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7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대구FC의 경기. 대구 세징야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17일 오후 8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7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대구FC의 경기. 대구 세징야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번 7라운드에도 모두 16골이 나왔다. 게임 당 2.67골로 역시 흥미로운 결과들이 많았다. 그 16골 중 62.5%에 해당하는 10골이 후반전에 터졌고, 그 10골 중 후반전 추가 시간에 나온 골이 모두 3골이나 됐다. 이른바 극장 골로 승점 2점이 보태지기도 했고 또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바로 그 극장 결승골 덕분에 라이벌 울산과의 선두 다툼에서 여전히 승점 1점을 앞선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팀도 있다. 부산과의 어웨이 게임 2-1로 앞선 상황, 대구 FC는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다. 역시 축구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뼈저리게 느낀 게임이었다.

이병근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17일 오후 8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7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내준 페널티킥 골 때문에 다 이긴 게임을 2-2로 비기고 말았다.

대구 FC, 3위 자리가 눈앞에 보였으나

지난 라운드 FC 서울과의 홈 게임에서 6-0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며 단숨에 리그 중위권으로 발돋움한 대구 FC는 그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듯 부산과의 어웨이 게임도 출발이 좋았다. 게임 시작 후 13분만에 대구 FC가 자랑하는 브라질리언 콤비가 완벽한 작품을 만들었다.

세징야의 전진 패스를 받은 에드가는 바로 앞을 가로막는 부산 미드필더 호물로와 센터백 강민수 사이로 기막힌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 감각을 자랑했다. 세징야가 달려드는 타이밍을 정확히 읽은 것이다. 그리고 세징야의 반 박자 빠른 오른발 토 킥이 부산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대구 FC가 이 기세라면 전북과 울산이 이끌고 있는 선두권 턱밑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홈 팀 부산 아이파크가 이대로 물러날 팀이 아니었다. 어렵게 돌아온 1부리그에서 늦었지만 첫 승리를 따내야한다는 절박함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것이다. 그 뜻이 전반전 끝나기 전에 통했다.

40분, 역습 패스를 받은 부산의 날개 이동준이 동료 골잡이 이정협을 빛내는 공간 패스를 적시에 찔러줘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이정협을 막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대구 FC 골키퍼 최영은이 몸을 내던지다가 이정협을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이 중요한 기회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이정협은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왼쪽 구석으로 굴려넣었다.

1-1 점수판의 아슬아슬한 흐름은 예상 밖으로 길어졌다. 부산의 유능한 플레이 메이커 호물로가 왼발로 감아찬 오른쪽 코너킥이 대구 FC 골문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오는 순간(83분)도 있었으니 이 게임은 이대로 끌날 수 없었다. 그리고 대구 FC가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이진현이 슈퍼 서브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86분, 대구 FC의 추가골이 터졌다. 교체 선수 데얀이 부산 골문 정면에서 날린 왼발 슛이 수비수 김동우 몸에 맞고 흘러나왔고, 미드필더 이진현이 달려들어 왼발 감아차기로 꽂아넣은 것이다. 대구 FC 이병근 감독 대행으로서는 더 기쁜 골이었다. 후반전에 바꿔 들여보낸 두 선수가 값진 골을 합작해냈으니 말이다. 남은 시간 약 7~8분 가량을 잘 관리하면 2위 울산 바로 다음 순위표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부산의 두 보물, 호물로와 이정협

후반전 추가 시간이 4분 보태졌으니 대구 FC로서는 정말로 승점 3점, 그리고 3위 자리가 확실히 보였다. 하지만 축구는 단 몇 초 앞을 속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루 전 포항 스틸야드 어웨이 게임에서 전북은 승점 1점으로 끝날 것 같은 상황을 완벽한 코너킥 세트 피스로 뒤집어버리며 짜릿한 2-1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에 김보경의 왼발 코너킥을 가까운 쪽 포스트 앞에서 손준호가 머리로 넘겨주었고 이 과정을 기다렸다는 듯 반대쪽 무주공산에서 수비수 김민혁의 헤더 결승골이 터진 덕분이었다.

이처럼 준비해 놓은 카드가 있다면 언젠가 반드시 빛날 것이라는 믿음이 부산의 두 에이스 'MF 호물로, FW 이정협'에게도 있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중에서 2분 가까이 다다랐을 때 호물로가 기막힌 가로채기 후 '드리블-컷 백 크로스' 실력을 맘껏 뽐냈다. 이 연결을 받은 주인공은 역시 이정협이었다. 그는 대구 FC 페널티 지역 반원 안에서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극장 골을 노렸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온몸을 내던진 대구 FC 선수가 핸드볼 반칙을 저질렀다. 세징야의 첫 골을 멋지게 어시스트한 공격수 에드가였던 것이다. 

에드가는 승점 3점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본연의 공격수 임무에서 벗어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와 헌신하다가 이 상황까지 내몰린 셈이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원하는 축구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이정협의 슛이 미끄러진 에드가의 오른팔에 맞는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대용 주심은 망설이지 않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거의 다 흘러가고 있을 때,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부산의 보물 호물로가 너무도 침착한 왼발 인사이드 킥을 골문 오른쪽 구석에 차 넣었다. 한쪽은 승점 1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올 줄 알았다가 극적으로 1점을 얻어냈고, 다른 한쪽은 승점 3점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지만 순식간에 2점이 부산 앞바다로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극장 동점골 이후에도 기막힌 결승골 기회가 더 있었다는 점이다.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이 이어진 90+5분, 부산 아이파크의 오른쪽 풀백 김문환이 감아올린 크로스가 후반전 교체 선수 박관우의 눈앞으로 날아와 프리 헤더 골이 떠올랐지만 야속하게도 박관우의 이마에 맞은 공이 대구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펠레 스코어 대역전 드라마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공격수조차 수비로 돌리고 뒷문을 걸어잠그려는 의도가 무조건 잘못된 판단은 아니지만 축구장의 빗장은 얼마든지 풀릴 수 있다는 것을 대구 FC 선수들이 다시 한 번 깨달은 수요일 부산의 밤이었다.

이번 주말 곧바로 이어지는 8라운드에서 대구 FC(6위)는 21일 일요일 밤 8시 수원 블루윙즈(8위)를 DGB 대구은행 파크로 불러들이며 부산 아이파크(11위)도 같은 날 오후 6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찾아가서 인천 유나이티드 FC(12위)와 만나 강등권 탈출을 위해 절체절명의 매치를 펼치게 된다.

2020 K리그 원 7라운드 결과(17일 오후 8시, 부산 구덕운동장)

부산 아이파크 2-2 대구 FC [득점 : 이정협(41분,PK), 호물로(90+4분,PK) / 세징야(13분,도움-에드가), 이진현(86분)]

2020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18점 6승 1패 12득점 4실점 +8
2 울산 현대 17점 5승 2무 17득점 4실점 +13
3 강원 FC 11점 3승 2무 2패 9득점 10실점 -1
4 상주 상무 11점 3승 2무 2패 8득점 10실점 -2
5 포항 스틸러스 10점 3승 1무 3패 13득점 12실점 +1
6 대구 FC 10점 2승 4무 1패 12득점 7실점 +5
7 광주 FC 10점 3승 1무 3패 7득점 7실점 0
8 수원 블루윙즈 8점 2승 2무 3패 7득점 7실점 0
9 성남 FC 8점 2승 2무 3패 5득점 6실점 -1
10 FC 서울 6점 2승 5패 5득점 16실점 -11
11 부산 아이파크 4점 4무 3패 6득점 11실점 -5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점 2무 5패 3득점 10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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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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