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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숙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도쿄 시내의 파친코점.
 정부의 자숙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도쿄 시내의 파친코점.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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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유동율 감소 실패... 파친코 가게엔 도박 중독자들로 북적

다시 한번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일본은 지난 1월 16일 가나가와현에서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거의 3개월에 걸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3월 25일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되고 29일 국민 코미디언 시무라 켄이 죽으면서 긴급사태선언를 선언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높아졌지만 그로부터 열흘이나 지난 4월 8일에서야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를 비롯한 7개 광역지자체(도부현.都府県)에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실제적인 휴업 및 외출자숙 요청은 그로부터 사흘이나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촌각을 다투는 시기일수록 '하루'의 무게감은 남다를 것인데, 그 아까운 시간을 허망하게 보내버렸다. 이후 내각 전문가회의는 사람간의 접촉율을 평소의 20% 수준으로 내려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정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세웠다. 하지만 긴급사태선언이 선언되고 3주째를 맞이한 오늘의 통계를 보면 그다지 성공적이라 할 수 없다.

휴대전화의 위치정보서비스(GPS)를 기반으로 인구유동율을 분석한 NTT 도코모의 발표에 따르면, 감염확대가 본격화되기 전인 1월 18일~2월 14일과 비교해 4월 11일~26일까지의 유동율이 전체적으로 줄기는 줄었지만 그 감소율이 지역에 따라 87.8%부터 18%로 천차만별이었다고 한다. 도쿄를 보면, 도쿄역(-87.2%)과 마루노우치(-85.3%), 신주쿠역(-81.9%) 등 7곳 정도가 유동율 10-20%선으로 내리는데 성공했지만 그외 지역은 실패했다.

참고로 일본은 코로나19 방역에 관한 것은 모두 내각 전문가회의의 견해를 따른다. 그리고 전문가회의가 말했던 '긴급사태선언 이후 2주간 인구유동율 8할 감소'가 실패한게 드러났기 때문에 5월 6일까지로 예정된 긴급사태선언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이대로 간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각 지자체 및 언론들이 최근 눈에 띄게 아베 정권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하지만 아베 내각은 더이상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기보다(법적인 수단도 물론 없긴 하지만) 보다 강한 시민들의 자숙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일본은 이미 의료붕괴가 확실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달리 취할 방법이 없다. 시중감염이 만연된 상태로 보고 있고, 결국 자연스러운 집단면역을 바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자숙 요청을 따르지 않고 있는 파친코, 술집 등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요청이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나중에 세무조사 등을 맞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한달이나 문을 닫아버리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는 것이다. 나중에 벌금을 받더라도 지금 왕창 손님을 받아 인기를 끄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도쿄의 번화가 우에노의 파친코점 '사이버스페이스'는 원래 손님이 돈을 딸 확률이 매우 낮은 이른바 사기성 짙은 가게로 유명했는데, 지난 며칠동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파친코 업종에서의 대성황은 적극적인 밀접, 밀폐, 밀집을 의미한다.

실제로 바깥에서 쳐다보니, 가히 바이러스 배양기라고 부를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열심히 자숙하면 뭐하는가. 저런 시민의식이 결여된 도박중독자들이 결국 바이러스를 다 옮겨버리는데 말이다.
  
아베노마스크 생산업체 '유스비오'의 등본을 떼려고 법인번호를 입력했으나 '에러'가 뜬다.
 아베노마스크 생산업체 "유스비오"의 등본을 떼려고 법인번호를 입력했으나 "에러"가 뜬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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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비오 회사를 구글에서 찾아보니 허름한 건물에 간판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에 자민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명당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유스비오 회사를 구글에서 찾아보니 허름한 건물에 간판도 찾아볼 수 없다. 한편에 자민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공명당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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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본 떼려면 에러... 무슨 일 하는지 대표가 누군지 알 수 없어

정부의 대처도 이젠 질릴 정도인데, 오늘(27일) 또다른 빅뉴스가 전해졌다.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 참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까지 후생노동성이 밝히지 않았던 '아베노마스크'(세대당 천마스크를 2장씩 준다는 그것)의 마지막 사업자를 폭로한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500억엔(약 57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아베노마스크' 정책에 4개의 임산부용 마스크 생산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이토추 상사라든가 코와, 마쓰오카 코퍼레이션 등 정부가 공개한 3곳은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회사들이지만, 유독 이 마지막 사업자만은 이름을 밝히지 않아 세간의 의혹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의원이 밝힌 마지막 기업은 '주식회사 유스비오(ユースビオ)'였다. 하지만 이 기업의 이름이 등장하자마자 네티즌들의 의혹제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다.

우선 인터넷에서 이 기업의 등본을 떼어보려하면 에러가 뜬다. 법인번호도 있고 주소도 있는데,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대표이사는 누구이며 정관은 어떻게 돼 있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드문 케이스이고, 또한 이 등본변경신청을 4월 10일에 했다고 하는데 무려 2주가 지난 지금도 확인할 수 없다고 나오는 건 나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잘 알지만 가히 전례가 없는 일이다.

또 한가지 의문은 이 회사의 법인번호(2380001******)를 따라가면 본사 주소로 '후쿠시마현 후쿠시마시 니시주오 *-**-*'이 등장한다. 구글 지도 어플에 넣으면 주소지에 위 사진과 같은 거리가 나온다. 유스비오라는 글씨는 찾아볼 수가 없고, 건축리폼 관련 회사가 등장하며 건물 벽면에 공명당의 포스터도 붙어 있다.

무엇보다 누가 봐도 이만큼 큰 사업을 굴릴만한 회사 규모로 보이진 않는다. 일본에서는 이런 회사를 보통 '터널회사'로 부른다. 이 회사를 거쳐 누군가에게, 혹은 다른 회사쪽으로 아베노마스크 세금이 흘러 들어갔다고 보는 게 훨씬 타당하지 않을까. 아베노마스크가 처음부터 이권에 개입돼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던만큼 앞으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아무튼 일본은 여전히 이러한 상태다. 방역대책은 손놨다고 봐야 하고, 1인당 재난지원금 10만 엔(약 110만 원)은 그나마 정책결정도 빨랐고 좋았지만, 그 와중에 아베노마스크를 둘러싼 이권 개입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일본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어제 있었던 시즈오카 4구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정권이 세금을 유용하고 돈세탁을 밥먹듯 해도 자민당 후보가 승리한다. 일본의 미래는 나 같은 외부인이 아무리 비판해봤자 결국 선거권을 가진 일본인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들의 대답이 여전히 자민당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아베노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노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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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테츠의 선데이도쿄 https://uenotetsuya.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아베노마스크, #유스비오, #아베, #코로나19, #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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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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