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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뿐이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먹고 살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이것이 21살의 내가 전단지 알바를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이다.

그때 나는 집에서 독립을 했다. 집을 구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느라 모아둔 돈을 쓴 상태였다. 그리고 그때 내게는 자취방에서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그 룸메이트에게 휴대폰 명의를 빌려주는 등의 금전적 사기를 당해 말 그대로 땡전 한 푼 없는 상태였다. 흔히 쓰는 관용구로서 땡전 한 푼 없다가 아니라 정말 당장 교통비로 쓸 돈은커녕 100원, 아니 10원 한 푼 없었다.

그 상태에서 어떻게 버텼는지 말하자면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식량은 해결했다고 해야겠다. 차비가 없어 먼 거리를 걸어다니고 식량을 아끼기 위해 배를 곯았다. 당연히 월세도 밀렸다. 나는 여기저기 면접을 보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애썼으나 결과는 번번이 낙방이었고, 기껏 합격해 일하러 간 곳에서는 하루나 이틀 혹은 며칠만에 잘리기 일쑤였다. 지금은 이렇게 글로 쓰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막막 그 자체였다.

전단지 알바를 시작하게 되다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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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막막하던 상황에서 전단지 알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요가학원의 전단지 알바 공고였고 급여는 45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길로 요가학원에 지원을 했고 면접 결과 합격이었는데, 그쪽에서 서명하라고 내민 근로계약서에는 특이한 조항이 하나 있었다.

'30회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급여 없음.'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내게 담당자는 "전단지 알바하다 도망가는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나는 설마 30회를 못 채우겠냐는 생각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대체 왜 그런 조항을 보고도 사인을 한 것인지 답답하다 30회 이상, 그러니까 30일 이상 일하지 않으면 돈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애초에 근로기준법 위반이라 성립할 수 없는 계약인데, 왜 나는 그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일까. 답답해 죽을 노릇이지만 아마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다시 사인을 할 것이다.

그때는 그만큼 돈이 급했고, 당장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금액이 월세를 내고, 휴대폰비를 내고,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생필품을 사는데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 45만 원이 내게는 정말 절박한 금액이었기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덧붙이는 글 | 기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입니다. 실제로 이러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네'입니다.


태그:#노동, #알바노동, #수기, #전단지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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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몰라 답답한 1인입니다. 가장 인간적인 인간이고 싶습니다만 그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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