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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13일 열린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기능반 폐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figcaption>
 
13일 열린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기능반 폐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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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지방기능경기대회 참가를 위한 합숙훈련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주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3일 출범했다.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운동도 함께 추진한다. (본지 4월21일 기사참조)

신라공고 3학년에 재학중이던 고 이준서 학생은 지방기능경기대회 메카트로닉스(2인 1조) 직종 출전을 준비하던 중 4월 8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이 학교에는 3학년 학생 16명이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고 이준서 학생의 유족 측은 학교 측의 강압적인 기능경기대회 준비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찰에 사고원인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중이다.

고 이준서 학생은 3월 2일, 3월 9일 두 번에 걸쳐 합숙훈련장을 이탈했으며, 4월 1일 온라인 수업교재 수령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다시 합숙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13일 출범한 '이준서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는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조교 등 6개 전국단위 시민·사회 운동단체와 경북노동인권센터 등 경북지역 45개 등 총 5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공대위는 출범기자회견에서 "기능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기능반 중심의 학교 운영에서 소외되었으며, 기능대회 참여 학생들은 죽음의 메달 경쟁이라 할 만큼 가혹한 훈련에 시달렸다"면서 "코로나 19감염병 사태로 등교 개학이 여러 차례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훈련을 강행하였던 학교와 경북교육청, 뿌리 깊은 직업계고 차별 정책을 혁신하지 않는 교육부도 그 책임을 함께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망원인에 대한 진실규명과 철저한 수사 △고인과 유족에 대한 학교와 교육당국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 △기능반 폐지 △직업계 교육 정상화등을 요구했다. 
 
<figcaption>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에서 현장실습을 하던도중 프레스에 눌려 사망한 고 이민호 학생의 부친 이상영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 이준서군의 아버지 이진섭씨가 직업계고 정상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figcaption>
 
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에서 현장실습을 하던도중 프레스에 눌려 사망한 고 이민호 학생의 부친 이상영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 이준서군의 아버지 이진섭씨가 직업계고 정상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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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단체 관계자들은 이준서군의 사망에대해 학생을 무한 경쟁으로 내몬 사회적 타살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실업계고 교육정상화, 직업계고 기능반 폐지 등을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에서 현장실습을 하던도중 프레스에 눌려 사망한 고 이민호 학생의 부친 이상영씨는 "꿈도 많고 피지도 못한 꽃 같은 아이들에게 죽음의 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은 어른들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내 자식도 이같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위에 잘못이 있나 없나를 살펴보고 고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이날 기자회견 참석을 위해 제주에서 경주로 왔다. 고 이준서군의 부친 이진섭씨는 "준서가 (기능반을) 계속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회유와 압박이 있었던 것 같고, 준서가 그 압박감을 못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특성화고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1학년때부터 3학년때까지 기본적인 수업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기능경기 대회에만 몰두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대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기 전교조경북지부장은 "소수의 학생을 모아, 단순기능을 반복 훈련해서 기능경기대회 메달 경쟁으로 모는 학교, 이런 교육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고 이준서학생의 추모를 넘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 기능반 폐지를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이 지부장은 "학생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면서 학교와 교사들이 그 성과의 열매를 따먹는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이준서 학생의 사망은 단순 사망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고 정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대위 진상조사단은 권영국 변호사를 비롯 민변소속 대구지역 변호사, 노무사, 전교조 직업위원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이준서 학생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사망원인에 대한 1차적 규명이 필요하며, 직업계고 기능반과 관련한 부조리, 합숙훈련 관리문제, 기능대회 부조리 등 유족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점들이 중점조사대상이 될 것"이라며 "한달 이내에 1차 조사를 완료하겠다"고 진상조사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figcaption>13일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진상조사단장(변호사)이 조사계획을 설명하고 있다.</figcaption>
 
13일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진상조사단장(변호사)이 조사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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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을 선언한다.

- 기능반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촉구 및 교육당국의 진정어린 성찰 요구-

늦은 밤 학교에서 가정으로 울리는 전화는 흔한 일이 아니다. 4월 8일 밤, 유가족에게 걸려온 학교의 전화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누구에게는 숨기고 싶은 사실이 가득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경주 S공고 기능반의 실체를 밝히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고 이준서 학생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수사를 촉구하며,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어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고인이 고통스럽게 절규하였던 곳에서 우리가 행동을 시작하는 이유이다.

고인의 큰 아픔과 비통한 심정을 우리가 어떻게 다 공감할 수 있겠는가? 온몸으로 자신의 아픔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서야 우리는 폐쇄적이고 은밀한 조직인 기능반에서 고인이 당해야 했던 고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게 되었다. 직업교육제도에 의해 무고한 한 학생이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또다시 깨달았다. 2007년에도 있지 않았는가? 그렇다. 준서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교육제도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 통곡의 땅에서 우리의 활동을 시작하면서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선포한다.

그동안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기능대회는 교육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기능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기능반 중심의 학교 운영에서 소외되었으며, 기능대회 참여 학생들은 죽음의 메달 경쟁이라 할 만큼 가혹한 훈련에 시달렸다. 무엇을 위한 기능대회인가? 고 이준서 학생이 떠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럼에도 학교는 관행적으로 운영하던 기능반 활동이 비교육적 행위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기능훈련 준비과정의 문제에 동학년간, 기능반 선후배간 위계적 갈등 같은 관계의 문제가 더해지면서 증폭되어 학생들은 심리적 한계를 마주해야 한다. 폐쇄적인 소수집단이 가지는 위험성을 정녕 모르고 있는가? 메달과 실적을 우선해온 학교와 교육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무시해왔던 것이다. 코로나 19감염병 사태로 등교 개학이 여러 차례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훈련을 강행하였던 학교와 경북교육청이 아니던가?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은 결코, 어느 한두 사람의 잘못으로 그 책임을 넘길 일이 아니다. 한 학생을 죽음으로 내몰게 한 경주 S공고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뿌리 깊은 직업계고 차별 정책을 혁신하지 않는 교육부도 그 책임을 함께 져야한다. 늦었지만 우리는 부끄럽고 원통한 심정으로 한국교육의 가장 아픈 지점을 돌아보게 해준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직업교육정책을 바로 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의 의미를 고 이준서 학생에게 바친다.

다시 한 번 고 이준서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들의 요구를 밝힌다.

1.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실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1. 학교와 교육당국은 고인과 유족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1. 직업계고 학생들을 메달 따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기능반을 폐지하라.

1. 학교와 교육당국은 기능대회로 상징되는 직업계고의 차별적인 교육을 중단하고 모두를 위한 전인적 교육으로 직업계교육을 정상화하라

2020년 5월 13일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직업계고등학교 기능반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참가단체 전국 단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현장실습피해자 가족모임, 노동건강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6개) 지역 단위: 경북노동인권센터, 경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대학노조 대경본부, 민주노총 경북본부, 경북 민주동우회, 포항여성회, 포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울진사회정책연구소,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참교육학부모회 경주지회, 경주여성노동자회, 경북장애인부모회,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시민연대, 민주노총 포항지부, 경주학부모연대, 정의당 경북도당, 정의당 포항시위원회, 노무현재단 대구경북 포항지회, 영덕참여시민연대, 노동당경북도당, 민중당 경북도당, 민중당 경주지역위원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경산지회, 민주노총 경주지부, 정의당 경주시위원회,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북지부, 민중당 경산지역위원회, 민중당 포항지역위원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대경지부,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넷 바로,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전국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45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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