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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떡방앗간 정창균·이말영 부부
 지곡떡방앗간 정창균·이말영 부부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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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면에 단 하나밖에 없는 떡방앗간에 새 주인이 들어왔다. 지곡면사무소 부근에서 30~40여년 독점해 온 지곡떡방앗간을 2018년 7월경부터 젊은 부부가 맡게 된 것이다. 남편은 방앗간을 찾는 손님 중 모르는 사람이 없고 모르는 집이 없다. 쾌활한 성격에 인사성도 밝고 손님들에게 말도 잘 건넨다. 그 옆에서 자기 몫을 하는 아내는 조용하지만 상냥하고 손도 빨라 일하는 게 마음에 든다.

깨도 볶고 고추도 빻고 떡도 하러 오시는 어르신 손님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말없이 방앗간지기 부부를 찬찬히 살핀다.

"떡방앗간 주인이 바뀠더만" "남자가 지곡사람이라 카데" "방앗간을 참말로 깨끗하이 청소를 해놔서 떡 하러 갈 맘이 생기데" "젊은 부부가 싹싹하니 일도 잘하고 남편한테 존대도 하고 요즘 젊은 사람 같지 않데이"
 
정창균·이말영 부부
 정창균·이말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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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곡떡방앗간을 순찰한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으로 돌아가 각자의 정보를 교환하며 이들 부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이 지나자 지곡떡방앗간에는 수동, 안의면에서도 손님이 찾아들고 읍으로 원정 갔던 손님이 돌아왔다.

어르신들의 입소문을 타고 2년여 만에 정착한 지곡떡방앗간은 정창균(53)·이말영(47)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지곡떡방앗간 정창균씨
 지곡떡방앗간 정창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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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씨는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아내의 권유로 방앗간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 일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아 걱정스럽고 많이 망설였다"는 정씨는 아내의 조언으로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아내인 이말영씨는 남편의 명예퇴직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그녀는 해마다 두세 번씩 위험한 순간을 맞이해야 했던 남편의 직업이 불안했다. 비가오거나 눈이 오면 더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제2의 직장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날씨걱정 안 해도 되는 실내에서 일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았다.

지인을 통해 지곡떡방앗간을 인수하게 된 부부는 6개월간 매일 아침 함께 출근하며 이전 사장으로부터 생소하기만 한 방앗간 기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툴고 자신이 없었지만 하면 할수록 방앗간 일이 부부에겐 꼭 맞는 옷과 같았다.
 
정창균·이말영 부부
 정창균·이말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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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이 고향인 남편은 집배원 일을 했으니 배달에 익숙하고 모르는 집이 없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직접 모시러 가거나 모셔다 드리기도 한다. 아내로부터 '청소전문가'로 불리는 남편은 장점을 살려 방앗간을 항상 말끔하게 유지한다. 식료품을 다루는 곳이니 방앗간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계 청소만 해도 매일 1~2시간이 걸리지만 소홀하게 하지 않는다. 손님이 없을 때는 바닥도 수시로 청소하는 남편, 그 덕분에 방앗간이 깨끗해서 좋다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 예쁘게 봐 주시는 어르신 손님들을 보면 부모님 같다. 그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잘해 드리려고 애쓴다. 떡 하나를 만들어도 어르신 각각의 취향이 다르다. 한 분 한 분 취향에 맞추려면 꼼꼼하게 물어야 한다. 같은 떡이라도 무르게 할지 질게 할지, 당장 드실지 냉동해서 드실지, 짜거나 싱겁게 또는 달게 드시는지... 하나하나 여쭤봐야 어르신 입에 맞는 쑥떡이나 콩시루떡, 절편을 만들 수 있다.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어르신들은 직접 재배한 채소며 과일, 곡식을 방앗간에 넣어주신다.
 
고양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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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떡방앗간의 마스코트인 '야옹이'도 손님을 끌어모으는 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한껏 애교를 부리지만, 방앗간을 드나드는 쥐는 멀리 쫓아낸다.

이 일을 하면서 부부는 하루종일 붙어 있게 됐다. 덕분에 이씨는 남편의 새로운 모습도 보게 되고 본인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놀라기도 한다. 며칠 전 결혼20주년을 맞아 남편은 아내에게 꽃다발과 손편지를 전했다. 이 이벤트는 아내에게서 배운 것이다. 이말영씨는 신혼때부터 가끔 타 지역에서 이름없는 편지나 선물을 남편에게 보냈다. 우체국에서 근무했던 남편은 아내의 이벤트 덕분에 아는 사람 없는 타지에서 온 선물을 받아들고 궁금해 하며 즐거워했다.

기름도 짜고 깨도 볶으며 신혼으로 돌아간 듯 부부는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며 떡방앗간을 일궈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태그:#357- 지곡떡방앗간 정창균·이말영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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