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예방한 록밴드인 'U2'의 보컬이자 사회운동가 보노와 인사하고 있다.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U2는 전 세계에서 1억 8천만여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고 그래미상을 총 22회 수상한 유명 밴드다. 리더인 보노는 빈곤·질병 종식을 위한 기구인 '원'(ONE)을 공동 설립하고 빈곤 퇴치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과거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청와대에서 예방한 록밴드인 'U2'의 보컬이자 사회운동가 보노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이 서한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처 능력을 극찬하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 생산되거나 재고가 있는 개인 보호장비 또는 여타 의료장비, 진단키트 등이 있다면 자신이 직접 구입해서 고국인 아일랜드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13일 기준 아일랜드에서는 9655명가량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아일랜드의 인구가 5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태가 꽤 심각하다. 이는 인구 100만 명 당 발생자 수로 환산하면 한국보다 높은 수치다.

보노는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이 20년간 만난 세계 정상 중 노래 가사로 대화를 시작했던 유일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뒤 '자신은 어느 때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이다'라는 말과 함께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관계 당국과 협의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U2를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록밴드의 보컬이 타국의 정치 지도자에게 지원을 요청한다는 것이 낯선 풍경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U2는 < The Joshua Tree >(1987) 이후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켜 온 밴드다. 그리고 리더인 보노는 노벨 평화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던 사회 운동가이기도 하다. U2를 상징하는 사운드를 기타리스트 디 에지(The Edge)가 만들었다면, 보노는 U2 음악의 정신적 근원이다.
 
록스타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U2가 명성을 쌓던 시점부터, 보노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가 평론가 로버트 힐번에게 "내가 뮤지션으로서 대중을 대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는 음악으로 아일랜드 역사의 비극('Sunday Bloody Sunday')을 노래했고, 최강대국 미국의 민낯('Bullet The Blue Sky')을 노래했으며, 작고 다양한 개인들의 연대('One')를 논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자신의 여러 고민을 오롯이 사회적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ONE' 재단을 설립하면서 빈민 구제와 에이즈 방지 운동 등에 나섰다. 아프리카가 서구 사회에 대해 지고 있는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는 '부채 탕감 운동'을 펼쳤다.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는 공연을 열었다가 노엘 갤러거 등의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중국 입국 거부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공연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필리핀 현지의 언론인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U2가 한국과의 인연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1980년 첫 앨범 < Boy >로 데뷔한 이후, 40여 년 가까이 한국을 찾지 않았고, 2019년에 'The Joshua Tree'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첫 내한 공연이었지만, 3만 명에 가까운 관객들이 고척 스카이돔을 가득 채웠다. 그 당시에도 여성에 대한 지지, 남북 평화에 대한 소망 등 여러 메시지를 공연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바 있다.
 
U2는 높은 평가만큼, 일각에서 냉정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보노는 '저항의 이미지를 상업화한 억만장자', 혹은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록 기득권자일 것이다. 그러나 보노의 본질이 크게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까. 40년 전 영적인 고뇌와 역사를 노래하던 폴 데이비드 휴슨도, 조 단위의 재산을 보유한 스타 '보노'도 같은 사람이다.
 
보노는 여전히 마이크를 쥐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사나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어디에 활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첫 내한 공연에서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부르기 전, 보노는 '공포의 시대, 믿음을 간직하자. 정의와 기쁨, 사랑, 공동체'라는 말을 읊조렸던 것을 기억한다. 그의 신경은 언제나 공동체에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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