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3월 31일 정부는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 조만간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현재 조정 대상으로 논의되는 분야는 국방, 의료급여, 환경, 공적개발원조(ODA), 농어촌, 사회간접자본(SOC)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 상실과 생계 곤란 등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하여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더불어 지금이야말로 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추경안 편성에 있어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50조 원의 국방비를 대폭 삭감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국방비 중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용 감소분과 올해 상반기 사실상 전면 취소된 예비군훈련 비용 감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충분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비는 연평균 7.5%씩 증가하여 2020년에는 50조 1527억 원이 편성되었으며, 이 중 방위력개선비는 16조 6804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주로 무기 체계 획득 비용인 방위력개선비의 삭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요격 미사일)의 시험 발사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요격 미사일)의 시험 발사
ⓒ 미국 국방부 미사일 방어청

관련사진보기

 
용어만 변경되었을 뿐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공격적인 3축 체계(킬 체인-선제공격,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구축 예산 약 6조 원,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으로 개발 가능성이 불투명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비용 약 1조 원,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 등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업들이 산적해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안보'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이 물음에 인간의 삶과 직결된 위협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디에 투자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응답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 차고 넘치는 최첨단 무기보다 좋은 일자리, 튼튼한 사회 안전망, 지속 가능한 환경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세금은 그렇게 쓰이지 못했으며 한정된 자원은 '국가 안보'에 우선적으로 배분되어 왔다. 한국의 군사비 지출은 2018년 기준 세계 10위를 기록했지만,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은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공공의료, 기초생활보장, 일자리, 환경, 외교·통일 등을 위한 예산은 여전히 국방비에 비해 매우 낮은 금액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 뉴노멀을 위해 전면적인 사회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예산 투자의 우선순위 조정과 국방비 삭감, 맹목적인 군비 증강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평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의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추경안 편성이 그러한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국방비를 대폭 삭감해 코로나19 재난 지원의 보편성을 확대하고 위기 상황의 장기화를 준비하며 팬데믹 통제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와 인도적 지원에 기여하기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참여연대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코로나19, #국방비, #국방예산
댓글1

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