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민들이 구의역참사 4주기를 추모하면서 남기고 간 구의역 승강장 내 포스트잇.
 시민들이 구의역참사 4주기를 추모하면서 남기고 간 구의역 승강장 내 포스트잇.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불운해서 우리의 곁을 떠난 게 아니라는 걸요. 예견된 참사였다는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다시 국화꽃을 들고 4년 전 김아무개군이 사고를 당한 구의역 승강장에 모였다. 김군의 죽음을 잊지 않은 시민들의 행렬은 구의역 승강장을 지나 지하철 계단 아래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승강장 사이에 국화꽃을 두고 접착메모지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 김군을 추모했다. 1998년생인 한 시민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해 "(1997년생인 김군에게 일어난 일이) 남일 같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구의역 참사는 지난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은성PSD) 직원인 김군이 지하철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원래 수칙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수리는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지만 김군은 사고 당시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구의역 참사가 열악한 작업환경과 관리소홀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군이 사고를 당한 구의역 승강장 9-4에 온 시민들. 맨 앞에 있는 사람이 고 이한빛PD 아버지인 이용관씨다.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식은 23일 오후2시부터 구의역 대합실과 구의역 승강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일반 시민들과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 등이 참여했다.
 김군이 사고를 당한 구의역 승강장 9-4에 온 시민들. 맨 앞에 있는 사람이 고 이한빛PD 아버지인 이용관씨다.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식은 23일 오후2시부터 구의역 대합실과 구의역 승강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일반 시민들과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 등이 참여했다.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김군이 사고를 당한 구의역 승강장 9-4에 온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면서 포스트잇을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이고 있다.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식은 23일 오후2시부터 구의역 대합실과 구의역 승강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일반 시민들과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 등이 참여했다.
 김군이 사고를 당한 구의역 승강장 9-4에 온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면서 포스트잇을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이고 있다.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식은 23일 오후2시부터 구의역 대합실과 구의역 승강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일반 시민들과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조합원 등이 참여했다.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구의역 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는 23일 오후 2시부터 구의역 대합실에서 추모식을 열고 약식 집회를 가진 뒤에 김군이 사망한 장소인 구의역 승강장에 접착메모지를 붙이는 추모행동을 벌였다. 산업재해 피해자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일반 시민들 약 150명이 참석해 김군을 추모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조상수 위원장은 "구의역참사 이후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가 직영으로 전환됐고 2인1조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철도와 지하철 운영기관은 다시 비용절감 등 인력운영의 효율화를 말하고 있다"며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K방역'을 자랑하고 있는데 적어도 'K산업재해'는 줄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한 김도현씨는 자신을 "4월 10일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김태규의 누나"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부품값보다 싼 게 사람 목숨인데 누가 노동자에게 안전장치를 해주겠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라며 "5주기 자리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 모두 미소로 인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구의역 찾아와 한 약속
          
이은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이은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란 위험방지 의무를 어긴 경영책임자 등에 무거운 형사책임을 지우는 법안이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은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정의당 비례대표)도 자리했다. 이은주 당선인은 "정치권은 이런 참사가 있을 때마다 말로 변화를 약속했다.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 얼굴을 보이고 눈물을 닦아주는 시늉을 해왔다"며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죽음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20대 국회도 외면하고 말았다. 저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산재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의 산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산재는 살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고 이한빛PD 아버지인 이용관씨.
 산재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의 산재 피해자 유가족들이 "산재는 살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고 이한빛PD 아버지인 이용관씨.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구의역 참사 4주기를 기점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는 산업재해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 등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오는 27일 10시 민주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를 발족한다.

이처럼 유가족들과 시민사회 단체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산업재해 현실에 있다. 지난 4월 29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기업 한익스프레스 참사 등 아직도 사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한익스프레스 참사를 두고 "2008년 냉동창고 산재 참사과 판박이다. 당시 40명이 목숨을 잃었고 기업이 받은 처벌은 고작 벌금 2000만원"이라며 "노동자 1명의 '목숨값'은 50만 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구의역참사 4주기를 맞아 서울교통공사에서는 구의역 승강장9-4(내선), 성수역 승강장10-3(3번), 강남역 승강장10-2(내선)에서 29일까지 '추모의벽'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 성수역과 2015년 강남역 승강장에서 발생한 또 다른 스크린도어 사고 사망자를 기리기 위해 추모의벽을 운영한다.
 
구의역 승강장에 김군이 일했던 PSD의 노동자가 포스트잇을 적어두었다. 포스트잇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나와있다.
 구의역 승강장에 김군이 일했던 PSD의 노동자가 포스트잇을 적어두었다. 포스트잇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나와있다.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태그:#구의역참사4주기, #구의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