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의 과거 발표 싱글 표지.  최근 그의 예전 노래들이 각종 음원 순위에 뒤늦게 진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의 과거 발표 싱글 표지. 최근 그의 예전 노래들이 각종 음원 순위에 뒤늦게 진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물고기뮤직

 
최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순위에선 과거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인기에 힘입어 방송 관련 음원 다수가 100위권 이내 꾸준히 자리잡고 있는 것 외에도 소위 '역주행' 진입곡들도 등장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임영웅의 2016년 데뷔곡 '미워요', 2017년작 '뭣이 중한디',  2018년작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등 방송 출연 이전 발표곡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우승 특전곡 '이제 나만 믿어요' 역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트로트에선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졌던 '줄세우기'도 이젠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기존 곡의 지각 순위 진입에는 팬덤의 힘이 큰 역할을 차지하면서 과거 행사에만 의존하던 트로트가 점차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장년층 소비자의 힘
 
 임영웅의 데뷔곡 '뭣이 중한디' 멜론 일간 이용자 분포표.  그의 역주행 곡을 살펴보면 여성팬 + 어르신 청취자 중심으로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다.

임영웅의 데뷔곡 '뭣이 중한디' 멜론 일간 이용자 분포표. 그의 역주행 곡을 살펴보면 여성팬 + 어르신 청취자 중심으로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다. ⓒ 카카오M

 
임영웅의 <미스터트롯> 음원들은 비교적 고른 이용자 연령대 분포도(멜론 일간 이용자 기준)를 나타낸 데 반해 이른바 '역주행 진입곡' 소비 패턴은 다소 차이를 드러낸다. '뭣이 중한디'는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이는 유명 아이돌 보이그룹 음원에서 보여지는 현상과 유사하다. 또한 주로 새벽~아침 시간대 순위에 등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즉, 일반 소비자 보단 팬덤 중심 음원 소비가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중이 2/3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5060세대 이상으로 범위를 줄이면 37%, 심지어 60대 이상 이용자도 11%에 달한다.  

그동안 카카오톡이나 유튜브에 비해 모바일 음원 서비스는 어르신들의 불모지처럼 여겨졌다. 10대부터 30대 사용자 위주로 흘러가면서 순위 역시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음원들이 강세를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이번 <미스터트롯>을 계기로 신인 스타를 발굴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팬덤이 열혈 스트리밍을 통한 응원에 나서는 일련의 과정은 중장년층도 젊은이들 못잖게 음원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행사+공연 대신 TV 위주 활동도 한몫
 
 지난 26일 방영된 MBC '끼리끼리'에 출연한 영탁(오른쪽), 임영웅.  최근 '미스터트롯' 상위 입상자들은 가장 환영 받는 예능 프로 초대손님들이다.

지난 26일 방영된 MBC '끼리끼리'에 출연한 영탁(오른쪽), 임영웅. 최근 '미스터트롯' 상위 입상자들은 가장 환영 받는 예능 프로 초대손님들이다. ⓒ MBC

 
비단 임영웅 뿐만 아니라 영탁, 정동원 등 <미스터트롯> 입상자들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을 만큼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관련 음원 강세 현상은 이전 트로트 곡들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 중 하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트로트는 각종 음원 사이트 순위에서 장윤정, 홍진영, 개그맨 김영철 정도 외엔 이름조차 발견하기 어려웠다. <미스트롯> 역시 프로그램과 가수의 인기에 비해 음원 자체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신 전국 순회 콘서트, 각종 행사에선 연일 표가 매진되며 외면받던 트로트 인기에 불을 지폈다.

반면 <미스터트롯>은 주로 TV방송을 기반 삼아 인기를 확대시킨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전국 순회공연에 돌입했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상당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하지만 TV조선 <사랑의 콜센타> 고정 출연 외에 각종 TV, 라디오 프로에 대거 초대손님으로 등장하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이들의 출연 여부에 따라 시청률 상승 폭이 눈에 띄게 달라질 만큼 확실한 성과도 얻고 있다. 여기에 아이돌 중심 각종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면서 다양한 노래를 선사하는 등 폭넓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종 TV를 통한 홍보는 여전히 올드미디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어르신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시대 변화 발맞춰 진화하는 트로트 팬덤 문화
 
 '미스터트롯' 입상자 정동원의 개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장민호. 이들 외에 많은 가수들이 개인 방송 채널을 개설하고 꾸준히 팬덤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스터트롯' 입상자 정동원의 개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장민호. 이들 외에 많은 가수들이 개인 방송 채널을 개설하고 꾸준히 팬덤 확보에 나서고 있다. ⓒ 정동원TV

 
많은 가수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 역시 팬덤 확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임영웅은 어느새 구독자수 50만 명을 돌파했고 그외 출연자 상당수도 유튜브를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아이돌 그룹 팬카페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해 어르신 중심 트로트 팬덤도 체계적인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스타들이 출연하는 방송 현장에 도시락 등을 전달하는 건 이미 기본이 되었고 버스 및 지하철 광고에 트로트 가수 생일 축하 내용이 등장하는 등 스타에 대한 애정 표현도 시대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몇몇 카페에선 신곡 발표시 음원 스트리밍 요령도 고지하면서 회원들의 꾸준한 응원을 독려하기도 한다. 음원 어플 사용에 서툰 어르신들은 자녀 혹은 손주들에게 방법을 물어가며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나간다. 반면 지정계좌로 현금을 입금하는 식의 직접적인 후원 등 기존 트로트 계에서 목격되던 팬들의 응원 방식은 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물론 갑작스런 인기 팽창에 따른 부작용도 없진 않다. 극히 일부 팬이긴 하지만 특정 가수에 과몰입한 나머지 네이버 뉴스 혹은 TV 서비스 댓글을 통해 타 가수들에 대한 비방성 댓글을 남발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정동원군이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제를 요청할 만큼 공사 중인 가수 집에 무작정 찾아가서 위험을 초래하는 식의 행동은 먼 발치에서 응원하는 다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혹자는 '과도기'에 비유한다. 새로운 팬덤 문화 유입에 따라 기존 애정표현이 혼란을 빚으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부작용이란 의견이다.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수의 움직임에 맞춰 나갈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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