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 77억의 사랑 >

JTBC 예능 < 77억의 사랑 > ⓒ JTBC

 
JTBC 외국인 토론 예능 < 77억의 사랑 >이 27일 방송을 끝으로 조용히 종영했다. 최종회에는 가수 임영웅-영탁이 게스트로 출연해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7일 밤 11시에 방송된 12회는 유료가입가구기준으로 전국 시청률 3.8%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 77억의 사랑 >(아래 '77억')은 전 세계 인구 77억 명을 대표하는 세계 각국의 청춘 남녀가 국제커플들의 고민이나 사례를 통해 요즘 세대들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성에 관한 생각과 문화를 함께 이야기하는 '연애 토론 프로그램'을 표방하며 출발했다. 나라별로 개성 넘치는 매력과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겸비한 외국인 출연자들, 그리고 신동엽-김희철-유인나 3인 MC의 조합으로 시작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 77억 >은 '외국인 예능'의 선구자 격이라고 할수 있는 <비정상회담>이나 <미녀들의 수다>같은 전작들에 비하여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약 3개월 만에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됐다. 세계 각국의 출연자들이 나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포맷이다. 여기에 < 77억 >은 출연자 구성이나 주제 선정, 진행 방식, 무대 연출 등 디테일한 각 부분에 이르기까지 같은 채널의 전작 <비정상회담>의 '아류'라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짧은 방영기간 중에도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오락가락했던 것도 문제였다. < 77억 >은 방영 초기, 동거, 비혼, 프러포즈, 마마보이, 바람, 결혼식 문화, 혼전계약서 등 주로 연애와 관련된 주제들을 다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기존의 연애 예능이나 토크쇼에서 수없이 다뤘던 뻔한 것들이기에 식상하단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 77억 >은 '코로나19'를 다룬 7화를 기점으로 육아 휴직, 신흥종교, 재태크, 악플 등에 이르기까지 연애 이슈를 넘어선 주제들을 다루며 사실상 '시사 토론'에 가깝게 방향이 바뀌었다. 문제는 이렇다보니 프로그램 고유의 색깔이 흐려지며 이제는 정말로 <비정상회담> 시즌2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가 됐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중반부터 초기의 남녀 성비 균형이 깨지고 <비정상회담> 출신 외국인들이 고정패널로 합류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더 두드러지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과 화제성이 눈에 띄게 반등하지 못했다.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이는 국민적 인기를 불러모은 <미스터트롯> 멤버의 '게스트 효과'에 의지한 일시적인 후광일 뿐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이날 방송에서 주목을 받은 것도 토론 내용보다도 게스트들의 사연이었다. <비정상회담>이나 <미수다>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에, 출연자들이 어떤 주제로 무슨 토론을 나누고, 어떤 발언이 나왔는지에 따라 항상 뜨거운 화제를 몰고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77억>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연애'라는 소재를 굳이 '외국인'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하필 토론식의 딱딱한 구성으로 풀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연애와 결혼, 이성에 관한 문화 차이를 이야기한다는 콘셉트 자체는 신선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개인적 경험과 한국어 실력차이, 그리고 찬반을 나누는 식의 단조로운 토론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 자연히 한국어 실력이 출중한 몇몇 출연자나 화제성이 있는 게스트에게만 지나치게 분량이 쏠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 방송가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존 외국인 예능들의 한계'을 답습했다는 것도 지적받고 있다. <비정상회담>이나 <어서와 한국이 처음이지?>같은 프로그램들은 한때 외국인 시각에서 본 한국 사회와 문화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며 색다르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긍정적인 점만을 부각거나, 한국 방송에 익숙해진 외국인 출연자들의 잇단 '연예인화', 또한 성공한 기존 예능의 포맷을 재탕하는 '자기복제'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단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어쩌면 < 77억은 > 처음부터 <비정상회담>보다는 차라리 <마녀사냥>의 '글로벌 버전'을 표방했더라면 더 매력적이었을 기획이었다. 신동엽-성시경-허지웅-한혜진 등이 출연했던 연애 토크쇼 <마녀사냥>은 젊은 세대의 이성관과 연애이야기는 물론이고 성문화까지 넘나드는 솔직하고 파격적인 토크 수위로 한때 큰 인기를 불러일으킨바 있다.

연애나 이성문제는 찬반을 나누어서 토론을 한다고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국제커플의 경험담이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연애 스토리만 자유롭게 풀어낸다고해도 다룰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했을 것이다. 결국 제아무리 좋은 소재와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있다고 해도, 제작진이 이를 활용할 만한 기획력이나 창의성이 없다면, 프로그램이 얼마나 맥빠지고 지루해질 수 있는지를, < 77억 >이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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