 방송의 일회적인 소모품을 넘어서 다양한 콘텐츠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로 존중하고 소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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