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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글씨로 빵 원(0원)이라고 적혀 있어서 봤더니 대기업에서 나온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짜로 준다는 광고판이었다. 다른 대기업에서 나온, 화면이 두 개짜리 스마트폰도 공짜란다. 인심도 좋지. 얼마나 부자길래 출시된 지 몇 달 되지 않는 12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공짜로 줄까.

아니나 다를까. 월 7만 원이 넘는 요금제를 여섯 달 이상 써야 하고 24개월 동안 내는 월 할부금이 있었다. 지정한 신용카드도 한 장 발급받아서 매월 30만 원 이상씩 쓰는 조건이 달렸다. 빵 원은 무슨 빵 원. 눈 가리고 아웅이다. 앞주머니 채우는 척하고 뒷주머니 빼 간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다 보니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음 날이면 집으로 갖다 준다. 택배비도 공짜인 경우가 많다. 어떤 택배 회사는 전날 오후 10시까지만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남해 앞바다에서 잡힌 신선한 생선을 갖다 준다. 이른바 새벽 로켓 배송 업체이다. 

그 편리함 덕분에 우리는 40대 택배 노동자가 새벽 계단을 오르다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봐야 했다. 한 시간에 20개의 물건을 배달해 봐야 최저임금 밖에 안 되는 월급을 손에 쥔다는 우울한 소식을 듣는다. 최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이다. 과도한 편리 뒤안길에는 약자가 있다. 총알 택배에는 노동자의 피눈물이 섞여 있다.

상자 포장을 할 때 노끈을 쓰다가 포장용 비닐 테이프를 쓰니 편리하다. 포장이 깔끔하고 바짝 당겨서 두 겹 세 겹으로 돌리면 아주 단단하게 묶을 수도 있다. 값이 싸다 보니 선심 쓰듯 상자 안에는 완충제인 뽁뽁이도 몇 겹 넣는다.

요즘은 아예 뽁뽁이 비닐봉투가 나와서 완충제가 따로 필요 없다. 어떤 출판사는 책도 뽁뽁이 비닐봉투에 넣어 보낸다. 사과나 배의 포장용 난자도 골판지를 쓰다 스티로폼이나 비닐 종류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것을 쓰니 싸기도 싸지만 가벼운 데다 비에 젖지도 않아 좋기가 이를 데 없다.

그 때문에 우리는 끔찍한 사진을 보게 되었다. 고래와 바다거북이, 야생동물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 있는 모습을. 그들의 배 속에 무더기로 비닐이 뒤엉켜 있는 사진을.

도시의 백화점 앞이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시골의 재래시장에서도 티셔츠 세 장에 단돈 만 원이라고 걸려 있는 걸 본다. 양말은 열 켤레에 만 원인 곳도 있다. 공짜에 가깝다.

우리는 옷이나 양말을 빨아 입거나 기워 입지 않는다. 새로 사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 신발도 그렇다. 면장갑도 빨아 쓰는 사람이 없다. 낡거나 닳아서 못 입는 게 아니라 변하는 유행 따라 옷을 산다. 옷장에는 수십 벌씩 쌓이다가 멀쩡한 채 버려진다. 가난한 나라에서 어린아이들이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일하고 일당 2천~3천 원에 만든 옷들이다.

1년에 만들고 버려지는 옷은 1000억 벌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옷을 만들자니 목화 재배량이 엄청 늘었다. 목화 재배와 면 가공과 염색에 엄청난 물이 쓰인다.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물이 자그마치 2700리터라고 한다. 한 사람이 3년 동안 식수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청바지 한 벌에는 8500리터의 물이 쓰인다고 한다(중앙일보 6월 17일 자).

그 때문이다. 남한의 절반 크기였던 카자흐스탄에 있던 호수인 아랄해가 사라졌다. 면화 재배하느라 아랄해로 들어가는 두 개의 강물을 농장으로 돌려서란다. 바싹 마른 호수의 물고기는 전멸했고 소금과 모래가 섞인 먼지 폭풍이 주변을 뒤덮고 있다고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들. 환경 재앙을 부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일회용,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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