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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고등학교에서 정년퇴임했다. 학교에서 당연히 해 왔던 퇴임식도 코로나19로 '잠잠해지면 하자' 또는 '간단하게 소수의 사람만이 모여서 송별연을 하자'라고 하다가 소원해졌다. 그러다 지난 2월 말에 하지 못한 퇴임식을 6월에 다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송별연 준비는 조찬하게 원로 교사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송별연은 직장 상조회에서 주선하거나 아니면 학교 행정실에서 비용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허나 시간이 지나간 뒤에 다시 하는 경우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국공립학교의 경우는 연말이면 인사철이 되어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교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상조회에서 하기도 참으로 애매해진다. 또 행정실에서도 새해 예산으로 6월 송별연을 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비록 아쉽지만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자금 문제도 해결하고, 새로운 동료를 모아놓고 송별연을 하는 서먹해짐도 막고, 동시에 떠나는 동료의 마음도 위로해주기 위해 교장 선생님이 판공비를 내어주셨다. 또 상조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장소를 물색했다.

아직도 코로나 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상태라 공기가 잘 통하는 장소를 선정했다. 시간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때를 선택했다. 학교 가까운 음식점에서 소주잔을 놓고 각자 자기 잔에 술을 따라 마시기로 했다.

연륜이 있는 동료들이 많아 한 잔 두 잔 이어지는 술맛에 쏟아내는 그윽한 국화주와 같은 대화는 지난날에 대한 회상을 달래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무에게도 특권을 몰아주지 않는다는 세월을 가운데 놓고 남아 있는 동료와 떠나는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떠나는 사람은 퇴임이 아닌 새로운 일자리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남아 있는 사람은 변화되는 교육 방식에 난감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송별연에 초청을 받기 전, 나는 때로 공원에 나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곤 했다. '한 생을 살아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차 한 잔을 대접하지 못하고 보내는 이런 곳이 있나' 하는 원망도 아쉬움도 느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2월 말 퇴임 이후 약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학교 사람들은 잊지 않고 사람들을 다시 불러 자리를 마련했다.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스쳐 지나가는 말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의 전화에 그치지 않고 재차 '꼭 참석해 달라'고 진심 어린 당부를 하는 상조회장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누구나 세월이 가면 주변의 일은 잊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약 3개월이 지나서까지 다시 자리를 마련해 섭섭함을 달래준 학교 여러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태그:#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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