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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부속건물에 붙어 있는 머릿돌이다.
 충남 당진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부속건물에 붙어 있는 머릿돌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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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 광주 5.18 항쟁 당시 시민 학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전두환씨의 이름이 새겨진 머릿돌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19일 제보를 받고 충남 당진시에 위한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해당 학교의 부속건물 머릿돌에는 "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 하사금으로 건축된 생활관입니다. 서기 1987년 7월 4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머릿돌에 기부나 기증이 아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물건을 내려주는 것을 뜻하는 '하사'란 단어가 적혀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해당 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이런 것이 건물에 붙어 있었는지조차도 몰랐다"며 "머릿돌에서 군부독재 시절의 강압적인 분위기가 느껴 진다"고 비판했다.

해당 건물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직전에 건립된 것이다. 건물이 지어질 당시에는 학생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교육하는 생활관으로 쓰였다. 하지만 현재는 생활관이 아닌 다른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세금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비교육적 머릿돌 철거해야"


한편, 일부 교사들은 '해당 머릿돌이 학교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A교사는 "학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현장이다. 전두환은 5.18의 원흉이다. 게다가 해당 건물은 전두환의 개인 돈으로 지은 것도 아니고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된 것이다"라며 "머릿돌을 보고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의 K교장은 "머릿돌을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K 교장은 "(법적·행정적) 근거도 없이 머릿돌을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다"며 "건물을 뜯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연스럽게 머릿돌도 없어질 텐데, 굳이 강제로 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두환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잘잘못을 떠나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없애다 보면 거의 모든 흔적을 지워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지우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머릿돌은 그 자체로도 산역사가 될 수가 있다"며 "누군가는 머릿돌을 보고 침을 뱉으며 욕을 할 사람도 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역사를 돌이켜 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남교육청 "전두환 머릿돌 전수조사 필요" 

해당 머릿돌과 관련해 주무관청인 충남교육청의 입장을 들어 봤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지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충남도내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머릿돌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한 바는 없다"며 "하지만 전수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건물은 전두환의 사비가 아니라 엄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두환 개인이 건립한 것처럼 표기한 것은 교육적인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일 인사들에 대한 송덕비의 경우, 그 옆에 따로 단죄비를 만든 사례가 있다"며 "그런 사례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태그:#전두환 머릿돌 , #전두환 하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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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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