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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정의당 후보들이 제 21대 총선 투표시간이 끝나고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사에서 정의당 후보들이 제 21대 총선 투표시간이 끝나고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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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16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4.15 총선에서 정의당이 받아든 성적표다.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은 '미니정당'임에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KBS의 공동분석 결과 정의당은 20대 총선 10대 공약 이행률에서 15.8%로 1위를 차지했다.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8.9%와 14.3%를 기록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정의당은 맹활약한 셈이다. 

10대 공약 미이행률을 살펴보면 정의당의 활약상은 더욱 도드라진다. 미이행률 1위는 민주당으로 44.6%를 기록했고, 42.9%를 기록한 통합당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정의당의 10대 공약 미이행률은 40.6%에 그쳤다. 

요약하면, 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 보다 약속을 더 잘 지켰다. 그럼에도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제로 치러지는 첫 선거였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의당의 숙원이었고, 지난 2019년 12월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도록 선거법이 바뀌었다. 

선거법이 바뀌면서 당 분위기는 좋았다. 당원으로서 이번엔 정의당 의석수가 늘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년 전 예감, 맞아 들 줄이야 

2년 전 아내와 함께 6.4 지방선거를 치른 후 난 이렇게 쓴 적이 있었다. 

"정의당이 원내 6석에 불과한 군소정당임에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의제와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르면 정말 세간의 평가대로 민주당에 이은 제1야당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난 지금 구도 그대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강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4.15총선 결과를 보니 불행하게도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먼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과도하게 기대려 했다는 판단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안착하는 데엔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더구나 이번에 새로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연동형 캡이니 하는 식의 복잡한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표한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아직 우리 정치는 일대 일 대결구도에 익숙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정치인은 유권자와 직접 만나야 한다. 즉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기대를 거는 만큼, 동등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역량을 지역구에 집중해야 했었단 말이다. 

선거결과를 보자. 심상정 대표를 제외하고 이정미 의원(인천 연수을), 김종대 의원(청주 상당), 추혜선 의원(안양 동안을), 여영국 의원(경남 창원성산), 윤소하 의원(전남 목포) 등 지역구에 출마한 의원들은 모두 낙선했다. 

현역이 아닌 후보들의 성적표는 더욱 참담하다. 내가 사는 충남지역만 놓고 보면, 김윤기 후보(대전 유성을) 6.6%, 이혁재 후보(세종갑) 5.6%, 박성필 후보(천안을) 4.8%, 황환철 후보(천안병) 4.1%, 신현웅 후보(서산태안) 2.3%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지역 기반이 취약한 채 선거에 임했다고 밖엔 볼 수 없는 결과다. 

여기에 거대 양당, 즉 민주당과 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띠우면서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은 걸 두고 뒷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의당이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원칙을 지킨 점은 칭찬하고 싶다. 

책임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무섭게 도입 취지를 퇴색시킨 거대 정당에게 물어야 합당하다. 물론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에 정의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설 자리 잃은 '양당 심판' 

정의당 참패의 두 번째 요인으로 판세오독을 들고 싶다. 정의당은 선거 초기 국면부터 거대 양당 기득권 정치 청산을 내세웠다. 적어도 당원의 시선으로 볼 때, 정의당은 통합당 만큼이나 민주당도 청산되어야 할 정치세력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통합당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 정치세력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심판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는 좀 다르다. 민주당이 다 잘하는 건 분명 아니라고 본다. 앞서든 공약 이행률을 볼 때, 민주당의 20대 국회 활동실적은 실망스럽다. 

그러나 민주당에겐 핑곗거리가 있다. 바로 통합당이다. 또 실제로 통합당은 정부·여당의 정책에 어깃장을 놓을 때가 많았다. 2019년 연말, 민주당이 공수처·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을 주도하려 하자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한 게 대표적이다. 

패스트트랙 상정으로 국회 상황이 혼란스러웠을 때, 민주당은 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 '4+1 협의체'를 꾸려 개혁법안 상정을 강행하려 했다. 동시에 한국당과의 협상의 여지도 남겨 놓았다. 만약 당시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면? 결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검찰 개혁법안 상정 과정에서 민주당은 뚝심을 잃지 않았고, 끝내 개혁법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역량을 발휘했다는 점에선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문재인 정부가 대처를 잘 하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다. 이 와중에 거대 양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의당의 구호는 힘을 잃어갔다. 적어도 당원의 시선에서 볼 때 그랬다. 

솔직히, 21대 총선에서 받아 든 성적표를 갖고선 다음 총선도 어려워 보인다. 진보정당이 양당 대결구도에서 설 자리를 잃은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 다시금 2년 전 쓴 글 중 일부를 옮긴다.

"지역단위에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정의당은 거대 양당 구도에서 틈새만 찾다가 존재감을 잃어갈 것이다."

당원으로서 당부한다. 정의당은 2년의 시간 동안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등한시 한 것 같다. 또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에만 들떠 있다가 중요한 걸 놓쳤다고 본다. 

다시는 이런 패착을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또 한 번의 패착은 자칫 당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태그:#정의당, #준연동형 비례제, #심상정 대표, #지역구, #거대 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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