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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에서 내려다 본 송현동
▲ 송현동 전경 고층에서 내려다 본 송현동
ⓒ 솔방울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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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현대차그룹은 꿈을 이뤘지만 대한항공은 끝내 실패했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부동산 개발 이야기다. 

롯데(롯데월드타워)와 현대(삼성동 한전부지)는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고도제한, 종 상향 등 파격 혜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반면 경복궁 옆에 관광호텔을 지으려했던 대한항공의 계획은 끝내 승인받지 못했다.

공군 활주로까지 틀면서 초고층 롯데월드 승인한 이명박 정부

"제2롯데월드 신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3월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현 롯데월드타워) 건축 고도 제한을 완화해줬다. 제2롯데월드 건축 고도를 203m로 제한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한 것이다. 지난 2008년 4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초고층 건물 승인을)한 번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지 1년 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신격호 성공신화를 상징하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격호 성공신화를 상징하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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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논란이었던 건 군 공항(서울공항) 활주로 변경이었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려면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가량 틀어야 했다. "민간 기업을 위해 군사시설까지 변경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계속됐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이에 대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내밀었다. 위원회는 2009년 3월 31일 낸 보도 자료에서 '초고층 건물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를 무려 3페이지에 걸쳐 설명하기도 했다.

고도제한 완화를 둘러싼 특혜 논란은 롯데월드타워가 준공한 뒤에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제2롯데월드 국민감사청구 동참 캠페인을 벌여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냈다.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감사원이 제2롯데월드 건축 승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 부지, 서울시의 종상향 혜택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예정지(옛 한전부지)를 사들일 당시 토지용도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은 건폐율은 50% 이하, 용적률 200~300%가 적용돼, 상업지역에 비해 고밀 개발이 제한된다.

고밀 개발을 하려면 상업지역으로의 토지 용도 상향(종상향)은 필수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4월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통해 이 땅의 용도를 상업지역으로 상향해주겠다는 구상을 처음 밝혔다.
 
현대자동차 GBC 조감도.
 현대자동차 GBC 조감도.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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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상향을 위한 작업은 차근차근 이뤄졌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2월 GBC땅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상향 해주는 대가로, 현대차그룹으로부터 1조 7000억 원의 공공기여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공공기여금이 확정되면서 재벌 특혜 논란도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4월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 및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공고했다. 현대차그룹이 소유한 강남구 삼성동 167 일대 7만694㎡ 규모 3종 일반주거용지를 일반상업용지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반상업용지는 최대 용적률이 800%까지 적용돼, 고밀 개발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높이 569m의 초고층 빌딩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공군이 GBC 건립으로 인해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현대차그룹과 국방부가 건물이 완공되기 전까지 공군의 작전제한 사항을 해소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송현동 호텔 물거품된 대한항공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호텔을 지으려했던 대한항공도 비슷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 매입한 이 땅은 호텔이 들어설 수 없는 1종 일반 주거 지역인데다 건물 높이가 16m 이하(고도지구)로 제한된다. 인근에는 덕성여고 등 학교가 있어 학교 주변 관광호텔을 신축하지 못한다는 관광진흥법도 걸림돌이었다.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 심의를 통과시키기 위해 서울중부교육청과 소송전을 벌였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정부가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학교정화심의위원회 심의 없이 건립을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려 했지만 때마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다.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5.2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5.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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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호텔 건립 계획도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와 서울시도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 계획을 외면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호텔 건립 계획을 포기하고 현재 토지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벌 부동산 개발 정책에 대해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일자리 창출 등의 명목으로 롯데 등 재벌들에게 부동산 고밀 개발 특혜를 주면서 대한항공도 그런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재벌들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 원칙을 갖고 접근해야 특혜 논란을 없앨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또 "최근 서울 서초구 롯데칠성부지 등에 대한 종상향 이야기가 나오는데, 또다시 재벌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태그:#대한항공, #현대,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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