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승리 이후 세레머니중인 롯데자이언츠 선수단

8일 승리 이후 세레머니중인 롯데자이언츠 선수단 ⓒ 롯데자이언츠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 시즌 리그에서 유일한 3할대 승률과 함께 꼴찌에 머물렀던 롯데 자이언츠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롯데는 7년 만에 개막 5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단독 선두에 자리했다.

롯데는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개막시리즈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외국인 투수 샘슨이 아버지의 병세 악화로 인해 미국으로 돌아가 합류하지 못했고 스트레일리 또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롯데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개막전부터 새 외국인 타자인 마차도가 역전 3점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2차전에는 일찌감치 폭발한 타선의 힘으로 승리했다. 3차전 역시 KT에게 경기 중반까지 끌려갔지만 7회 극적으로 터진 손아섭의 역전 3점홈런을 포함해 경기 후반에만 6점을 몰아치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8일 홈으로 돌아와 맞이한 SK전 역시 선발 매치업에서 SK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6:1의 경기를 8:8 동점까지 끌고 가더니 연장승부 끝에 기어코 끝내기 승리를 만들어냈다. 홈런을 네 방이나 쏘아 올렸고 마차도는 수비형 타자가 아닌 공.수 모두 완벽하다는 것을 입증하듯 불방망이 쇼를 선보였다.

9일 우천취소로 인해 하루 휴식을 가진 롯데는 10일에도 팽팽한 투수전 끝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4:0 승리를 챙겼다.

롯데는 악몽과도 같았던 2019시즌 이후 큰 변화를 꾀했다. 시카고 컵스에서 테오 엡스타인 단장과 함께 일하던 성민규 스카우터를 단장으로 영입한 것이었다. 39세의 성민규 단장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와 나이가 동갑일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성민규 단장은 부임 직후 '프로세스'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의 구석구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MLB의 운영 방식을 한국 야구에 맞게 롯데에 적용하겠다며 트랙맨과 랩소도 등의 세이버 매트릭스 기반 분석 장비들을 구매했다.

호주 리그의 질롱 코리아에는 10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며 KBO리그 팀 중 가장 많은 선수들을 호주 리그에서 경험토록 했다. 신임 감독으로는 키움의 수석코치였던 허문회 감독을 선임했고 래리 서튼을 퓨처스 팀 감독으로, 행크 콩거를 배터리코치로 영입했다. 또한 지난 시즌 계약에 다다르지 못하며 미아 신분으로 한 시즌을 날렸던 노경은과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공격적인 트레이드와 FA영입으로 스토브리그를 주도하기도 했다. 롯데 전력에서 가장 큰 약점이었던 포수 위치는 한화 이글스와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지성준을 영입하며 보강했고 FA 2루수 안치홍을 국내에서는 생소한 옵트-아웃 계약을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전준우 또한 재계약을 했고 개막 직전인 4월에는 키움과의 트레이드로 추재현을 영입했다.

팬들은 성 단장을 두고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팀의 다양한 곳에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

파격적인 행보는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연습경기에서 일부 롯데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퇴근을 허락받은 일이 일어났다. 허문회 감독은 경기 중반 라인업에서 빠진 주전 선수들이 경기 끝까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 조기 퇴근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트레이드를 감수하며 영입한 포수 지성준이 롯데의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쓸 것으로 예상됐으나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허문회 감독과 행크 콩거 코치는 정보근과 김준태가 포수로서의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고 이에 부응하듯 정보근은 안정된 수비력과 리드를 보여주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들 역시 롯데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비형 용병'으로 평가받던 마차도는 벌써 홈런3개로 무력시위중이며 투수 스트레일리는 1선발로서의 구위를 보여줬다.

개막 후 열린 경기는 아직 5경기에 불과하다. 또한 롯데는 전통적으로 봄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선수단 전체가 보여주고 있는 '공 한 구 한 구'에 대한 집중력과 이전에 보이지 않던 롯데의 덕아웃 분위기, 순간순간의 응집력이 달라진 롯데를 표현하고 있다.

성민규 단장은 감독, 코치, 선수단, 프런트뿐만 아니라 사직구장의 잔디를 관리해주시는 분들까지 하나의 팀이 되어 최선을 다해주시는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팀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쓰며 '원 팀'으로서 나아가는 것이 '프로세스'와 '달라진 롯데'의 시작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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