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라진 소녀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라진 소녀들> 포스터. ⓒ ??넷플릭스

 
2010년 5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오크 해변에서 섀넌 길버트가 홀연 자취를 감춘다. 당일, 엄마 메리 길버트는 섀넌과 통화하고 다음 날 놀러오겠다는 딸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메리는 남편 없이 홀로 공사장과 술집에서 일하며 다른 두 딸 셰리, 사라를 부양하고 있다. 막내 사라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심한 조울증을 앓았다. 셰리는 잘 버티고 있었지만 엄마의 사랑이 필요했다. 

메리는 놀러온다던 딸이 오지 않고, 며칠 동안 연락도 받지 않자 찾아 나선다. 그녀는 딸이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잘 알았던 듯 남자친구와 기사를 찾아 묻는다. 하지만 그들은 섀넌이 무작정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오히려 메리에게 추궁한다. 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냐고, 그냥 돈만 받으면 다냐고 말이다. 그 사이 경찰은 오크 해변 근처의 길고 해변에서 여성 네 명의 시체를 발견한다. 섀넌은 없었다. 

섀넌에게 큰일이 생겼다고 확신한 메리는 경찰을 압박하는 한편 피해자들 모임에 합류해 같이 직접 사건을 파헤치려 한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 방법은 경찰을 더욱더 압박해 수사하게끔 하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모두 성매매 업소 종사자라는 이유로 경찰은 이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욱이 경찰은 섀넌의 실종을 여성 네 명의 살인 사건과 동일선상에 두지 않았다. 메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롱아일랜드 미제 연쇄 살인 사건 실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라진 소녀들>은 '롱아일랜드 미제 연쇄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로버트 콜커의 베스트셀러 논픽션 < Lost Girls: An Unsolved American Mystery >를 원작으로 했다. 선댄스 영화제 단골손님이자 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리즈 가버스 감독의 신작으로, 미국 인디 영화 스타일이 한껏 묻어난 수작이다. 

상업영화로서 최소한의 웃음기나 극적 요소까지 완벽하게 뺀 대신 다큐멘터리같은 진중함과 단백함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스토리와 사건, 인물에 집중하게 했다. 와중에 영화는 연쇄살인을 최소한으로 포커싱하고, 사건과 주요하게 관계되어 있는 다른 부분에 더 주목한다. 성매매 종사자 살인 사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찰, 이에 맞서 피해자의 여성 유족들이다. 

1990년대에 데뷔하여 30여 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배우 에이미 라이언이 메리 길버트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딸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추격하는 '엄마'를 잘 표현해냈다. 그 이면의 불편한 이야기들까지도 모두. 문제가 있더라도, 영화의 포커스는 메리와 그 딸이 아닌 사건과 경찰에 가 닿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경찰의 노골적 차별 수사

원작의 시선과 맞닿아 있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딱 두 가지로 압축된다. 경찰의 노골적 차별 수사와 피해자의 여성 유족들 연대. 경찰은 피해자가 성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대량의 시체 유기에 따른 명백한 연쇄살인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거니와 근처에서 실종된 섀넌을 찾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며 오히려 메리에게 책임을 추궁하려고 한다. 

메리는 경찰에 알리고 이후 강력하게 요청하고 압박했지만 통하지 않자 직접 단서를 찾아 나서며 섀넌의 뒤를 쫓는다. 그제야 경찰은 아전인수 격으로 경찰에게 맡기고 빠지라고 말한다. 어찌어찌 많은 시간이 흘러 수사를 시작하는 경찰, 쫓으라는 섀넌을 안 쫓고 엄마 메리의 과거를 쫓는다. 메리가 친딸 섀넌을 버린 과거가 있다는 것, 섀넌이 어떤 참혹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애써 모르는 체 하며 돈을 받고 있다는 것. 

경찰의 술수에 메리는 꿈쩍도 하지 않지만, 메리의 다른 두 딸이 흔들린다. 사라는 정신적으로 아프고, 셰리는 엄마한테 실망을 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메리로서는 섀넌을 찾으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에 무너질 수 없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보고 듣고 느껴야 할 건 메리의 부정적인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메리의 부단한 현재다. 그녀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섀넌, 사건, 경찰이다. 

피해자 여성 유족들의 연대

메리는 피해자의 여성 유족들과도 만나지만 쉽게 융화되지 못한다. 아니, 융화되지 않으려 한다.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며, 그들이야말로 성매매에 종사하는 가족을 나 몰라라 해왔다는 것이다. 또 가족이 죽고 나서야 추모하는 모습으로 무마하려 한다고 여긴다. 메리는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벽에 부딪히고 만다. 이후 어쩔 수 없이 또는 필연적으로 연대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깨닫는다. 

연대는, 가진 것 많은 자들이 모여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고 이끄는 게 아니다. 그건 결국 함께가 아니라 혼자 가겠다는 표시와 다름 아니다. 진정한 연대는 충분하지 않은 자들이 모여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고 위하고 감싸안으며 함께 하는 것이다. 하여, 결코 쉽지 않다. 아프고 슬프고 힘든 만큼 잡음이 많고 삐걱거리며 잘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 하기에 더욱더 서로를 믿고 바라봐야 한다. 

<사라진 소녀들> 속 연대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다들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추악할 수도 추잡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크고 궁극적이고 한마음 한뜻이 되는 정의를 위해 뭉쳐야 한다는 건 잘 안다. 인간답게 살고자 필요한 인간다운 정의 말이다. 영화는 다른 건 잡시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직시하라고 말한다. 영화 속 이들도 힘겹게 도달해 계속 나아갈 그것과 그곳, 영화 밖 우리들도 가 닿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와 <프리즘>에도 실립니다.
사라진 소녀들 롱아일랜드 살인 사건 경찰 차별 수사 유족 연대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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