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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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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재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수도권 확진자 수가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지만, 민생의 어려움도 챙겨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외면할 수 없는 실정이다.

18일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1만2257명)와 사망자 수(280명)는 하루 수천 명 확진과 수백 명 사망을 기록하는 미국, 브라질, 인도 등에 비해서는 월등히 양호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기초감염재생산수(R0, basic reproductive ratio) 증가 추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의 질병이 타인에게 감염되는 강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R0인데, R0 값이 1이라면 확진자 1명이 나올 때마다 추가 확진자 1명이 나온다는 뜻이다.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와 최선화 연구원이 지난 12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RO는 '대구 신천지 신도'발 대유행이 한창이던 2월 18~28일 평균 3.53까지 치솟았다. R0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방역을 강화한 3월 14일~4월 29일에는 0.45까지 떨어졌다.

심상찮은 '기초감염재생산수(R0)' 증가 추세

R0가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감염병이 소멸하는 추세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부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접고 초중고 등교와 프로야구 무관중 경기를 준비하는 등 한 단계 낮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날(5월 6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고, 이 때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월 30일~6월 11일 동안의 평균 R0는 1.79로 올라섰다. 기모란 교수팀은 R0값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일일 확진자 수가 6월 25일 254명, 7월 9일에는 826명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시는 18일부터 누적 확진자 1145명 가운데 85명을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사례로 분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들어 일일 확진자가 20명 안팎씩 꾸준히 나오면서 역학조사관들도 확진자 동선을 특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면서 "지역사회로의 산발적 감염이 시작됐을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입장 전환을 기다리고 있지만 "약 14일 동안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50명을 넘어설 때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5월 28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브리핑)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6월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누적 확진자 수는 630명으로 일평균 45명이 나왔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50명을 넘어서지는 않았지만, 위험수위에 근접한 것으로 경각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재개를 선언하기 전에 선제적인 캠페인에 들어가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3월 2일 '잠시 멈춤' 캠페인 제안으로 이미 총대를 맨 경험도 있다. 신천지 사태와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끊던 시점에 박 시장은 "2주만 참자"면서 "기업은 재택·유연 근무를 확대하고, 시민은 전화와 소셜미디어로 소통해서 접촉을 최소화하자"고 호소했다. 서울시의 '잠시 멈춤' 캠페인은 이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전국에 퍼졌다.

1차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서울교통공사가 교통카드 정산시스템을 이용해서 3월 출근시간대(오전 6~8시) 서울 지하철 주요역 8곳의 승차 인원을 집계해보니 전월 대비 30% 가량 승객이 줄었다.

한 신용카드 회사가 회원 10만 명을 뽑아 3월 23일부터 4월 19일까지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회원의 집(카드 주소지)으로부터 3km 이상 떨어진 가맹점에서 결제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6% 줄어들고, 500m 이내 가맹점 결제 건수는 8% 늘었다.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우려해서 동선을 최소화한 것이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이태원클럽 사태로 상황이 바뀌었지만, 서울시는 4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약 3주 동안 누적 확진자를 16명에 묶을 정도로 '철벽 방역'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의 전조가 드리운 상황에서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재시동'을 고민하고 있다. 1차 캠페인 때처럼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런 비유를 했다.

"박원순 시장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처음 제안할 때만 해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민들이 화살(방역 성공)을 날리기 위해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는 것에 전폭적으로 동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니 여기저기서 '활시위가 너무 팽팽하니 잠시 풀자'는 의견이 비등했다. 전문가들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불가피하게 전환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다."
 
 
6월 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유흥주점에 대한 서울시 무기한 강제휴업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6월 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유흥주점에 대한 서울시 무기한 강제휴업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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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일부 야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룸살롱에 내렸던 집합금지령을 지난 15일부터 집합제한령으로 완화하기로 한 것도 1800여 곳에 달하는 업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후에는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소속 업주 100여 명이 서울시청 앞으로 몰려와 강제휴업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울시가 3차례나 집합금지령을 내려 2~3개월씩 장사를 못하고 있으니 영업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였다.

이들 업주들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는데 코로나19가 터지자 소상공인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면서 "일반 식당과 큰 차이 없는 생계형 유흥주점들은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역'과 '민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서울시로서는 결국 후자를 택한 셈이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언론에서 '룸살롱 출입 해제하니 종업원 중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보도하는데, 해당 종업원은 룸살롱이 아니라 다른 식당을 방문했다가 걸린 것이다. 그런 식이면 식당들도 전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2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제적 타격이 있더라도 열어놓으면 관리가 어려운 고위험시설에 대해서는 방역의 관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유행이 1~2년 이상 지속되고 이런 고위험시설이 계속 문제가 된다면 업종 변경까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코로나19, #박원순, #사회적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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