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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 없는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일터에서도 근로시간단축, 재택근무, 회사 폐쇄, 무급휴직 등의 위험이 감지된다. 그 중 '돌봄'에 특별히 더 호출받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은 안녕한지 안부를 묻고 싶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1995년 평등의전화 상담실을 개소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상담사례집을 발간하는 등 여성 노동자 현실을 알리고 있다. 2019년 상담실에서 진행된 상담을 통하여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고자 하며 세 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기고한다. [편집자말]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귀할 시점인데 회사에서 복귀하지 말래요"

전체 상담 중 모부성권 상담은 9.8%로 세 번째로 많았다. 모부성권 세부 상담 분포를 살펴보면 출산전후휴가(38.6%), 육아휴직(22.8%), 임신출산 불이익(15.8%), 육아휴직 불이익(12.3%),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7%), 기타(3.5%) 순이다. 임신·출산과 관련된 상담(출산전후휴가, 임신출산 불이익)이 육아휴직(육아휴직, 육아휴직 불이익,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 관련 상담보다 많다.

그림1. 모(부)성권 상담 세부 내용
 
전체 상담 중 모부성권 상담은 9.8%로 세 번째로 많았다.
▲ 그림1. 모(부)성권 상담 세부내용 전체 상담 중 모부성권 상담은 9.8%로 세 번째로 많았다.
ⓒ 서울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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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 사회적인 문제라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일터에서는 그렇지 않다. 여성 노동자가 임신을 알리거나,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하거나 사용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태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 사용 후 복직을 어렵게 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을 나도 사용할 수 있나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상담 내용은 일반적인 질문 (휴가·휴직 사용이 가능한가, 혹은 급여 지급을 어떻게 받는가)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되는 이유는 관련 정보를 찾거나 이해하기가 어렵고 회사에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을 주장하여도 되는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회사에서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이 여전히 눈치가 보이는 일이라는 반증이다.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지?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 급여는 어떻게 신청하여야 하는지?
무기계약직으로 단시간 근로를 하고 있는데 나도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지? 

임신 출산 불이익 및 해고

출산전후휴가는 임신한 여성노동자는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휴가다. 그런데도 여전히 임신을 알리면 질책과 눈총을 받고 업무에서 제외되는 위험에 처하며 출산전후휴가 중 불이익을 당해도 문제제기하기가 어렵다. 태아검진 시간은 법에서 정하고 있으나 회사에 요구하기가 어렵고 임신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겨 무급휴직을 요청해도 거부당한다. 출산 후 바로 복귀하여 업무에 지장이 없게 하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임신 사실을 고객사에는 비밀로 하라고 했다 

임신을 하니 프로젝트에서 빠지라는 말을 들었다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고 업무 시간이 길어서 임신 후 업무 조정을 요청했지만 상사로부터 엄청난 질책을 오랜 시간 서서 받았고, 그날 쓰러졌다

임신 중 이상이 있어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고 무급휴가를 신청했으나 회사에서 거부했다

출산 후 바로 복귀하라는데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없나?
 
여성 노동자의 임신을 알게 된 후 업무를 가중시키거나 병원 가는 것도 눈치를 주는 회사도 있다. 급기야 그만두라며 해고를 하려는 행태도 벌어진다. 사직을 권고하여 이를 거부했더니 강등과 감봉을 당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내가 임신했다고 한 후 부족한 인원을 보강하지 않고 업무를 가중시켰다

병원 가는 것도 눈치를 주었는데 최근에는 그만두라는 이야기까지 한다 

임신이 알려진 후, 다른 직원은 하지 않는 과중한 업무를 지시하여 거부했더니 사직을 권고했다. 이 또한 거부하니 강등과 감봉을 당했다.
 
임신 후 병원을 가기도 힘들고 출산전후휴가 사용도 쉽지 않는데,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하고 회사에 복귀를 하면 어떻게 될까? 임신을 한 여성 노동자가 마음 편히 출산을 하고 건강을 회복해서 회사로 복귀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
출산전후휴가 후 복귀했더니 내가 하던 일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다며 다른 업무를 배정 받았다. 그런데 정확한 업무내용도 정해져 있지 않고 인수인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배치전환 시 면담도 없었는데 부당한 것 아닌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돌봄노동은 누구에게 전가되고 있는가'
▲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날 기자회견 발언하는 김지현 프리랜서 노동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돌봄노동은 누구에게 전가되고 있는가"
ⓒ 서울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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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

정부가 나서서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라고 하지만 육아휴직 사용 후 일터로 복귀 때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원래 직무에서 배제되거나 직책이 박탈되는 등의 불이익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또 육아휴직 중에는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면 휴직자에게도 당연히 알려야 하지 않을까? 회사가 매각되거나 통폐합 등의 일이 발생할 때 육아휴직 중인 노동자는 알음알음 알게 되거나, 육아휴직 후 복귀를 하고서야 불이익한 조처를 알게 되거나 불리한 상황에 처하여 더욱 고통 받기도 한다.
육아휴직 중인데 회사가 매각되었으니 육아휴직을 중단하고 출근하라고 하는데? 남성도 육아휴직 중인 사람이 있는데 여성들만 출근을 강요하고 있다

육아휴직 중인데 부서 이동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부서는 곧 통폐합될 부서인데 육아휴직 중에 부서가 없어져 해고가 될 수도 있는지?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를 시작한 몇 해 전, 평등의전화 활동가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귀 전후에 여성 노동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겠다는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육아휴직 복귀 후 업무 없이 방치된다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 관리직 여성 노동자들의 상담이 눈에 띄었는데 발령이 되지 않거나 직책을 박탈 당하기도 한다. 회사의 변명이야 '자리가 없다'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알고 있다. 알아서 그만 두라는 것이구나.
육아휴직 기간 중 조직변동이 있었다. 육아휴직 후 복직했으나 업무 없이 방치되었고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 

매장 관리자였는데 육아휴직 후 회사에서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며 관리자로 발령을 내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반 업무를 하고 있는데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발령이 되지 않았다.  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관리직으로 발령을 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중간 관리직으로 근무하다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복직하니 회사에서 TO가 없다는 이유로 직책을 박탈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여성 노동자들은 묻는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회사를 믿고 마냥 기다려야 할까? 너무 억울한데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사회는 교육과정을 마치고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며.

하지만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하면서 가사를 하고 육아도 한다는 것이, 도대체 남들은 어떻게 사는 건지 궁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19 같은 일이 터지면 학부모인 노동자는 모골이 송연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인 노동자는 어떨까.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권하거나 무급휴가라도 사용할 수 있으면 다행일까? 당장 급한 불은 껐으나, 이후에도 괜찮을까? '여자는 집 걱정하느라 일을 못해'라는 말을 듣게 되지는 않을까?

당장 눈앞에 위기와 불안이 크기에 지금은 그저 오늘 당신들이 안녕하기만을 바란다.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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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여성노동자회에서는 성평등한 직장 문화가 확산과 안착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여기에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녹여내기 위해 설문을 하고 있다.

WANTED _ 일상의 '차별'로부터 나를 지켜준(줄) 한마디를 찾습니다!
https://bit.ly/2Xe0I1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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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성권, #육아휴직, #업무배제, #승진배제, #평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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