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포스터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 포스터 ⓒ (주)키다리이엔티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홀로 아들 엽정(오건호 분)을 키우던 엽문(견자단 분)은 어느 날 악성 종양 진단을 받는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안 엽문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유학을 알아보러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곳에는 제자 이소룡(진국곤 분)이 미국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며 점점 유명세를 얻어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건너간 엽문은 아들의 학교 입학을 위한 추천서를 받고자 자국총회를 찾는다. 그러나 회장인 만종화(오월 분)는 서양인에겐 무술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규칙을 깬 이소룡 문제를 먼저 해결하길 요구한다. 서양인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엽문은 만종화 회장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국총회에 있는 사부들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 (주)키다리이엔티


이소룡의 스승이며 중국 무술계의 전설적인 영웅인 '엽문'을 주인공으로 삼은 2008년 작품 <엽문>은 중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엽문>은 태국의 <옹박-무에타이의 후예>(2003), 인도네시아의 <레이드: 첫 번째 습격>(2011) 등 동남아시아의 리얼 액션에 맞서며 중국 무술 영화의 부활 가능성을 제시했다. <살파랑>(2005), <용호문>(2006), <도화선>(2007)으로 사랑 받던 액션 스타 견자단은 <엽문>을 통해 중화권 대표 배우로 올라섰다.

<엽문>이 대성공을 거두자 <엽문 2>(2010)와 <엽문 3: 최후의 대결>(2015)로 이어지는 속편들이 나왔다. 또한, <일대종사>(2013), <엽문 외전>(2018) 등 엽문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 드라마도 쏟아졌다. 2000년대~2010년대 중국 영화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그리고 중국 액션의 아이콘이 바로 <엽문>이다.

<엽문 4: 더 파이널>은 제목 그대로 <엽문>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영화의 시대적인 배경은 1960년대 중반부터 엽문이 세상을 떠난 1970년대 초반까지를 그린다. 영화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몇몇 등장인물 정도만 사실에서 가져왔다. 영화가 묘사한 사건들은 오롯이 허구에 기초한다.

<엽문> 시리즈는 엽문이 불의에 대항하여 무예의 정신을 품고 맞서 싸우는 과정을 뼈대로 삼는다. <엽문 4: 더 파이널>에서도 이런 서사 구조는 이어진다. 앞선 영화들에서 엽문은 일본, 서구 열강, 내부의 적 등 억압하는 세력으로부터 중국(인)을 지키기 위해 홀연히 맞섰다. 갈등 과정에서 선과 악은 분명하고 단순하며 과장된 화법으로 나누어졌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 (주)키다리이엔티


<엽문 4: 더 파이널>에서 엽문이 마주하는 대상은 혐오와 차별로 가득한 미국(인)이다. 영화 속 미국인들은 중국인 이민자들을 향해 "너네 나라로 돌아가. 여긴 대대로 우리 땅이었으니까. 뭘 빼앗으러 온 거야?", "왜 동양인을 받아주는지 이해가 안 돼요. 이민국 차원에서 야만인들을 몰아내야죠"라고 말하며 노골적인 편견을 드러낸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미국인은 거의 나오질 않는다.

영화가 비판하는 인종주의와 국수주의는 투박한 화법일지언정 오늘날 많은 이에게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기도 한다. 세계는 이미 트럼프로 대표되는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 사람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인을 향한 혐오가 분출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우리 자체가 문화입니다. 당신의 패권은 순전히 증오와 편견이에요"란 영화 속 대사는 강한 울림을 전한다.

<엽문 4: 더 파이널>은 여타 중국 대작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중화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에 나오는 "뭉치면 강해진다"란 문구엔 현실의 중국과 홍콩의 갈등이 겹쳐진다.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로 다시금 읽히게 된다.

실제로 <엽문 4: 더 파이널>의 제작자와 주연 배우들이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홍콩에선 영화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나의 민족을 강조하는 영화의 목소리가 홍콩 사람들에게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 (주)키다리이엔티


<엽문> 시리즈는 중국의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정치 영화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액션 시퀀스로 가득한 무술 영화이기도 하다. <엽문>의 1 대 10 액션, <엽문 2>의 원탁 위의 결투, <엽문 3>의 권투 선수 타이슨과의 대결 등 <엽문> 시리즈는 숱한 액션 명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엽문 4: 더 파이널>에선 가라테를 사용하는 미해병대의 바턴 게디슨(스콧 앳킨스 분) 중사와 영춘권의 대가 엽문의 한 판 승부가 펼쳐진다. <언디스퓨티드> 시리즈와 <닌자> 시리즈로 현재 가장 사랑 받는 'B급 무비' 액션 스타인 스콧 앳킨스와 중화권 최고 액션 스타 견자단의 만남은 액션 장르의 팬들에겐 최고의 선물과 다름이 없다.

<엽문 4: 더 파이널>의 무술감독은 세계 최고의 액션 연출을 자랑하는 원화평이 맡았다. 홍금보 무술감독의 뒤를 이어 <엽문 3: 최후의 대결>부터 참여한 원화평 무술감독은 과거 견자단을 영화계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취권>(1978), <황비홍 2-남아당자강>(1992), <태극권>(1993), <와호장룡>(2000), <무인 곽원갑>(2006) 등 정통 중국 액션뿐만 아니라 <매트릭스>(1999), <킬빌-1부>(2003) 등 파격적인 할리우드 액션 장면까지 두루 선보였던 원화평 무술감독은 <엽문 4: 더 파이널>에서도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엽문의 주먹 다시 쥐기, 연타 등 시그니처 액션도 당연히 보여준다.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영화 <엽문 4: 더 파이널>의 한 장면 ⓒ (주)키다리이엔티


199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 시절의 마지막 스타인 견자단. 이제는 중화권을 대표하는 배우로 완전히 우뚝 선 그가 액션 스타로서 작별 인사를 고하고 있다. 견자단은 이미 <엽문 4: 더 파이널>이 자신이 연기하는 마지막 정통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엽문 4: 더 파이널>의 마지막 장면엔 앞선 작품들의 주요 장면을 담은 영상이 담겨있다. 아마도 견자단과 <엽문> 시리즈가 장르의 팬들에게 바치는 멋진 작별 인사다. 영화의 부제 '더 파이널'처럼 무술 영화의 한 장이 이렇게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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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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