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보리> 관련 사진.

영화 <나는 보리>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극영화가 특별한 극적 사건 없이도 110분을 끌어갈 수 있다면 그것은 진심의 힘이 아닐까. 지난해 정동진영화제 및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소개되며 영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나는 보리>가 개봉을 앞두고 12일 언론에 선 공개됐다. 

영화는 코다(CODA,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아이) 가정을 소재로 한 아이가 가족과 이웃 사이에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보리(김아송)는 엄마(허지나)와 아빠(곽진석), 동생(이린하) 모두 소리를 듣지 못해 외부와의 소통을 전담하는 속 깊은 아이다. 장애가 있다는 것 빼곤 화목하고 부족함 없는 가족이지만 왠지 모르게 보리는 소외감을 느낀다. 수어를 곧잘 하지만 자신을 빼곤 다른 가족이 뭔가 더 긴밀하게 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보리는 귀가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한 분위기다. 매일 귀가 들리지 않길 바라며 소원을 비는 보리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깊게 소통하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순수함과 연결된다. 엉뚱한 상상 혹은 엉뚱한 행동을 하기 마련인 열한 살 나이에 걸맞게 보리는 나름의 방식으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보리의 친구 은정(황유림)과 마을 곳곳 이웃들도 진심으로 보리를 대하며 걱정하거나 때론 위로해준다. 

연출을 맡은 김진유 감독은 전작 단편 <높이 뛰기>에서 이미 코다 가정을 다룬 바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걸 핑계 삼아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 아이의 상처를 다뤘다. 실제로 어머니가 청각장애인인 김진유 감독은 자신의 경험담을 고스란히 영화로 녹여냈고, 그 뿌리가 이번 영화 <나는 보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농아인협회 행사에서 만난 한 사람의 사연이 녹아 보리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첫 장편인 만큼 투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과하게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나는 보리>는 감독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영화적 요소를 배치에 관객에게 소소한 진리 혹은 진심을 전하려 한다. 
 
 영화 <나는 보리> 관련 사진.

영화 <나는 보리>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영화 <나는 보리> 관련 사진.

영화 <나는 보리> 관련 사진. ⓒ 영화사 진진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진심이 담긴 영화

여기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여러 배우들의 공도 크다. 부모 역을 맡은 배우 곽진석과 허지나는 실제 부부다. 각자 스턴트 배우, 연극 배우로 오랜 시간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다. 애초 출연하기로 한 배우가 있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불발되며 평소 감독과 친분이 있던 이들이 출연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영화는 예정일보다 약 2개월 늦게 개봉하게 됐다. 그 사이 영화의 배경이 된 강원도 주문진의 한 마을 또한 급격하게 변했다고 한다. 개발의 광풍이 불기 전 골목과 재래시장, 학교 주변 곳곳이 영화 안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영화를 찍은 지 불과 2년 남짓임에도 현재 그 풍경은 사라졌다고 한다. 감독과 출연 배우들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일 터. 

풍경은 바뀌었을지언정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진심만은 영화에 잘 담겨 있는 만큼 <나는 보리>로 따뜻한 추억과 행복감을 주변과 나눠 보는 건 어떨까.
 
영화 <나는 보리> 관련 정보

연출: 김진유
출연: 김아송, 이린하, 곽진석, 허지나, 황유림
제공 및 제작: 파도
배급 및 투자: 영화사 진진
러닝타임: 110분
상영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0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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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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