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에서 유진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

영화 <침입자>에서 유진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 ⓒ 에이스메이크무비웍스

 
배우 송지효 하면 분명 밝고 시원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 그가 스릴러 영화 <침입자>에서 한 가족을 위기에 몰아넣는 여성 역할을 한다? 아마 최근 그의 활약만 놓고 보면 의문이 들 수 있지만 본래 송지효는 데뷔 초 <여고괴담3> <썸> 등의 장르 영화로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은 바 있다.

검증됐다는 사실과 달리 유독 무겁고 진지한 역할의 캐릭터를 영화에서 만나기 어려웠다. 예능 <런닝맨>의 이미지 때문일까. 그래서 <침입자>의 유진 역이 들어왔을 때 송지효는 충분히 욕심낼 상황이었다.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성난황소>를 끝내고 시나리오를 보게 됐는데 그간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라 내 걸로 만들고 싶었다. 알고 보니 감독님이 여자분이시고, 제작사 대표 역시 <성난황소> 대표님이더라. 정말 사전 지식 없이 만나게 됐다. 제가 그동안 밝은 작품을 하다 보니 이런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런닝맨> 전엔 사실 어둡고 무거운 걸 많이 했다(웃음)."

송지효의 해석

실종됐다가 25년 만에 가족 품을 스스로 찾아온 유진은 <침입자>에서 오빠 서진(김무열)을 긴장시킨다. 동시에 서서히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며 모종의 계획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스릴러 장르 요소가 다분히 드러나는 구성이다. 마치 <여고괴담3> 이후 17년이 지나 이런 캐릭터를 만난 송지효와도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론 유진이 불쌍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보다 어떤 집단의 보호를 받았기에 자기 인생에선 그게 전부라 생각했겠지. 정말 유진이 서진의 동생인지는 중요하진 않다. 순간순간 유진의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하려 했다. 감독님도 유진에 대한 욕심이 많으시더라.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그게 눈에 보였다. 좀 더 빨리 알아채서 더 확실하게 표현할 걸 후회도 들었다." 

본인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송지효는 상대 배우와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고백했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김무열과 손원평 감독은 그에겐 큰 자극이자 도움이 됐던 존재였다고 한다. 
 
 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무열씨가 좀 부담스러워하겠지만 '스릴러 장인'이란 수식어가 있잖나(웃음). 저보다 한 살 어림에도 듬직함이 있었다. 제가 넋두리 삼아 이런저런 캐릭터 고민을 얘기할 때 답을 해주는데 그 자체로 위로가 됐다. 역할상 대립관계라 촬영 땐 인간적으로 친해지진 못했고, 오히려 홍보하러 다닐 때 친해진 것 같다. 

(여성 감독 영화라는 사실에) 물론 여성 영화인이 전엔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선배님들, 선생님들도 항상 말씀하셨던 건데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여성 영화인이 작품을 만들고 뭔가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우리 후배들 땐 더 좋게 변해있지 않을까."


한 우물 파기 
 영화 <침입자>에서 유진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

영화 <침입자>에서 유진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 ⓒ 에이스메이크무비웍스

 
벌써 20년 차다. 주변에선 결혼 얘기도 하고, 작품 욕심을 더 내야 한다는 조언도 한다는데 정작 송지효는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여행과 사진 촬영이 취미였다가 최근엔 반려견을 들이면서 함께 집에서 일상을 보내고 산책하는 것에 시간을 쏟고 있었다.

"활동을 꽤 했다지만 전 아직도 부족하고 해야 할 게 많다. 나이가 들면 욕심이 더 생기는 건지(웃음). 남들보다 좀 늦긴 했지만 30대는 제 성향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런닝맨>이라는 프로 덕에 절 돌아보며 소심하고 낯 가리는 면을 고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하고 싶은 게 생기더라. 물론 하도 뛰다 보니 요즘 무릎이 시큰거리긴 한다(웃음). 

제 필모그래피가 좀 정신없잖나. 중구난방이라는데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해서 그런 것 같다. 제게 주어지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다. 외부의 시선엔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그냥 내 할 일 열심히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게 좋다."


주목받거나 유명해지는 삶보단 소소한 삶을 원했다고 한다. 송지효는 그래서 데뷔 초에 좀 더 성장통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연기를 했을지 묻는 말에 그는 "네! 라고 선뜻 대답은 안 나오는데 제 안에 끼가 다분하다는 생각은 있다"며 "의외로 제가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다. 처음 겪은 사회생활이 배우라 선뜻 다른 게 상상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제가 멀티플레이가 안 된다(웃음). 스무 살 때 했던 초심을 잃지 말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가 생각난다. 그게 저만의 신념이다. 물론 중간에 무너진 적도 있지만, 변치 말자고 얘기하고 싶다. 제가 미래보단 과거 생각을 더 많이 하거든. 어제는 어땠고, 오늘은 어떻게 보냈는지 말이다. 좀 우울할 때가 있지만 그럴 시간도 필요하다!"

<침입자>와 함께 송지효는 오는 7월 초부터 JTBC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로 대중과 만난다. "언제 또 네 남자에게 사랑받겠나. 제 인생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인 것 같아서 하게 됐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그의 팬이라면 서로 다른 두 장르의 작품을 충분히 즐겨 볼 일이다.
송지효 침입자 런닝맨 김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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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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