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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구분대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훈련이 실시된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 김정은, 군단별 박격포병구분대 포사격 훈련 지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구분대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훈련이 실시된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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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일까 오보일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다시 제기됐다. 미국 CNN은 21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하며 김 위원장의 '중태'를 언급했다. 매체는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지난주 심혈관 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다는 첩보를 입수해 세부사항을 파악하려 애쓰는 중"이라며 "김 위원장의 현재 상태에 대해선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15일부터다.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선전하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며 신변이상설이 제기됐다. 2012년 김 위원장이 집권하고 매해 태양절에 참배를 해왔다는 점도 소문을 부추겼다.

결국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12일 자 노동신문에 보도된 뒤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 열흘여가 지나자 '건강 이상설'이 나온 셈이다.

국내 정치인도 무분별한 소문을 확대하는 데 한 몫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은 21일 일부 외신에서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김정은이 심혈관 시술(혹은 수술)을 한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의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는 같은날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월말부터 2월초쯤 김정은이 심장·혈관문제로 의사가 필요한 상태였다"라며 "최근 수술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북한이 '섭정(攝政)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처음 아니야
 
CNN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첫 보도(21일 오전 10시 51분께)의 제목과 현재(21일 낮 1시 11분) 보도의 제목이 미묘하게 바뀌어 있다. 관련 동향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보인다. 첫 보도 당시 CNN은 "미국의 소스: 북한 지도자가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제목을 달았지만, 이후 제목은 "북한 지도자가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정보를 감시하고 있다"라고 바뀌었다.
 CNN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첫 보도(21일 오전 10시 51분께)의 제목과 현재(21일 낮 1시 11분) 보도의 제목이 미묘하게 바뀌어 있다. 관련 동향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보인다. 첫 보도 당시 CNN은 "미국의 소스: 북한 지도자가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제목을 달았지만, 이후 제목은 "북한 지도자가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는 정보를 감시하고 있다"라고 바뀌었다.
ⓒ CNN 보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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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한 지도자들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약 한 달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2014년에도 그랬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티비>는 김 위원장이 현장지도를 한 모습을 보도했다.

이때 김 위원장이 다리를 저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곧바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보도가 쏟아졌다. 이후 김 위원장은 언론의 보도와 달리 목숨이 위태로웠던 게 아니라 발목 낭종 제거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도 '건강이상설'은 있었다. 영국의 <데일리스타>는 각국 정보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김정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체중이 많이 늘어났고, 손을 옆구리에 댄 채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한 신발 공장을 방문한 현장에서 얼굴에 식은땀을 흘린 채 앉은 모습이 포착됐다는 걸 '건강이상설'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 지도자의 건강이상설은 왜 반복되는 걸까. 여기에는 정보접근이 어려운 북한의 체제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유일 수령체제로 지도자에 권력이 쏠려 있어 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 '건강이상설' 등 여러 소문이 난무하는 셈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매번 지도자의 건강문제가 이렇게까지 세계적 관심사가 되는 경우가 있을까, 북한이 거의 유일하다"라면서 "수령 일인지배 체제라는 북한의 특성과 지도자의 권력이 너무 크다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보도는 반복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 관련 뉴스를 예능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정보는 적은데, '핵을 지닌 고립된 독재국가'라는 이미지만 소비되고 있다는 일침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서방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공포'와 '예능'이 뒤섞인 나라로 바라본다"라면서 "미지의 나라를 무서워하면서도 조롱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의 일정, 동정을 세세히 알기는 어렵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일정을 날짜를 지정해 공개하지 않는다. 북한 지도자가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을 방문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정보다. 아무리 고위급 탈북민이나 관계자라고 해도 '탑 시크릿'인 고급정보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건강과 관련한 정보는 더 기밀일 수 밖에 없다.

김영수 서강대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 내부상황 특히 지도자의 건강을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김정은의 신상은 중요 기밀"이라며 "김정은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면 대부분 오염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북한의 지도자들은 종종 은둔성을 즐기며 신비주의 전략을 핀다, 이 점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내 언론부터 세계 유력의 언론까지 북한에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라고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았다. 북한 이탈주민이나 미국 정부관계자가 북한에 무지하다는 지적도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담화는 김정은의 지시나 결정 없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19일 담화를 발표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하며 "외국 언론은 이런 사실도 알지 못할 정도로 북한을 잘 모르며 보도한다"라고 부연했다. 

앞서 북한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언급한 것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1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김정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라고 했다.

태그:#북한, #김정은,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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