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서민희 역을 맡은 배우 정다빈.

ⓒ 넷플릭스


넷플릭스 화제작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10대들의 이면을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된 이 작품에서, 조건만남을 통해 용돈을 벌어 남자친구에게 선물공세를 하는 서민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정다빈. '아이스크림 소녀'로 잘 알려진 아역배우 출신으로, <인간수업>을 통해 성인이 되고서 첫 주연으로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한 그를 12일 오후 온라인으로 만나 화상 인터뷰했다.

"부모님, 1회 보시고 더 못 보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서민희 역을 맡은 배우 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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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관람불가 등급답게 거친 욕설은 기본이고, 폭력 장면, 청소년 성매매 신이 등장하는 <인간수업>에서 정다빈이 맡은 서민희는 가장 파격적인 배역이다. 고등학생임에도 줄곧 담배를 피우며 성매매로 돈벌이를 하는 서민희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민희는 저와는 너무 다른 느낌의 인물이었다"며 "대본을 받고 많이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됐고, 연기하는데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배역이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됐는데, 사실 어떤 작품인지 제가 맡은 역은 무엇인지 캐스팅에 통과되고 나서 알았다. 함께 하기로 결정되고, 감독님께서 제게 대본을 주시며 '서민희 캐릭터를 보면 된다'고 말씀하시더라. 봤는데, 충격적이었고 한편으로는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날 것의 느낌이었다.

그때가 제가 성인이 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어서 '내 주변에 이런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저와 제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땐 집중을 못 했다. 이 얘기가 뭘 전해주고 싶은 거지? 스스로에게 이 물음표를 계속 던지면서 어렵게 대본을 봐 나갔다. 파격적 역할에 대한 두려움보다 저의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서민희를 연기하게 됐다."


실제의 자신과 너무도 다른 모습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그리고 대본에서 다루는 사회 문제를 잘 인지하고 연기하기 위해 정다빈은 여러 방법으로 공부했다. 그는 "(성매매에 관련된)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많은데 그것들을 많이 보고 책도 보면서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공부를 했다"며 "<인간수업>을 통해 사회적 이슈의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만큼 책임감도 생겨났다"고 털어놓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서민희 역을 맡은 배우 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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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기가 얼마나 힘들고 파격적이었는지는 부모님과 관련한 일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인간수업>이 공개된 후 주변의 반응이 어땠냐고 묻자 그는 "부모님이 1화를 보시다가 다 안 봤다"며 "제가 모텔에 들어가는 신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아지셔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겠다'고 하시더라. 1화밖에 못 보신 상태라서 부모님 생각은 아직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가 연기한 서민희는 대부분의 대사가 욕설이고 전자담배를 습관처럼 피우는 여고생이다. 정다빈은 이런 연기에 대한 고충을 묻는 질문에 "잘 안 어울려서 욕설을 평소에 하지 않는 편인데 대본을 보고 또 하나의 도전처럼 느껴졌다"며 "민희로 배역이 확정되고 나서 여러 말투를 준비해서 주변에 '어떤 투가 괜찮은 것 같아?'라고 물었다. 입에 붙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흡연은 경험해보지 않아서 감독님을 비롯해 스태프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원래는 진짜담배인 연초를 피우는 거였는데 저의 건강을 배려해주셔서 전자담배로 바꿔주셨다. 이번 작품으로 담배에 중독될까봐 걱정해주셨는데, 다행히 중독은 되지 않은 것 같다."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 다양한 배역 연기하고파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 스틸컷 ⓒ 넷플릭스


정다빈은 어릴 때 찍은 광고로 '아이스크림 소녀'로 불려왔다. 이런 고정된 수식어가 걸림돌이 되진 않는지 묻자 그는 "아이스크림 광고를 4살에 찍은 건데 올해 21살이 됐다. 그 수식어로나마 많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고, 정다빈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구나 하고 더 지켜봐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를 알려준 만큼 고마운 마음이 훨씬 크고,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제부터 연기인생이 시작이니까 내가 열심히 해서, 내가 원하는 또 다른 수식어를 만들 수 있겠다, 나에게 모두 달렸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20대가 되고 만난 첫 작품에서 첫 주연을 맡은 정다빈에게 <인간수업>은 어떤 의미의 작품일까. 이에 다음처럼 대답했다. 

"<인간수업>은 제게 터닝포인트다. 저라는 사람을 돌아보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나서 감사했다. 감독님을 비롯해 최민수 선배님 등으로부터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혹은 '아, 이런 방식으로 연기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많은 걸 배운 계기였다. 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도와주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과 '아이스크림 소녀' 외에 갖고 싶은 수식어가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정다빈은 "어떤 수식어를 꼽아서 말씀드리기 보단 '정다빈에게 이런 얼굴도 있었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다 어울리는, 여러 매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변했다. 또한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선 "스물 한 살, 이제 시작"이라며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보고 싶고,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고 차분하지만 당차게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서민희 역을 맡은 배우 정다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서 서민희 역을 맡은 배우 정다빈.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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