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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시간 속에 묻혀 있는 듯한 여수 고락산성에서.
  고요한 시간 속에 묻혀 있는 듯한 여수 고락산성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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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로 전환되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숨구멍이 트였다. 그러던 차에 마침 여수 고락산(鼓樂山, 350m) 산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무엇보다 백제 시대에 축성한 산성으로 밝혀진 고락산성(전남기념물 제244호)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지난 7일, 오전 10시 10분쯤 산행 들머리인 망마경기장(전남 여수시 여천체육공원길)에 도착했다. 등산로 따라 조금 걸어가자 산뜻한 망마경기장이 내려다보였다. 괘락산이라 부르기도 하는 고락산은 경사가 꽤 있지만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걷기가 좋았다.

둥둥둥 북을 울리면 무선산(舞仙山)에서 선녀가 내려와 즐겁게 춤을 추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고락산. 그러데 왜 꼭 집어 무선산 선녀였을까. 산의 형상이 마치 신선이 춤추는 듯하여 무선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 사연을 접하고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고락산 산길서 바라다본 망마경기장.
  고락산 산길서 바라다본 망마경기장.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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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 있는 고락산성. 백제 시대에 축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상에 있는 고락산성. 백제 시대에 축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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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락산 정상에 오른 시간은 11시께. 시원스레 펼쳐지는 여수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었고 금오도, 하화도, 낭도 등 여수의 섬들도 아스라이 보였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자 고락산성이 나왔다.

이 지역이 백제 시대부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말해 주는 고락산성은 두 채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 낮은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본성과 정상에 있는 부속된 성으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상 성벽의 둘레는 100m로 적의 동태를 살피는 보조적인 성격이고, 성벽 둘레가 354m인 본성은 적군을 방어하기 위해 낮은 봉우리에 위치했던 것 같다.

옛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락산성 위로 올라가 보았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어쩌면 그 당시 치열했던 삶이 고요한 시간 속에 묻혀 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도 쓸쓸하고 허허한 느낌보다는 그윽한 풍경이 자아내는 오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눈부신 햇살이 풀들 위로 부서져 내리고 바람이 살랑살랑 나뭇잎들과 노닥거리며 무거운 침묵을 깨는 듯했다.
 
    걷기 좋은 고락산 둘레길에서.
  걷기 좋은 고락산 둘레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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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락산성을 지나서 내려가는 길에 몇 그루 나무가 서 있었다. 가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할 만큼 한가하고 평화스러운 풍경이었다. 게다가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주었다. 둥둥골 방향으로 둘레길 따라 계속 걸어갔다. 연보랏빛 등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나무가 보였다. 등나무 그늘에 앉아 까르르까르르 웃던 학창 시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구봉산 정상에는 메탈 아트 봉수대가 있다
 
    구봉산 정상에 있는 현대식 메탈 아트 봉수대.
  구봉산 정상에 있는 현대식 메탈 아트 봉수대.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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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마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와 구봉산(473m, 전남 광양시) 전망대를 향해 달렸다. 구봉산 정상 바로 가까이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가 있다. 구봉산은 1194년에 봉수대가 설치되면서 봉화산이라 부르다 봉수대가 초남마을 뒷산으로 옮겨 가자 옛 봉화산을 뜻하는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오후 3시 20분께 여수, 순천, 하동, 남해 등 광양만권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이르렀다. 여수 묘도와 광양 금호동을 잇는 이순신대교, POSCO 광양제철소, 광양항 등을 조망했다.
 
    여수, 순천, 하동, 남해 등 광양만권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봉산 전망대에서. 여수 묘도와 광양 금호동을 잇는 이순신대교가 눈길을 끌었다.
  여수, 순천, 하동, 남해 등 광양만권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봉산 전망대에서. 여수 묘도와 광양 금호동을 잇는 이순신대교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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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정상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식 메탈 아트 봉수대이다. 매화꽃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쇠로 이미지화했다. 높이는 9.4m로 광양이란 지명이 처음 사용된 940년(고려 태조 23년)을 상징하고 있다.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은 구봉산 전망대는 한국관광공사가 이번에 선정한 '야간관광 100선'에 포함되었다. 광양만, 그리고 빛, 쇠, 꽃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메탈 아트 봉수대의 멋진 야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태그:#고락산성, #구봉산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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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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