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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확산 이후 3월 신학기 등교가 무려 석 달이 지연되면서 학교 수업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고3이었다.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은 공교육이 제시한 온라인 도구를 통해 수업을 받았다.

초등, 중등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될 때 학원에서도 상담전화를 진행 중이었다. 상담의 주요 내용은 "혹시 EBS 수업을 진행할 때, 자녀분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점이 있으면 도와드리겠다"였다. 일하시는 학부모들의 고충 중 공통된 점이 있었다.

"평소에 집에서 컴퓨터로 공부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온라인으로 수업을 따라오라고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부모들은 낮에 일하러 나가는데 수업을 집에서 하라고 하니, 아이들이나 저희들이나 컴퓨터 공부 방법을 익히는 것이 어려웠어요. 또 컴퓨터를 켜 놓고 나가면 아이들이 온종일 컴퓨터로 하루를 보내기도 하잖아요."

코로나19가 발병한 올해, 학생들의 첫 등교가 시작됐다. 지난 20일 고등학생 3학년을 시작으로 오늘(27일)은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1, 2학년이 등교했다.

초등학교 1학년은 소위 입학식도 없었다. 다른 해 같으면 입학식 전후에 '학교를 오기 전, 어떤 준비물이 필요한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 많은 말을 들었을 것이다. 더불어 학원들도 홍보성 전단지와 선물을 준비해 초등 저학년을 환대했을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그 어린 새싹들이 학교에 올까. 군산의 한 초등학교 1, 2학년 등교 현장에 참여한 선생님과 학부모 자원봉사자 분들께 전해들은 현장 풍경은 다음과 같았다.

반가움 속 조심, 또 조심
   
군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군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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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등교의 핵심은 말 그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었다. 교문에서는 많은 선생님들과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긴장감의 밀도가 높았고, 처음으로 등교하려고 한 줄로 서 있는 초등 1학년 학생들의 얼굴에도 왠지 비장함이 가득했다. 선생님들은 도착한 학생들에게 먼저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온을 측정했다.

교문을 통과한 학생들은 입실 전에 다시 한번 소독제 사용과 2차 체온 측정에 임했다. 각 교실은 기존 좌석을 최대한 멀리 배치했고, 교실 내에는 코로나 예방을 위한 게시물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담임 선생님을 만난 학생들이 1차로 들은 말은 당연히 코로나에 대한 얘기였다. 교실에서 '해도 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지도가 이루어졌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친구들 너무 보고 싶었어요. 어젯밤 저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여러분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설렜답니다.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서 선생님이 너무 기쁘고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여러분 한 사람 한사람 모두 안아주었을 거예요. 코로나가 물러가면 그때 모두모두 힘껏 안아줄게요."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계속됐다.

"지금부터는 우리 친구들이 꼭 지켜주어야 할 행동에 대해 말해 줄게요. 첫째, 아무리 가까운 친구가 옆에 있어도 꼭 거리를 두고 말해야 해요. 그렇다고 너무 큰 소리로 말하면 목이 아프겠지요. 둘째, 수업 시간에 모둠 활동을 할 수 없답니다. 셋째, 집에서 가져오는 간식은 학교에서 먹을 수가 없어요. 대신 학교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어요. 넷째, 선생님의 말에 집중해서 잘 들어주세요. 다섯째, 교실 뒤 게시판에 써 있는 그림과 글을 꼭 읽어보고 궁금한 점은 언제든지 질문해주세요."

등교 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된 내용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학부모님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하여 본교는 식생활관 특별소독 실시, 방역용품 비치 등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협조사항을 안내해 드리오니, 가정에서도 많은 이해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

▣ 학생간 접촉이 최소화될 수 있는 학교 급식 운영 방안
- 학년별, 반별 시차를 두어 급식시간 연장 운영
- 지그재그 앉기
- 앉지 않는 식탁에 자리 비워두기 스티커 부착
- 거리두기를 위한 식당 내 한줄서기, 바닥 스티커 부착
- 학생 자율배식대 한시적 운영 중단(단, 배식대에서 추가 배식 가능)
- 비말 감염 우려가 높은 정수기 사용 금지(개인 물병 지참)

▣ 학생 급식 지도
- 식사 전 교실에서 발열체크(담임교사) 후 식생활관 입장
- 깨끗이 손씻기
- 식생활관 입장시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 실시
- 수저, 젓가락, 식판은 자원봉사자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배분
- 담임교사 및 지도교사 배치하여 급식지도 강화 (대화 자제, 급식 나눠 먹지 않기 등)

▣ 학부모님 협조
- 학교식생활관 출입 자제(급식모니터링 한시적 중단)


학교에서의 첫 점심시간.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바닥에 놓여진 발바닥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총총히 밟으며 급식실로 향했다.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 개개인의 식판과 숟가락, 젓가락을 직접 챙겨주었고, 학생들의 좌석까지 안내했다.

1, 2학년 학생들이 귀가할 때까지,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의 긴장감은 여전했다. 오늘의 첫 등교 테이프를 잘 끊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어서 빨리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공부하기, 친구 만나기 등의 즐거움으로 가득한 학교생활이길 기도했다.

칸막이가 사라질 그날을 기다리며
 

학교에서 돌아온 학생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질문했다. 신기하게도 학생의 첫 대답은 이랬다.

"우리 선생님 이름은 000이에요. 우리들에게 진짜 친절하게 얘기해줬어요. 매일매일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칸막이도 없으면 좋겠어요."
 

학교를 나타내는 'school'의 어원은 '여가'라고 한다. 배울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담고 있는 곳이 학교다. 학문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을 배우고, 친구를 배우며 성장하는 곳이다. 이제 시작했다. 6월의 짙은 초록색 세상이 열렸다. 다소 더딜지라도 돌 담장위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장미보다 더 고귀한 학생들이 만드는 사랑스런 세상이 시작될 것이다.

태그:#등교,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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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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