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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는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월경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문제들을 되짚어보고 모든 여성에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가 있음을 말하기 위해 '나에게 생리대가 없었을 때' 연속 연재를 진행합니다.[편집자말]
Q.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나요?
 Q.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나요?
ⓒ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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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월경의 날을 맞아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에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4월 28일부터 5월 24일까지 약 27일간 진행되었다. 설문조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11~19세의 여성 청소년이었다. 총 916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으며, 그 중 441명은 서울시 거주자였다.
  
청소년 중 92.3%, "학교에서 월경 교육 받은 적 없어"

'월경 및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어디서 얻냐'는 문항에 대부분의 참여자가 온라인(46.1%)과 가정(39.7%)을 꼽았다.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경우,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 여성인 식구가 없을 경우, 월경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응답은 2.5%에 지나지 않아, 제대로 된 월경교육의 미비함을 반증했다.

'학교에서 월경용품의 종류나 사용법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41.4%의 참여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참여자들은 "월경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교육이 필요하다", "왜 청소년이 월경용품 사용법을 유튜브를 통해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초경을 했을 때에 생리대 사용법 등의 실질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엄마나 여자형제 밖에 없는 것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불편한 상황을 초래한다" 등 학교 내 월경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월경용품으로 주로 어떤 것을 사용하고 있느냐'는 문항에 72.3%의 참여자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탐폰(9.9%) 혹은 생리컵(8.6%)을 사용하고 있는 참여자도 170명으로 상당수 존재했다. 참여자들은 "학교에서 생리대 말고도 여러 가지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확실하게 안전하다고 검증받은 제품만을 제공해야 한다"며, 월경용품 안전성 보장을 위한 의견도 제시했다.
 
Q. 학교나 공공기관에 비치된 월경용품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Q. 학교나 공공기관에 비치된 월경용품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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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성 없다"며 생리대 사용에 눈치주는 학교

'학교나 공공기관에 비치된 월경용품을 사용해본 적 있냐'는 문항에 49.5%의 참여자만이 사용해본 적 있다고 답변했다. 공공기관에 비치된 월경용품을 사용한 참여자들은 "한사람 당 1개씩만 사용할 수 있어서(29.6%)", "준비성이 없다는 말을 들어서(23.6%)", "말하기 부끄러워서(11.7%)" 사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참여자들은 "월경으로 인한 결석에 증빙서류를 지참하지 않으면 좋겠다", "생리공결제가 도입되면 좋겠다" 등 월경이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존중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Q. 정부의 청소년 월경용품 지원 정책, 알고 계시나요?
 Q. 정부의 청소년 월경용품 지원 정책, 알고 계시나요?
ⓒ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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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부 청소년 월경용품 구매비용 지원 정책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안다는 참여자는 30.1%이나, 지원 받은 적이 있는 참여자는 4.6%에 그쳤다. 지원 받지 않은/못한 이유로는 "해당 제도를 알지 못해서(50.5%)",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서(32.1%)", "법적 지원 대상자가 아니라서(12.8%)",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2.4%)" 등이 꼽혔다. 지원 받은 참여자의 경우, 53.4%가 지원에 만족한다고 답변했으며, 이는 월경용품 지원의 필요성을 반증한다.

참여자들은 "사용량에 비해 지원내용(비용)이 적어서(20.9%)", "지원받은 용품이 내 몸과 맞지 않아서(18.6%)", "신청하는 과정이 복잡해서(9.3%)" 불만족스러움을 느꼈다고 답하기도 했다. 
 
Q.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Q.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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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97.3%, 모든 청소년에게 생리대 지급하라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에 관해, 참여자의 83.9%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밝힌 의견을 포함해,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에 찬성하는 참여자는 총 97.3%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여성에게 월경용품 구입비용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서(40.5%)", "월경은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한 일이어서(32.1%)", "저소득층만 지원할 경우, 사회적인 낙인효과가 생겨서(16.2%)", "여주, 영국, 스코틀랜드 등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도 시행해서(10%)" 순으로 꼽았다.

남학생, 남교사... 월경에 대한 이해도 낮아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설문조사는 월경에 대한 공적인 지원과 교육을 받지 못하는 여성 청소년의 삶의 실태를 보여줬다. 또한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주변 남학생들이 뚱뚱하면 큰 생리대를 쓰고, 생리는 하루만 하는 줄 아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등 월경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한 학교의 현실을 다수 고발했다. 이 고발은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성, 교사, 교직원에게도 월경에 대해 교육하여, 월경이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으로 여겨지지 않는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제시된 월경용품 보편지급, 제대로 된 월경교육, 월경공결제 등은 여성 청소년들의 삶에서 길어낸 절실한 요구다.

우리는 2020년 월경의 날을 맞아, 국가가 여성 청소년들의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기를 요청한다.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시의회에서는 모든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비롯한 월경용품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권수정 의원 대표 발의)"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이로써 서울시 모든 청소년들이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월경용품을 지급받고 학교에서 월경과 자신의 몸에 대한 지식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해당 조례를 시행하기 위한 예산과 구체적인 시행방안 마련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월경용품 보편지급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마련과 시행방안 수립으로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

[기획 / 나에게 생리대가 없었을 때]
① 안전한 월경은 인권이다 http://omn.kr/1npxn
② 사회가 나에게 '생리대'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http://omn.kr/1nqb5
③ 재난 상황 속에서도 여성들은 매달 피를 흘린다 http://omn.kr/1nqq6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세계월경의날, #청소년, #생리대, #보편복지,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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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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