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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새벽 서울 이태원의 클럽 3군데를 방문한 경기도 용인시 66번 확진자(29)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종업원 70여 명에 클럽 방문자만 1500명이 넘는 상황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에 들어선 지 이틀만에 서울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의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8일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마이뉴스>는 8일 오후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다음은 이재갑 한림대 교수와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

- 그간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
"방역에 있어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중요하다. 경제가 힘드니 '생활 속 거리두기'를 준비하는 것을 전면 반대하진 않았다. 감염병 전문가나 질병관리본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하면 환자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걸 'K-방역'이라면서 마치 축제마냥 여기고 거기다가 총리가 직접 경계 단계를 조정하는 것도 논의해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 버렸지 않나. 감염병 전문가 누구도 그렇게 이야기한 사람이 없다. 이미 국민들도 느슨해지기 시작했는데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기름을 부은 꼴이다.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니 국민들이 노력을 해주셔야 지금껏 지켜온 부분들이 결실을 맺어 성공할 수 있는 거라고 간곡히 부탁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왜 자아도취가 되나."

- 지금까지 지켜온 부분들이라면.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고자 노력한 많은 분들이 있다. 그 분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밖에 되지 않는다. 공연계는 온라인으로 중계하고 야구도 무관중 개막을 한다. 재택근무를 위해 노력했던 기업들도 있고 밀집도를 낮추려고 책상수를 줄인 곳도 있다. 식당들조차 좌석을 줄이거나 아예 배달만 하시는 분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드라이브 스루로 회까지 파는 문화를 만들어둔 소상공인들인데 이런 식으로 잘못된 신호를 줘서 지역감염이 확산되면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애써서 노력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는 거다."

- 유흥업소 영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면서 제일 우려했던 게 유흥업소다. 최대한 늦게 열게 해달라고 전달을 분명히 했는데 정부에서 그냥 강행했다. 경제 활성화의 지표로 유흥업소를 논하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접대 비용의 한계를 높이지 않나.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접대문화를 갖고 경제를 회복시키려고 하는 건지."

- 이번 감염을 '2차 파도(웨이브)'로 봐야 할까.
"아직 판단하기는 어려운데 방역당국이 잘해줘야 한다. 주말 사이에서 방역을 잘 해서 추가 확진자를 얼마나 막아내는지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지금 상황은 200~300명까지 발생할 수 있는 안 좋은 형태의 발병 패턴이다. 심상치가 않다. 오늘만 해도 15명이 진단됐고 진단된 사람들의 가족들도 진단됐다. 앞으로 2~3일 안에 근처에 갔던 사람들에게 빨리 연락이 되고 증상 있으면 진단 들어가고 자가격리가 돼야 한다. 다음주 중반까지 제대로 방역이 되지 않으면 몇 백명까지 확산될 수 있다. 명단 확인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 질병관리본부가 그야말로 폭탄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7일 오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의 한 유흥업소의 모습. 2020.5.7
 7일 오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의 한 유흥업소의 모습. 2020.5.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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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좋은 형태의 발병 패턴이라는 건 클럽의 밀집도를 말하는 건가.
"밀집도만이 아니라 유흥업소이기 때문에 명부 확인이 용이치 않은 측면들이 있다. 역학조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소수자들이 주로 가는 클럽이라는 걸 밝힌 언론사는 본인들이 책임져야 한다. 가뜩이나 한국 사회가 동성애자인 걸 터부시하는 마당에 확진된다면 의심받지 않겠나. 성소수자라고 창피할 이유는 없는데 한국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상황 아닌가. 연휴 기간에 놀러갔다가 확진됐다는 사실에 더해 성소수자라는 낙인까지 인민재판을 받는 꼴이 된 것이다. 이제 누가 마음 편하게 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겠나."

- 어떻게 해야 하나.
"2일 해당 시간대 클럽 방문을 한 사람들과 근처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하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다. 명단을 추려 동선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66번 확진자 외에 클럽 확진자들이 접촉했던 사람들도 검사해야 한다. 또한 2일 하루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클럽에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려서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 참여가 중요한 상황이다."

- 개학은 연기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말하기는 힘들다. 주말에 확진 환자가 전국 단위로 확산된다면 고민해 봐야 한다."

태그:#이재갑, #인터뷰,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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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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