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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여미도예’
▲ 김해연 원장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 ‘여미도예’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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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여느 날처럼 설레는 마음을 간직한 채 흩날리는 바람을 맞으며 달려간 여미도예. 처마 밑에 맺힌 그리움 한 조각과 반가움 두 조각이 새로운 손님을 제일 먼저 반겼다. 봄빛 짙게 물든 그날은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발걸음조차 내딛기 부담스러웠다.

"선물처럼 다니러 와 주셨군요"라며 분주히 차를 끓이던 여미도예 김해연 원장. 미소가 잔잔해서 차라리 숙연했던 분위기 곁으로 고소한 차향이 선물처럼 내려앉는다.

우리는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마침내 이름 예쁜 여미리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차를 마셨다. 그녀와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부드럽고 맛있다.
 
어떻게 여미리에 안착하게 됐나?
"서산 시내에서 공방을 하고 있던 중, 여미리 마을이 신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된다는 걸 알았다. 지인의 인연으로 공방을 방문하게 되었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주저없이 마을로 들어왔다. 아마 사업가 마인드였다면 들어오지 않았을텐데 그쪽으로는 지금까지도 영 자신이 없다.

기자님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시야가 확 트여 속이 시원하지 않냐. 난 전경이 너무 좋아서 볼 때 마다 참 행복해진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없었다면 외로워서 벌써 보따리 싸 나갔을 수도 있지 않겠나."
 
전공이 도예 관련 학과였나?
"원래 나는 도예와는 전혀 다른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러다 우연히 취미로 도예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직업으로 옮겨졌다.

오히려 늦게 시작한 만큼 정말 열심히 했다. 다시 대학을 가고, 방학이면 스승님을 찾아뵙고 도예 공부를 하고… 그런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지금도 조금은 한가한 겨울이 오면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계속 토론하고 공동작업을 하면서 공부를 이어 나간다.

이런 것처럼 살아보니 세상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도 더러 있더라. 하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주어진 대로만 살아진다면 정말 재미없지 않겠나."
 
서산시 여미리
▲ 여미도예 서산시 여미리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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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만의 특징이 있다면?
"이곳은 도예하기 딱 좋은 환경을 가졌다. 넓게 트여서 불을 피워도, 연기가 나도 부담이 없다. 그래서 다른 공방들과 다르게 라쿠기법으로 작품을 만든다. 이것은 초벌구이 한 작품을 빠른 시간 안에 구워내는데 꺼먹이 소성이라고도 하며, 1000도 되는 가마에서 바로 꺼내 실온에서 크렉이 가는 작품을 왕겨에 파묻어 연을 멕이는 작업이다. 라쿠소성은 화려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토분으로도 멋진 작품이 된다.

때론 노천소성을 할 때도 있다. 땅에 얕은 구덩이를 파기도 하고 바로 장작을 때서 작업을 하는 방법이다. 선사시대부터 토기를 굽는 기법으로 불을 지펴 도자기를 구웠다. 고화도로 굽는 도자기와는 전혀 색다른 멋을 맛볼 수 있다.

이런 걸 보면 도예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예술일지도 모르겠다."
  
서산시 여미리
▲ 여미도예 서산시 여미리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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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바람이 있다면?
"길 넓히는 것이 제일 급하다. 대형 버스가 들어오지 못하다 보니 외부에서 단체체험단들이 편하게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 주민들께서 체험하러 오는 학생들을 자신들의 자동차로 태워다 주는가 하면, 기다렸다 체험이 끝난 학생들을 다시 마을 회관까지 태워다 주는 수고를 해준다. 마을 분들의 넉넉한 마음에 항상 감사하다.

큰 차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이 좀 더 넓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여미도예에서 바라본 달빛은 참 곱다. 그래서 여미리를 '달빛예촌'이라고 하는가 보다. 가족끼리 소풍 오듯 훌쩍 달려와 체험도 하고 도시락도 먹고 놀기도 하고 그러면 참 좋겠다"고 말하는 김해연 원장.

올 한해 그녀의 목표는 가을 즈음, 개인전을 생각하고 있단다.

"도예는 나 김해연이다. 나를 담아 빚는 도기 속에 꿈도 사랑도 슬픔도 희망도 모두 담겨있다"는 그녀 김해연 원장. 비록 가는 길이 외롭고 고독하더라도 그녀의 모든 것은 빛날 수밖에 없음을 기자는 안다.
 

덧붙이는 글 |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태그:#여미도예, #김해영 원장, #서산시 여미리,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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